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의 "브랜드"화에 성공한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한 일본인"이란 표현에 인색하지 않는다.
그러나 도쿄의 일부 케이블TV 방송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우리나라 사람 가운 데는 일본인의 친절성을 부인하기도 한다. 아예 방문을 사절하거나, 형식적 인 접대는 물론이고, 한국 방문객은 회사밖에서 접견하기로 결정한 방송국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소문의 진위는 확실하지 않다.
이에 대한 도쿄 케이블TV업계의 설명은 이렇다. 그동안 도쿄지역 케이블TV방 송국을 찾아 온 한국인이 너무 많아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는 것이다.
일부방문객 가운데는 면접 시간을 사전에 약속해 놓고 아무런 연락도 없이나타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방문객을 위해 임직원들이 일손을 놓고 몇 시간씩 기다린 일도 있었다는 얘기다. 심지어 견학 도중 서류나 기기를 사전 양해없이 실례하는 방문객도 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동안 일본 케이블TV 업계 방문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40명씩 2차례 걸쳐 80명의 일본 시찰 프로그램(5박6일)을 직접 진행한 일이 있는 필자로서는 일본인들의 친절한 안내가, 수년이 흐른 지금까지 소중한 고마움으로 간직되고 있다.
특히 나가노(장야)현 마스모토(송본)케이블TV국 사토(우등호시)사장의 불뿜는 열변과 친절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는 사장이 승용차를 타고 다니면 주민과 직접 만나 가입상담을 하기 어려워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고 했다. 사장 스스로 가입을 권유하기 위해 가가호호를 방문하는 도중 개에게 물린 일도있어 개를 제일 싫어 한다고 말했다.
또 80년대 말부터 광케이블을 부설, 양방향 기능에 의한 재택진료, 원격수도 미터기 검침, 원격 수원지 관리 등을 하고 있는 LCV의 야마타(산전무지)사 장. 그는 양잠회사 경리과장으로 재직중 도산 직전의 LCV를 재건,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성공했다.
7명의 사원만으로 흑자행진을 계속중인 다케오(무웅)TV의 하라(원항가)전무, 방대한 분량의 방송국 허가 신청서류를 복사해 준 레낭(영남)케이블 네트워크의 이시노(서야신이)국장, 일본 최고의 가입자 확보국인 고후(갑부)CATV의 이이노(반야신창)국장 등 모두 고마운 분들이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초기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한 최소화 할 것" "최소의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 "낮과 밤의 인구차가 적은 지역, 주택 밀집지역을 1공구로 선정, 연차적으로 케이블 시설공사를 할 것"등 황금 같은 체험담을 들려줬다. 그리고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 당시의 충고는 이제우리에게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일본의 케이블TV는 실패했다"고 혹평하나, 일본인들은 "이제 부터가 시작이다"고 말한다. 일본의 케이블TV업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있다는 정황은 여러 분야에서 표출되고 있다. 첫째, 일본 케이블 TV업계가 끊임없이 요구해 온 정부의 규제정책 완화가 실현됐다는 점이다. 93년말, 우 정성의 규제완화 정책 발표이후 일본 케이블TV업계는 확실히 활기에 넘치고있다. 우선 매년 1%씩 늘어나던 유선방송 가입 가구가 지난 해에 사상 처음으로 2%의 증가율을 보여 96년이면 "1천만 가구 가입"이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1백7만가구 (93년 말)에 불과했던 도시형 케이블TV 수신 계약자 수가 1년 사이에 무려 1백62만가구(94년말 현재)로 늘어나 51.5%의 신장세를 나타낸 것도 놀라운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가입자 확보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됐던 과중한 가입부 담금을 최소화하는 방송국 수가 늘어나고 있다. 또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한MSO기법도 도입했다. 프로그램 서비스에 의존하는 방송기능 일변도에서 탈피, 통신기능을 고도화한 "풀 서비스" 도 과감하게 전환하고 있다.
일본 텔레케이블신문은 "재단법인 NHK 방송연수센터가 한국 케이블TV시 찰단 30명을 모집중"이라고 보도했다. 공공기구에서 한국 케이블TV업계를 공식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시찰기간은 3월14일부터 18일까 지다. NHK의 일정표에 따르면 15일에 관련기관을 방문, 한국 케이블TV 의 현황과 미래를 듣고, 오후에는 프로그램 공급업체를 방문한다. 16일은 수원 국산기기 방송국과 중계유선방송국 시찰, 17일은 국산기기 생산업체 방문 과 전송로 건설현장을 돌아 볼 예정이다.
세계 최대의 케이블 기업인 미국 TCI, 타임워너 등과 연합건설을 구축, 새로운 케이블TV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일본이, 우리나라 케이블TV시장 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보고 돌아갈지, 무척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일정보통신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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