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가전기기를 비롯한 각종 전자제품용 모터시장을 장악할 제품으로는 단연 DC브러시리스(무정류자)모터를 꼽을 수 있다.
이 모터는 기존제품과는 달리 회전자와 고정자를 서로 바꿔 역회전력을 없애고 기계손상의 주범인 브러시를 떼내고도 전기효율을 거의 20%이상 높일 수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저소음과 정전압 기능이 뛰어나 성능향상을 위해 우선적으로 이 기능을 요하는 냉장고.에어컨.진공청소기.공작기계.컴퓨터.OA기기 등 주요산업분야 를 중심으로 향후 3~5년 안에 확대채용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요즘처럼 고기능을 앞세운 전자업체들의 신제품 경쟁 가열 추세를 감안하면 이같은 예상은 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특장점을 지닌 DC브러시리스 모터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84년무렵 이다. 본래 섬유업을 하던 이이수씨가 오랜 노력끝에 개발한 모터가 빛을 본 것이다. 이씨는 이 모터의 개발로 국내는 물론 미국.일본 등 세계 선진 15개국에 서 특허를 인정받으며 모터산업의 변혁을 예고할만큼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그후 이씨는 현재 용산 삼각지근처에 이원전기라는 회사를 차리고 양산에 착수했으나 얼마가지 않아 난관에 봉착하고 만다.
기술의 우수성은 인정하겠지만 신뢰성보장이 어렵고 기존모터에 비해 가격이 워낙 비싸다는 이유를 달아 대다수 수요업체들이 이 모터의 채용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이 모터 생산에 관계했던 이들은 "소문을 듣고 찾아온 몇몇 업체들의 반응은 늘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식으로 혀를 내두르고는 돌아가곤 했다"며 "제품의 우수성과 상품화성공과는 때때로 별개의 것이 될 수있다는 시장논리를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하고 있다.
이원전기의 DC브러시리스 모터기술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사장될 위기에 놓이자 삼성전자가 로열티를 내고 자사 세탁기.진공청소기.고속절단기 등에채용한다고 기술을 가져갔으나 삼성 역시 비슷한 이유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또 한때는 일본.미국의 유수한 전자업체들이 2백만달러에 기술특허권을 양도해줄 것을 요청한적도 있었으나 이원측의 반대로 이마저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결국 자금난을 이기지 못한 이원전기의 부도로 DC브러시리스 모터개발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이 사건은 DC브러시리스 모터의 우수성 을 국내 모터업계에 심어놓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DC브러시리스 모터가 제대로 상품화돼 빛을 본 것은 승우양행이라는 한 중소 업체에 의해서다. 공직생활을 했던 박승환씨가 86년에 설립한 승우양행은 당시 일본의 한 모터업체와 손잡고 컴퓨터 쿨링 팬 모터생산에 몰두하고 있었다. 저소음과 정전압의 특성을 중시하는 쿨링팬은 브러시리스 모터의 시험대로는 더할 나위없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DC브러시리스 모터를 이용한 쿨링 팬 모터 생산소식이 알려지기가 무섭게 일본과 대만의 덤핑공세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 여파로 승우의 뒤를 이어 DC팬 모터생산에 참여한 영서.세실 등의 국내업체들이 문을 닫음으로써 DC브러시리스 모터의 맥은 다시 한번 끊길 위기에 놓인다. 그러나 DC브러시리스 모터의 새로운 적용분야를 찾고 있던 승우양행이 가스 보일러용 배기팬에 이 모터를 전격 채용함으로써 DC브러시리스 모터의 기사 회생이 이루어졌다.
당시 값싼 AC모터가 판치고 있던 배기팬 시장을 상대로 한 승우측의 도전은 무모하게 보였다.
실제로 승우가 처음 이시장에 참여한 89년말부터 90년초기까지는 AC모터보다 50%정도 비싼 가격차때문에 쿨링팬시장 못지않은 고전을 치뤘다.
하지만 폐가스에 의한 질식등 가스보일러안전사고의 주원인이 배기팬의 오작 동에 의한 것임이 알려지면서 안정성을 담보해주는 정전압은 물론 저소음에 다 열효율이 뛰어난 이 모터의 수요는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여력을 확보한 승우는 그 후 F/V변환기.정전압 TR방열 구도 체 등 DC브러시리스 모터분야에 적용되는 관련특허만도 6개를 소유할 정도로 기술축적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현재는 GE 등 외국업체와 이 모터에 대한 기술공여계약을 추진할 정도로 DC브러시리스 모터에 대한 국내기술력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라서 있다.
여기에는 이 모터에 대해 끊임없는 애착과 노력을 기울여온 승우라는 한 중소업체에 의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국내모터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수 있다. <김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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