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라는 책이 나오기 전만 해도 우리들에게 정보화 사회라는 말은 그리 낮익은 단어는 아니었다. 그러나 불과 몇년사이에 그 말은 우리의 생활 깊숙이 스며들었으며 빠른 속도로 우리와 친숙 해 졌다.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는 나름대로의 전략을 수립하여 독자적인 정 보화사회 구현을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정부 에서는 범 국가적인 차원에서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고, 통신 사업자나 관련 연구기관들도 우리나라의 정보화사회 진입을 위해 나름대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정보화사회로의 진입을 서두르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우선 멀고도 가까운나라 일본의 전략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자기 나라에 이익이 되는 것이면 어떤 것이라도 외부로부터 받아들였다. 물론 받아들이는 방법과절차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여기서 말하는 것은 도덕성이나 정당성들을 따지는 역사적인 논평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례를 들면 임진왜란 당시 일본은 한국의 도공(도공)들을 자기 나라로 이주시켜 극진하게 대우하며 한국의 우수한 도공기술을 전수받았으며, 그 기술을 바탕으로일본 고유의 도자기문화를 꽃피웠다. 아직까지도 한국 도공들의 후예가 일 본땅에서 도공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볼 때 그네들의 기술우위적 국민성을 엿볼 수 있따. 뿐만 아니라, 명치유신시절 미국의 저명한 기술자들을 모셔와 극진한 대접을 하며 그들의 기술을 전수받은것을 볼 때 그네들의 억척스러움은 더 한층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오늘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자동차 기술을 전수받아 자기네들 의 고유모델로 개발하여 오히려 이제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자동차 왕국을 건설하였다. TV나 각종 전자제품들도 그 방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미국을 앞서서 이제는 세계 도처에서 "메이드인 저팬"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렇듯 일본은 외국의 우수한 기술을 받아들여 자기네 실정에 맞게 보완 하고 추가하여 세계 제일의 자리를 점점 더 확고히 굳혀 나가고 있다.
흔히들 21세기를 정보화사회라고 부른다.
정보화사회의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니고 소프트웨어이다. 소프트웨어에 관한 한 미국이 단연코 앞서고 있으며 그 사실을 미국은 물론 일본 스스로도 알고있기 때문에 최근들어 일본의 많은 기업들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나 제 너럴매직사 등 유명 소프트웨어 회사들과 기술협약을 체결하는 등 앞다투어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받아들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선진 미국의 소프트웨어기술을 흡수하여 그들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한창 추진 중에 있다. 이들은 아마 자동차와 전자제품에 이어 소프트웨어분야에서도 미국을 제패할 날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일본은 기업과 정부가 모두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일본 우정성의 내년도 정책을 보면 이러한 전략이 뚜렷이엿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우선 우리는 21세기를 대비한 모든 면에서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에 더 치중하고 있는 듯하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대해서 아직도 피부로 느끼지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하드웨어산업 조차도 아직 외국기술 도입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외국의 우수한 하드웨어를 도입 하는 것에는 인색하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더욱 더 심각하여 외국의 유명 소프트웨어들을 제대로 받아들일 준비조차 되어있지 않다.
정부가 소프트웨어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86 년말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과 저작권법 등을 법률로서 제정하였으며, 87년 에 들어서야 비로소 소프트웨어 개발 촉진법을 제정,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법들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보호.육성한다는 차원에서 제정된 것이지 외국의 우수한 소프트웨어들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이해서 제정된 것은 아니다. 아직은 정부나 기업, 국민 모두가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국제화,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조선조 대원군의 철저한 쇄국정치도 밀려오는 외세를 결국은 막지 못하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우리의 대외 기술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우리의 산업을 육성하고 보호한다는 소극적인 정책 에서 벗어나 이제부터라도 외국의 우수한 기술을 과감히 도입하여 그것을 우리의 실정에 맞게 고치고 보완하여 우리 것으로 만드는 적극적인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무조건 외국의 것을 받아들이자는 것은 아니다. 그네들의 것이 우리것보다 좋고, 또 우리의 것으로 바꿀 수 있으면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우리 고유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우리는 외국의 것도 과감히 수용할 줄 아는 겸허함을 배워야 한다. 일본의 예를 다시 한번 들지 않더라도어떻게 하는 것이 21세기 정보화사회에 하루빨리 진입하는 길이며, 세계화의 대조류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것이다. <한국통신 기술기획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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