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정보통신의 "육하원칙";장근호-쌍용컴퓨터 고문

다가오는 정보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학계.정보.산업계는 다방면의 준비들을 하느라 분주하다. 정부가 작년에 발표한 4조3천억원 규모의 초고속 정보 통신망 구축계획도 그의 일환으로 보아야 하겠다. 정보화 못지않게 요즈음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세계화, 무한경쟁등의 단어들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첫째, 앞으로 우리들의 생활은 전례없이 많은 정보의 교류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둘째, 교류의 범위는 세계적이다. 셋째, 모든 활동은 능률의 제고를위해 끊임없는 도전을 받는다 등이 되겠다.

서울의 종합전시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가보고는 가끔씩 놀라는 때가 있다.

이같은제품이나 부품이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음을 알았더라면 힘들고 비싸게 외국에서 수입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하는 후회를 하게 되는 경우를뜻한다. 우리는 많은 경우에 국내의 정보를 얻기는 매우 힘들고 반면 외국의정 보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경우를 체험하게 된다. 우리가 정보화사회를 준비하며 토론하는 이 시기에 우리생활 주변은 어떻게 정보화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진다.

요즈음 청첩장이나 초대장을 많이 받게 되는데 이들에는 예외없이 위치를 알리는 약도가 그려져있다. 그 약도는 그 근처의 지리를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청첩장의 약도는 보편타당성에 입각한 정보전달 방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서울의 대형 호텔 커피숍에 들러보면 항상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붐빈다. 6천원 이상을내야하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아니라, 값이 싸고 더 편리하고 안락한 만날 장소의 정보를 교환할 수 없는 제약성 때문에 값비싸고 혼잡한 호텔 커피숍에 모여 앉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극히 작은 한 예이지만 우리가 위치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편리하게 교류할 수 없다는 제약성 때문에 지불하게 되는 사회적, 국가적 간접비의 부담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한 사례가 되겠다.

우리나라의 전화통신망은 그 회선수의 보급률에 있어서 세계 선진국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전화번호를 서로 알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통화는 아주 잘 될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서로 연락이 끊겼던 친구를 찾으려면 아주 난감하다. 이름은 알고 있으나 그 이름으로 전화번호를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3자 이름체계는 한 개인을 지명하는 수단으로써의 기능을 상실하기에 이르렀다. 관공서에서는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함으로써 그 결함을 보완하고 있으나, 일상생활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우리는 개인마다 수첩을 따로 만들어서 소중히 간수한다. 어쩌다가 그 수첩 을 잃어버리는 경우에는 오랜기간동안 상당한 불편을 겪게 된다.

우리는 시대적 요구에 의해 많은 정보를 교류하도록 강요당한다. 정보는 세계적으로 교류한다. 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교류하는 사람이 경쟁에서 이긴다. 정보는 육하원칙에 입각해 정리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라는 원칙론적 요소를 구비하지 못한 정보는 불완전하다. 위의 두 사례는 이 여섯가지 요소중에서 가장 중요한 2가지, 즉 "누구"와 "어디"에 관한 내용들이다. 불완전한 정보는 많은 보조적 보완적 정보를 요구하게 마련이다. 불완전한 정보교류체계는 사회전반의 발전에 장애요인이 된다. 위치를 정확히 정보로서 제공할 수 없을 경우에는 물자의 유통체계가 발달되기 힘들고 한 개인을 이름으로서 지정하기 어려운 사회에서는 사회질서와 제도유지에 많은 어려움이 수반된다. 과거에 큰 불편없이 살아 왔지 않느냐는 변론 은 변론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과거에는 한 개인의 활동범위가 지극히 협소 한 한 마을 정도였고, 접촉하는 인구의 숫자가 마을 주민수정도에 불과했으나 현재와 미래의 시대는 정보교류의 범위가 세계요 세계인구전체라는 것을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1986년 KBS 8.15 특집으로 이산가족찾기 운동이 있었다. 그때에 분출된 우리국민의 감정은 온 국민을 며칠동안 TV앞에서 떠날 수 없게 만들었고 모두 눈물을 흘렸다. 30~40년동안 그렇게도 가까운 곳에 살았으면서 서로 그리워만하고 만나지 못했다니-. 이때의 한국 TV장면은 미국의 TV프로에서 "믿거나 말거나"의 기사로 취급 보도 되었었다. "20세기 후반 이렇게도 믿기 어려운 일들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사람과 위치의 정보교류의 어려움이 가장 극적으로 표현된 사건이라 하겠다.

범 국가적인 대역사로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준비하는 이 시점에, 우리는 이러한 시설들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어떤 풍요를 제공할 것인가를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머지않아 전세계의 정보가 우리 안방의 PC단말기를 통해 우리에게 직접 전달될 날이 온다. 파리의 최신 유행 의상을 파리백화점 안내프로를 통해 안방에 앉아서 눈요기 할 수 있을 터이니 매우 좋은 세상임에는 틀림없겠지만 한편 성남시의 김점순 할머니가 만든다는 기막힌 찹쌀떡은 어떻게찾아야 될지 몰라서 침만 꿀꺽 삼켜야 되는 형편이 된다면 우리정보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생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관련된 정보화 방안을 사회과학적 측면도 함께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정비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으며, 이런 준비없이 정보통신망 시설만을 잘 갖춰놓으면 선진국의 정보들이 우리의 시설위에서 춤을 추게 될 것임을 경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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