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케이블TV 시장 개방 압력

미국이 한국의 케이블TV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부터 통신 시장개방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케이블TV시장의 개방도 요구, 그에대한 적극적이고 강력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초 우리 정부측에 교환기등 통신망장비의 인증절차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데 이어 지난달말경에는 한국 국내절차를 무시 하고 AT&T사의 신형교환기의 인증을 요구해와 첨예한 양국간 통상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에는 막 시작단계에 있는 케이블TV시장에 대해서도 개방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USTR가 통신분야 불공정관행국을 지정할 예정인 가운데 월트디즈니、 파라마운트등 미국의 유력한 영화.TV프로그램제작.배급 사들의 단체인 미영화협회는 한국의 유선방송법이 많은 규제조치를 담고 있다면서 케이블TV시장의 개방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케이블TV방송이 본격 개시된지 이제 불과 2주일밖에 되지 않았을뿐 아니라 가입가구수도 전국적으로 아직 10만도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측이 이처럼 성급하게 규제완화와 시장개방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우리국내실정과 국민정서를 도외시한채 자기들의 상업적영리만 추구하겠다는 심산으로 보여 그 부당성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미영화협회는 우리나라에 대한 유선방송법의 규제를 대폭완화해 외국 프로그램의 방영시간을 연장하는 한편 그에 대한 사전심사제도를 완화 또는 폐지할 것등을 요구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이 협회는 외국위성채널을 재송신하는 케 이블망 설치를 추진할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업체들의 프로그램 공급기회 확대와 함께 프로그램공급사업에 대한 외국인의 소유권제한을 철폐할 것등도촉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한.미양국정부는 이달말경 통신전문가회의와 한미경제협력회담(DE C)을 통해 통신 및 케이블TV분야를 포함한 통상현안들을 협의할 예정이라는 보도다. 이같은 일련의 시장개방압력은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미정부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대외통상강화정책을 배경으로한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미국이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시장개방확대에 대해 어느 정도 역점을 두고 있는지는 빌 클린턴 미대통령이 지난 8일 의회에 제출한 95년도 무역정책보고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보고서는 오는 2020년까지 APEC의 무역자유화 및 시장개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특히 무역과 투자를 용이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확대.가속화시킬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무역전쟁으로까지 치닫던 미.중지재권협상이 종결됨에 따라 앞으로 미국은 그 여세를 몰아 한국을 비롯한 여타 아시아국가들에 대해 시장 개방공세를 집중시킬 것이라는 것이 통상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그러나 영화와 TV프로그램등 영상물은 많은 점에서 일반상품의 개방과는 다른 문제들을 안고 있다. 개방수준을 방송프로그램의 몇%니 하는 따위의 수치로만 따질 성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령 외국산 프로그램의 방영시간을 30%로 정한것이 적정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양국이 서로 이현을 가질 수밖에없다. 더구나 내용이 우리 국민정서에 적합한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요인으로 떠오른다.

영상물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문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

TV프로그램에관한 협상은 다른 분야와는 달리 문화적 차원에서 다루어져야할 것이다. 이 시장의 개방확대는 저질문화의 무분별한 유입이라는 문제점과 동시에 때로는 문화적종속 가능성의 우려 또한 심각하다. 따라서 이점에 있어서는 정부와 관련업계는 물론 사회각계가 총체적으로 대처해야 할것이다.

이것은관련부처의 대응전략이나 협상대표자들의 수완에만 의존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관점에서 검토와 함께 국민여론이 뒷받침되어야할 문제 인 것이다. 과거 미국과 유럽、 특히 프랑스가 영화 및 TV프로그램관련 통상 문제를 둘러싸고 오랜 기간 첨예하게 대립됐던 일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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