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공진청, "프리볼트" 배경과 문제점

공업진흥청이 최근 지난 92년 8월부터 전기용품 에너지 절약대책의 하나로 본격 시작한 1백10~2백20V겸용 전자제품생산 금지조치를 수정、 프리볼트 제품생산을 허용키로 해 전자업계를 당황케 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2백20V단 용 제품생산에 주력해오던 가전업계는 공진청의 이같은조치가 "업계의 입장" 보다는 행정편의주의에 의해 실시됐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공진청이 관련기관 학계 업계등의 전문가회의를 거쳐 2백20V 승압에 따른 기술기준 운영요령을 개정하면서 밝힌 프리볼트 전자제품 생산허용 내용은 세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전력손실이 적고 전압 조정범위가 80~2백60인 제품은 품목에 상관없이 프리볼트 제품으로 생산 가능토록 했다. 컬러TV VCR등 일반가정용 전자제품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로는 전기펌프나 프린터등 프리볼트로 제품화할 수 없고 다른 기기와 전압을 맞추기 어려운 제품은 1백10V와 2백20V를 동시지원 가능토록 했으며, 마지막으로 프리볼트 제품화가 전혀 불가능한 제품은 정부의 승압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업체 나름대로 1백10V나 2백20V를 선택해서 생산토록 했다.

공진청의 이번 조치는 그동안 2백20V 승압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의 소비자 들에게 전자제품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분명긍정적이다. 물론 가전업체를 포함、 전자업체들에도 내수용으로 2백20V를 생산하고 수출 용으로 프리볼트 제품을 따로 생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해 주기도 했다. 공진청은 이번 프리볼트 제품의 생산허용조치는 그동안 2백20V단용제품 개발 에서 발생한 부작용을 치유하자는 데서 비롯됐다고 밝히고 있다.

또 외국의 전압현황을 보더라도 반드시 종래 2백20V 단용화제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 전자업체들의 생산제품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손쉽게 활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는 1백20V와 2백40V 제품이、 러시아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1백27V와 2백20V、 일본은 1백V와 2백V겸용 전자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영국은 2백40V、 북한을 비롯 이란 중국 등은 2백20V의 단용제품을 사용하고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공진청의 프리볼트 제품생산 허용은 시기적절 한 조치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조치가 전자업체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됐나 하는 점이다. 정부의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 、 공진청의 프리볼트 생산허용이 2백20V단용 실시를 시작한지 2년도 채 안돼 갑자기 변경됐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적지않다.

사실 92년 8월 공진청이 전기용품의 2백20V단용제를 처음 실시할 때만해도 전자업체의 반발이 심했다. 국내에서 2백20V로 승압되지 않은 지역이 많고프리볼트 제품이 보편화되어 있는 국제적인 추세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많은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에너지절약대책이라는 명분 때문에 강력하게 추진되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전자업체들은 그동안의 프리볼트를 적용해오던 냉장고를 시작으로 세탁기 선풍기등 주요 가전제품을 2백20V로 단용화했으며, 올해에도 1월부터 전자레인지를 비롯 건조기 전기온수기등 30여종의 전자제품을 2백20V로 생산하고 있다.

또 오는 7월부터 2백20V단용제품에 포함된 전기다리미 주서믹서등의 차질없는 생산을 위해 부품 수급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실정이다.

2백20V단용화 추진때 업계의 프리볼트 적용 의견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다가조영모개식으로 갑자기 내용을 수정한 것은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게다가 공진청의 이번 조치가 종래처럼 업계의 의견을 듣는 신중한 과정을거치지 않고 추진됐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적지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따라가전업계를 비롯 일부 전자업체들은 전자공업진흥회를 통해 공진청 에 항의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다. <금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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