지금까지 "멀티미디어"는 미국과 일본에서 주로 거론돼 왔다. 세계 컴퓨터산업의 양대산맥인 이들만이 멀티미디어를 말할 자격이 있었다. 컴퓨터전쟁에 서 패색이 짙은 유럽은 이들의 포효에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유럽의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럽이 다시 주먹을 쥐기 시작한 것이다. 미래의 가장 촉망받는 산업이 멀티미디어라는 것을 이제 유럽도 깨달은 것이다. 유럽은 멀티미디어가 2000년경에 유럽에서만 3백90억달러의 매출 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유럽의 주요 통신회사들뿐만 아니라 파리 뒷골목에 있는 구멍가게만 한 CD-롬 타이틀업체도 멀티미디어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멀티미디어의 핵심인 대화형TV를 비롯한 첨단 CD-롬 타이틀.온라인서비스분야에 막대한 자금 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유럽의 통신 및 케이블TV 회사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대화형TV. 그중 영국의 통신회사인 브리티시 텔레컴(BT)이 이 분야에서 제일 앞서고 있다. BT는 현재 6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하고 있다. 올 여름까지 2천 5백가구에까지 광케이블을 깔아 이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3천만달러를 투자한 이 시험서비스에는 홈쇼핑.홈뱅킹을 비롯, VOD(비디오 온 디맨드) 등 다양한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
BT의 이 시험서비스에는 여행사인 토머스 쿡、 책유통업체인 W H 스미스、 레코드회사인 폴리그램사도 참여하고 있다.
독일도 영국에 뒤질세라 대화형TV 시험서비스를 시작했다. 독일의 슈투트가 르트시는 65개의 대화형 프로그램을 4천가구의 가정, 기업、 병원 및 학교 등에 대해 시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유럽 각국의 중소기업 수백개도 첨단 CD-롬 타이틀 개발에 나서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업체는 독일의 디스크리트 몬스터/맥구펜사다. 이 회사는 멀티미디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교육용 CD-롬타이틀을 출시했다. 영국의 도링 킨더슬리 멀티미디어사는 1년만에 개발인력을 1백50명까지 늘렸다. 설립된 지 3년밖에 안되는 이 회사가 이처럼 인력을 늘리는 것은 첨단 CD-롬 타이틀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유럽은 또 온라인서비스에서도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프랑스의 앵포그람 엔터테인먼트사는 세계 최초의 온라인서비스인 "미니텔" 을 구축한 업체다. 이러한 경력을 지닌 앵포그람이 "앵포니"라는 온라인서비스를 이달안에 개시한다. 앵포니는 이미 50개의 IP(정보제공자)를 확보했다.
앵포니는미니텔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앵포니망은 첨단 기능을 가지고있으며 화면이 세련되고 화려하다.
유럽은 또 소프트웨어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의 BT는 항공기내에서 쇼핑.증권정보 등 첨단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프랑스의 소프트웨어업체인 캅 제미니 소제티 CGS 사도 가상현실 속에서 도시나 호텔를 여행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유럽은 기업용 멀티미디어 제품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독일의 도이치 텔레콤(DT)은 기업용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에 매년 5천만달러 를 쏟아붓고 있다. DT는 항공기의 고장시 짧은 시간에 이를 고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즉 비행중인 항공기가 고장나면 기내의 컴퓨터가 자동으로 가까운 공항에 연락한다. 공항에서 비행기 수리공은 컴퓨터의 명령을 받아 부품을 주문하고 화상회의를 통해 전문가와 상의할 수 있다.
한편 유럽의 멀티미디어산업 발전에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가시적인 노력보다는 기업의 경영전략이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즉 유럽의 기업은 지금까지 연구소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상품화는 미국이나 일본이 먼저하는 수모를 당해왔다. 그러나 유럽의 기업은 이제 대대적인 혁신에 착수하고 있다.
즉 기술이 확보되면 바로 상품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과감하게 투자한다. 그만큼 유럽의 기업이 민첩해진 것이다.
이것은뒤늦게 출발한 멀티미디어산업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멀티미디어에 대한 유럽의 대규모 투자가 미국이나 일본을 위협할 것인지는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유럽기업의 민첩성과 과감한 투자가 맞물려성공한다면 변화무쌍한 멀티미디어산업에서 승자가 뒤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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