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통신의 CDMA 장비업체 선정 지연배경

신세기통신이 엄청난 부담을 무릅쓰면서까지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 디지 털이동전화 시스템 장비공급업체 결정을 지연시키고 있는 데 대한 장비 개발 업체들의 의구심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업체들의 우려는 지난해 10월 신세기통신이 각 장비업체들에게 RFP(제안요구 서)를 보낼 때부터 조심스레 표출됐던 부분이다. 신세기통신이 대외용으로는국내 장비 개발 3사에만 RFP를 보냈다고 발표해 놓고 내막적으로는 미국의 모토롤러.AT&T와 캐나다의 노던텔레컴등 외국 회사들에까지 RFP를 발송했다 는 것이 드러나면서 국내 업체들이 신세기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혹시 한국업체들을 들러리로 세우고 막판에 외국업체를 전격적으로 장비공급 업체로 선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급속히 퍼져 나갔다.

하지만 이 "소동"은 신세기측이 공식적으로 "외국장비 구매를 검토하고 있지않다 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일단 잠잠해졌다.

그러면서 1월중에는 장비공급 업체를 결정、 발표할 것이라고 꽤 자신있는일정까지 내세웠다. "국산장비를 구매하는 것이 대원칙"이라는 신세기통신측 의 공식입장에도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이 약속은 또 지켜지지 않았다.

이후 신세기통신측은 장비업체 결정을 1월초에서 1월 중순으로, 다시 2월초 에서 2월 중순으로 연기에 연기를 거듭했다. 현재 신세기통신의 공식 입장은 21일 주주총회가 끝나고 이달 말까지 장비업체를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CDMA 시스템 개발업체의 한 관계자는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된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신세기통신이 CDMA장비구매와 관련해 취해온 일련의 행동들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분명히 국산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일종의 "작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신세기통신이 지난해 10월 국내 개발3사에 발송한 CDMA이동전화 시스템 제안 요구서에는 *11월12일까지 장비업체들로부터 제안서를 받고 *94년 12월부 터 올해 5월까지 장비업체 결정-생산-납품까지 모두 끝낸다는 내용이 담겨져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진척상황만으로는 이러한 신세기통신의 약속이 지켜지기는 매우 어렵게 됐다. 어렵다기보다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장비 생산일정이 현재로서는 도저히 신세기통신의 RFP에 맞출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장비 개발업체들에 따르면 CDMA의 핵심기술을 공여한 퀄컴사측이 핵심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간을 최소 5~6개월로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신세기통신측이 당장 장비업체를 선정、 시스템을 발주한다고 하더라도 핵심부품이 공급되는 7월에서야 비로소 정상적인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실제 시스템을 생산하는 기간까지 합치 면 적어도 9월 내지는 11월경에나 장비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장비공급만으로 모든 일정이 끝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커진다. CDMA 이동전화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상용화를 시도하는 신기술이다. 아무리 서둘러야 2~3개월정도의 실제 필드테스트를 거치지 않으면 안되는 장비다. 그렇다면 누구보다 서둘러야할 신세기통신이 이처럼 여유있는 행마를 거듭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국산장비의 완전한 성능 확인이 끝난 다음에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확인 지상주의"적인 발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예측 은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왜냐하면 신세기통신이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끊임없이 96년 1월1일 상용 서비스 개시를 지상 목표로 외쳐왔기 때문이다.

두번째 예측은 앞서 말한 대로 외국산 장비를 채택하려는 음모라는 분석이 다. 단순히 얘기해서 국산장비 선정 일정 확정을 끌만큼 끌다가 결국 서비스 의"데드라인"에 임박해서 "하는 수 없이" 외국산 장비를 구매할 수 밖에 없다고 발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특히 신세기통신의 속마음에 대한 의문을 더하는 것은 RFP 접수 이후 국내 장비 개발 3사에게 새로운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세기통신측 은 각 국산 장비 업체들에게 "12월말까지 모든 장비를 즉시 사용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설치하되 만의 하나 운영상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1천억~1천5백억 원 정도의 위약금을 지불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삽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신세기통신은 만약 장비에 이상이 생길 경우、 위약금은 위약금대로 물고 이전계약을 파기한다는 단서조항까지 강요하고 있다고 국내 장비개발업체들은 전하고 있다.

따라서 신세기의 "지연전술"은 매우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상정한 고단수 포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신세기통신이 처음 제2이동전화 사업권을 획득할 때부터 잉태한 두가지 원죄、 즉 *국산 CDMA장비를 써야한다는 것과 *96년 1월부터 무조건 상용서비스를 해야한다는 부담으로부터 자유스러워 지겠다는 수순 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장비 공급업체들이 정상적으로 장비를 공급할 수 없는 시점까지 시간을 벌면서 막판에 "국산장비 구매"라는 원칙을 지켜 대의명분을 살리고 절대적인 실리를 취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라고 장비업체들은 추정하고 있다.

<최승철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