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원격로봇 "VR"응용 활발

사고현장 등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위험지역에서 사람의 명령을 받아 작업 하는 "원격조작로봇"은 이미 우리 가까이 다가와 있다. 높은 곳에서 전기공 사를 하는 배선작업로봇이나 지진 등의 재해지역에서 복구작업을 수행하는 건설로봇 등은 이미 실용화, 일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또 앞으로 우주 개발이나 방사성 물질의 운반 등 폭넓은 분야에서 로봇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원격조작로봇의 본격적인 보급에는 커다란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다.

원격조작의성격상 사람에 비해 작업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 문제이다.

이러한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을 중심으로 원격조작로봇의 조종에 버추 얼 리얼리티(VR 가상현실감)기술을 응용, 작업효율의 향상을 꾀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원격조작로봇의 작업효율이 낮은 원인은 두가지다. 그 하나는 시각상의 문제. 현재의 원격조작로봇에서는 조종자는 로봇에 부착된 카메라가 비춘 영상 을통해 로봇의 주변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야각이 한정돼 정확 한상황파악이 어렵다.

다른 하나는 조종 후 로봇이 실제 그 지시에 따라서 움직이기까지 걸리는 타임랙 시간지체 . 원격조작로봇과 조종자간의 정보는 통상 전파로 교환되는데 양자의 거리에 비례해 시간지체도 커진다. 예를 들면 지상 수백km 상공의 우주공간에서 작업하는 로봇을 조종할 경우 3~5초의 시간지체가 발생한다. 따라서 조종자가 로봇에 부착된 카메라의 영상에서 조작결과를 확인하는 데는왕복으로 6~10초나 걸리는 셈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격조작로봇에 VR기술을 응용하려는 연구가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히타치제작소의 기계연구소가 2년전부터 추진해 온 우주작업용 로봇의 조종에 VR기술을 응용하는 연구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연구소는 연구의 한 결과로 지난해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VR기술발 표회 "버추얼 리얼리티 엑스포 94"에 원격로봇의 모의시스템을 선보였다.

"히타치버추얼 텔레오퍼레이션"으로 이름붙여진 이 시스템은 우주공간에서 작업하는 로봇과 그 주위의 환경을 실시간으로 컴퓨터그래픽(CG)화, PC화면 상에 나타낸다. 로봇에 명령이 떨어지면 그 결과 로봇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또 그 움직임에 의해 작업효율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컴퓨터가 계산, 순식간 에 CG화해 표시한다. 즉 조종자는 로봇의 카메라가 보내준 실사영상이 아닌CG가 표시하는 가상환경을 보면서 "버추얼 로봇"을 움직여 작업한다.

CG로 표시하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에서 로봇이나 주위상황을 볼 수도 있다.

실연결과 이 모의시스템에서 조종자는 PC내의 가상환경을 보면서 작업을 진행함에도 불구, 실사영상을 보는 경우보다 훨씬 높은 작업효율을 실현할 수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VR엑스포 94"에서는 우주작업로봇이 수리를 위해 인공위성에 다가가서 작업 하는 상황을 설정했다. 시스템 옆에는 우주로봇과 인공위성의 모의모형을 설치 CG로 표시한 가상현실을 보면서 정확히 작업하는 모습을 실연했다.

물론 이 시스템에서는 CG화가 핵심이다. 사실 로봇과 주변환경을 비롯 로봇 이 움직임으로써 발생하는 환경변화가 정확히 CG화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히타치는 "리얼타임 모션 컨트롤러"라는 독자적인 시뮬레이터를 개발, 이를가능케 했다.

원격조작 과정은 다음과 같다. 로봇을 조종하는 조이스틱을 움직이면 로봇 본체에 그 정보가 전달되고 동시에 컴퓨터를 사용한 시뮬레이터에도 같은 정보가 도달한다. 그리고 그 조작에 의해 로봇이 어떻게 변하는지, 주변환경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시뮬레이터가 즉시 연산, 화면상에 CG화해 표시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는 CG화 속도다. 히타치가 실연한 시스템의 경우는 로봇의 주변환경에 변화가 거의 없는데다 CG화 대상이 로봇과 인공위성뿐이기 때문에 연산에 걸리는 부하가 비교적 적지만 CG화 대상이 늘어난다든지 보다 정밀한 표현이 요구될 때는 더 빠른 연산처리가 요구된다. 그러나 히타치측은 이 문제도 "컴퓨터의 성능향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낙관한다. VR기술은 높은 곳에서 배선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등에도 응용할 수 있다. 일례로 지난86년 배선작업로봇을 개발한 일본 중부전역의 전력기술연구소는 조작성의 향상을 위해 히타치의 우주작업용 시스템처럼 로봇과 작업환경을 CG화, PC의디스플레이상에 표시하는 방법을 개발중이다.

특히 이 연구소는 최종적으로는 마우스 등으로 CG로봇의 팔을 움직이면 실제로봇이 조종되는 시스템을 목표하고 있다.

또 장갑모양의 장치를 손에 끼면 손이나 손가락.팔 등의 움직임이 그대로 컴퓨터에 전달되는 이른바 "데이터 글러브"를 사용한 로봇조종도 구상하고 있다. 이밖에도 CG를 사용한 로봇의 VR조작은 조종훈련이나 로봇개발에도 충분히 응용할 수 있다. 중부전역에서는 배선작업로봇의 조종훈련에 CG에 의한 가상 환경을 이용하는 방법을 검토중이다. 예를 들면 전신주 앞에 변압기가 있는경우 화단이 있는 경우 등 다양한 상황을 모형화한 조종훈련이 가능하다.

조종훈련 이상의 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로봇자체의 설계 및 개발을 위한 응용이다. PC의 가상현실 속에서 로봇을 설계.개량하면 개발비용이나 기간을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격조작로봇은 우주, 심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활약이 기대되는 일꾼이 다. 물론 단순히 사람을 대신한다는 효과뿐만아니라 경제적인 이점도 수반되어야 한다. VR기술의 응용에 의한 작업효율의 향상, 설계비용의 절감 등은 이 원격조작로봇의 보급과 개발에 충분히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신기성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