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무성의하고 형식적인 손길, 그리고 기나긴 투약시간.
환자들이 병원에 대해 느끼는 불쾌감중 무엇보다 먼저 호소하는 사항들이다.
다시말해 병원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가장 큰 요소들이다.
인천에 있는 중앙 길병원(원장 김상인)이 고민하는 문제도 그것이다.
그래서 중앙 길병원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입원 환자에겐 자상하면서도 좀더 많은 간호사의 손길을, 외래 환자에겐 좀 더 빠른 투약을"이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실제로 환자를 돌보는 시간과 다른 부수적 인 업무를 보는 시간의 비율은 2대 8정도이다. 이렇다 보니 환자가 찾기 전에 간호사가 미리 상황을 체크하고 환자를 돌보기란 쉽지 않다. 중앙 길병원 전산실은 바로 이런 구조적인 문제의 틈속에 존재이유를 갖고 있다.
중앙 길병원 전산실이 상처받은 히포크라테스 정신을 쓰다듬기 위해 지난 87 년부터 실시해 오고 있는 것은 처방전달시스템(OCS)이다.
의사와 간호사가 해야했던 부수적인 업무를 전산시스템으로 대신해 이들이 본연의 업무에 더욱 충실할 수 있도록 구조적 토대를 마련해주자는 것이다.
중앙 길병원은 간호사의 직접 간호비율을 7대3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실제로 국내 종합병원중 처음으로 처방전달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한 중앙 길병원은 현재 간호사의 직간비율을 5대5까지 끌어 올려놓고 있다. 이는 간호사들이 타병원보다 2배정도 많은 시간을 환자를 돌보는 데 투여할 토대가 마련됐다는 의미다.
중앙 길병원에서는 모든 의사가 PC를 통해 처방을 내린다. 처방의 내용은 전산실 호스트컴퓨터에서 정리돼 검사실, 간호실, 약국 등 해당 부서로 전송된 다. 간호사는 워크리스트(환자에 대한 각종 조처계획)를 따로 작성할 필요가 없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컴퓨터가 정확하게 일정표를 프린트해 주기 때문이다. 간호사는 의사의 지시대로 환자를 돌보는 데만 신경을 쓰면 되는 것이다. 조치의 내용은 다시 컴퓨터에 입력되고 의사는 차후 처방을 내릴 때 다 시이를 참조한다.
검사실도 마찬가지다. 환자별로 의사가 내린 처방에 따라 조치를 한 다음 그 내용이 다시 컴퓨터에 입력되고 의사는 이를 참조, 처방자료로 삼는다.
약국에서도 환자가 처방전을 들고 오길 기다릴 필요가 없다. 환자가 약국에 당도하기 전에 네트워크를 타고 온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조제하고 나서 환자가 도착할 때 내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중앙 길병원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중앙 길병원 전산실 박종옥실장은 아직 해결해야 할 점이 많다고 시인한다.
"DB용량 부족, 의료영상정보시스템(PACS)도입, 자병원(길병원은 중앙길병원 외에 4개의 자병원을 가지고 있다)과의 온라인 네트워크 구축 등 온 길보다 갈 길이 더 먼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중앙 길병원 전산실은 어쩌면 히포크라테스 십계명에 OCS의 완성을 더 보태고 싶을지도 모른다. <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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