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용산상가 25시 (3)

서울 김포세관은 지난 1월 31일 용산 나진상가에 "한국비지니스"라는 컴퓨터 부품판매회사를 차려놓고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 동안 국제특급우편을 통해 모두 29차례에 걸쳐 27억상당의 컴퓨터중앙처리장치(CPU)를 밀수입, 시중에유통시킨 Y모씨등 4명을 관세법위반 혐의로 적발했다.

지난해 8월 24일 서울세관은 대만등지로부터 CPU를 1백21억원어치 밀수입하 던 컴퓨터기기 수입상 J엔지니어링 김모 사장과 이를 넘겨받아 시중에 팔아온 포스컴 이모 사장등을 적발했다. 세관조사 결과 이들은 대만, 홍콩등지로 부터 PC나 테스트기기를 수입하면서 본래의 부품 대신 CPU를 숨겨 들여오는수법으로 약 6개월에 걸쳐 3만8천개상당의 CPU를 밀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언론매체의 사회면을 크게 장식했던 전자제품 밀수 유형들이다. 종전금괴 보석 마약등이 주류를 이루던 밀수품이 CPU로 그것도 1백억원대를 넘는다는 점 때문에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한마디로 이제 전자부품이 밀수 인기 품목으로 급부상했고 그것도 대형화 조직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CPU와 함께 대표적인 밀수품이 가전제품.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말 가전제품 밀수 누계액은 총96억원. 전년동기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중 수입선다변화품목인 캠코더, CDP, LDP등이 다량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자제품 밀수는 대규모 전문 조직에 의해 치밀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있다.

이같은 기업형 밀수로 인해 용산전자상가는 멍들고 있다. 그 이유는 국내 전자유통시장 규모와 밀수규모를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CPU 밀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국내 밀반입된 CPU물량은 25만개, 5백 억원규모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상가 관계자들은 이들물량이 대부분 용산에서 유통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미국 인텔사가 국내 대리점을 통해 용산에 공급하는 물량은 월 3천~4 천개. 연간으로 따져도 최고 4만8천개 수준에 불과하다. 정상공급물량의 5배 가 밀수입,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쉽게말해 국내 전체 CPU수요의 80%가량이 밀수입되고 있다는 얘기다.

밀수품은 관세를 물지않아 정상품보다 싸다. 이로인해 이를 정상가보다 다소낮게 팔아도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때문에 용산상가 업체들이 밀수품을 구해 판매하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일부업체에 국한돼 있기는 하다. 밀수품 을 유통시키다 적발된 업체가 거의 용산상가내 소재한 업체라는데서도 잘 알수 있다. 그결과 용산상가는 "밀수품 천국"이란 말까지 생기고 있는 것이다.

밀수품유통 단속에 허점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당국은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때문에 CPU밀수문제는 국회에서 거론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재무부국감에서 민주당 이철의원등 4명의 의원 은 "세관 적발건수 87건에 4만9천2백개(1백50억원상당)가 압수당할 정도로 CPU밀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관세청장을 상대로 CPU밀수 근절책을 추궁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밀수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들어서도 CPU공급량이 달리면서 밀수품이 조만간 들어온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제 금괴를 밀수하던 말은 옛 말"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CPU는 밀수꾼들의 단골 메뉴로 떠오르고있다. CPU의 경우 지난해 검거된 포스컴 외에도 수개의 조직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세관및 공항내 일부 직원과의 결탁은 물론 남대문의 거물과도 연계해있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결고리 없이는 1백억원대가 넘는 밀수는 불가능하다고 잘라말한다.

한때 밀수품 중간 판매책 역할을 했던 용산의 C씨는 "대규모 밀수가 적발되는 것은 돈을 받고 밀반입을 도와준 세관,공항의 직원들이 관세당국에 역정 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증언한다.

한탕주의에 혈안이 돼있는 상인과 값싼 밀수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있는 한 전자제품 밀수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란 게 뜻있는 관계자들의 공통 된 지적이다. <김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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