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21세기 정보통신의 역활;임주환

정부는 지난 연말 정말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우리나라의 정보통신서비스와 산업을 총괄할 정보통신부를 출범시킨 것이다. 정보통신이란 큰 배를 저어갈사공이 드디어 하나로 결정된 것이다. 필자가 본지 93년 11월16일자 바로 이 시각 란에서 "사공은 한사람이면 족하다"는 의견을 발표한 적이 있다. 정보 통신과 관련하여 정부의 각 부처가 서로 다투어 사공이 되겠다고 하여 "사공 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우리나라의 속담을 인용하면서 정보통신 을 총괄할 부처의 신설이나 기능통합을 주장한 적이 있다. 보수적인 정부조직의 특성으로 미루어 볼때 이렇게 빨리 결정될 것으로 예견하지는 않았는데정부의 결정에 다시한번 박수를 보낸다.

정보통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보통신관련 정부부처 사이의 마찰로 그사이 업무추진에 있어서 내부적인 갈등을 겪어왔다. 좀 생색이 날말 한 일에는 관련정부부처가 서로 나서겠다고 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면 슬그머니 뒤에 빠져 버리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그사이 정보통신 관련하여 요란했던 것이 비하여 효율적인 추진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앞으로 정보통신 깃발을 단 큰 배가 하나의 사공을 중심으로 넓은 대양을 향해 나아가는데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정보통신산업의 속성을 잘 파악해야할 것같다. 인류역사 발전측면에서 농업시대는 시간에 따른 변화가 느리다. 기껏해야 일년에 한 두번 결실을 수확한다. 파종할때도 몇일 일찍 혹은 늦게 해도 별탈은 없다. 김을 메고 비료 를 주며 시간이 지나면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공업화되면서 시간의 개념은 빨라진다. 일년에 한두번 수확하던 농업시대에 비하여 공업화시대엔 공장을 가동하므로 끊임없이 상품생산이 이루어진다. 시간을 느긋하게 기다리던 농업시대와는 달리 쉴새없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컴퓨터의 CPU처리시간 만큼이나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정보통신 관련제품의 상품으로서의 성패도 금방 판가름 날 것이다. 따라서 정보화시대에는 모든 판단이 신속하고 정확히 이루어져야 한다. 정책결정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머뭇거리다가는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리라고 생각한다.

정보화시대에서는 정부와 산업계의 역할분담은 어떻게 해야할까. 정부는 산업계가 스스로 나아가는데 공정한 경기규칙을 제시하고 규칙을 어기면 거기에 상응하는 재제를 가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줄인다면 자율 적인 바탕위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할 것이다. 정부가 산업계 내부문제에 간여해서는 안될 것이다. 산업계 스스로도 간섭당하지 않고 홀로 설 각오를 해야한다.

국가적인 측면에서 기반구축의 구도를 어떻게 잡을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농업시대엔 수해를 대비해 뚝을 쌓고 가뭄을 대비해 저수지를 만들고 원 할한 물의 공급을 위해 수로를 정비하는 것이 주요한 기반구축 관련사항이었다. 공업시대엔 공장부지를 위해 공단을 조성하고 공업용수를 개발하고 도로와 항만시설을 확장하고 정비하는 것이 기반구축과 관련된 사항이었다. 그렇다면 정보화시대엔 기반구축과 관련하여 특별히 고려해야할 사항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은 정보의 고속도로인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이 다.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까지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으 로추진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45조원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자본을 투입할 예정이다. 공업의 기반을 조성하는데도 막대한 예산이 필요했듯이 정보사회의 하부구조 건설에도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단계별 투자계획 수립과 예산의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

정보는 가공.처리.전달되면서 이용된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은 정보의 전달을위한 것이다. 정보의 가공.처리를 위해서는 컴퓨터가 필요하고 이를 구성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구비되어야 한다. 어느정도 수준의 처리능력을 가진 컴퓨터가 요구되는가 하는 것은 고속도로위에 달리는 여러 종류의 자동 차와 같이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다양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컴퓨터들은 이용자의 수요공급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따라서 민간주도로 이끌어가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초고속정보통신망과 같은 정보사 회의 하부구조 건설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민간주도로 끌어가서는 계획대로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끌어갈 또다른 분야는 상업성이 부족하지만 공공적인 차원에서 반드시 갖추어야할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이나 한글처리기술, 막대한 개발비가 소요되는 기반기술의 확보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우선적으로 정보통신을 위한 체제를 정비하였다. 정보 통신부의 출범으로 사공이 하나로 되었기 때문에 정보통신의 큰배가 산으로 올라갈 위험은 없어졌다. 그러나 넓고 광할한 대양을 향해 파도를 해치며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공을 중심으로 모두가 합심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잠시도 게을리하지 않고 일기예보를 살피고 바람의 속도를 제어보고 파도의 높이를 관찰해야 할 것이다. 갑작스런 폭풍우와 해일이 몰려오지 않을까 유의하여야만 안전한 항해가 가능할 것이다. 이제 정보통신이란 큰배를 저어가는데 우리모두 힘을 모으자. 공업화과정에서 후발국으로 겪었던 치욕을 씻고 21세기 정보화를 지금의 선진국보다 앞서 달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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