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발표회에 참석하는 것이 중대한 절도죄에 해당된다면 PARC를 방문한 애플사 사람들이 훔쳐온 것은 너무나도 거친 다이아몬드였다.
제록스사가 PARC에서 개발한 기술에 기초하여 최초로 시장에 내놓은 컴퓨터 "스타(Star)"의 비운을 보자.
애플사가 79년 PARC에서 한번 본 것과 닮은 애플사 최초의 컴퓨터 "리사(Li sa)" 역시 비참한 운명을 맞았다. 리사 개발계획은 잡스가 79년 11월 PARC를방문하기 이전에 이미 시작되었으나 83년 1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시장에 선보인 것이다. 제품의 설계에서부터 완성까지의 리드타임이 이렇게 오래 걸린 사실은 애플사의 절도혐의를 풀어주는데 일조를 했음에 틀림없다. 당시 애플 은 "리사"의 개발에 5천만달러를 투자했는데 그중 2천만달러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썼다고 주장했다.
잡스는 리사를 시장에 내놓는데 그렇게 오랜 시일이 걸린 것에 대해 이렇게말했다. "우리는 리사를 1년전에 내놓을 수도 있었지만 완벽한 것을 만들고자 했다." 사실 수년간에 걸친 개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벽한 제품은 아니었다. 리사를 작동시키기 위해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IBM의 개인용 컴퓨터 나 애플사의 애플Ⅱ, 애플Ⅲ의 소프트웨어보다 훨씬 더 사용하기 쉬웠다.
리사에는 여섯가지의 프로그램이 달려있는데, 이들 프로그램은 이해하기 힘든 명령이나 안내서에 의존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 되었다. 그러나 상호호환성이 있게끔 고안된 이들 소프트웨어는 엄청난 양의프로그램 코드를 필요로 함에 따라 실행속도를 더디게 했고, 광고만큼 잘 작동되지 않았다.
더구나 기본 시스템 소프트웨어가 독자적이어서 다른 개인용 컴퓨터와 호환 성이 없기 때문에 리사를 갖고 있는 컴퓨터 사용자는 다른 컴퓨터에서 사용가능한 수천 가지의 소프트웨어를 하나도 사용할 수 없었다. 리사가 그렇게비싸지만 않았더라면 소비자들은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시장에 나올때까지만잠시 겪으면 되는 불편으로 생각하고 이를 감수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리 사의 가격은 9천9백95달러로 당시의 개인용 컴퓨터의 일반적인 가격을 훨씬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애플사는 고가 제품의 판매에서 성공한 경험이 없었다. 당시 대단한 성공작인 애플Ⅱ는 1천5백달러였다.
잡스는 가격과 소프트웨어의 비호환성 문제를 놓고 고민했다. 그는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것에 가장 큰 신경을 썼다. 리사를 출시하면서 그는 "컴퓨터 산업은 5년 동안 실질적인 기술혁신을 이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리사는획기적인 혁신제품이었으나 잡스가 그 개발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못한것이아쉬웠다. 그는 리사 개발책임자가 되고 싶었지만 그는 애플사의 부사장에 불과했고 결정은 그가 내리는 것이 아니었다. 애플사는 설립 초기에도 공동 설립자 잡스와 워즈니악이 아닌 마이크 마쿨라회장과 그가 임명한 사람들이운영했다. 잡스에게는 비록 리사가 자신의 개인적인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그의 취향에 맞는 기술적으로 훨씬 뛰어난 컴퓨터였던 것이다.
제록스의 PARC가 선구자적인 알토의 상업적 잠재력에 대해 지나치게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잡스와 애플사의 다른 고위간부들도 리사에 대한 기대 가 너무 컸다.
애플사는 강력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개인용 컴퓨터를 필요로 하는 3천만명의 사무직 전문가와 관리자들과 같은 "지식근로자"들을 리사의 소비자 그룹으로 보았다. 그것은 소비자들에게 흑백 개인용 컴퓨터(리사는 컬러 디스플레이가없었음 한 대에 최고 얼마 정도를 지불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가진 몽상에 불과했다. 분명히 잡스는 리사가 사무 실내의 다른 컴퓨터 및 네트워크와 공존해야 하며, 리사의 비호환성이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잡스는 "우리는 리사를 가지고 IBM을 날려버릴 것이다. 이 컴퓨터가 나오면 그들도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향후 10년간은 리사를가지고 사업을 할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리사는 겨우 두 살만에 죽고 말았다. 그의 종말은 84년 그보다 가격 이 훨씬 저렴한 매킨토시가 등장하자 더욱 앞당겨졌다. 매킨토시는 79년부터 별도로 개발되어 리사보다 늦게 시장에 나왔다. 사라지기 전 리사는 매킨토 시라는 이름으로 재구성되었고, 가격도 좀더 적정한 수준인 4천달러까지 떨어졌다. 이에대해 시장반응이 긍정적으로 나타나 판매도 3배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판매는 월 1천대 정도에 불과했다.
당시재정적 파탄에서 애플사를 구한 것은 소박하고 조그마한 애플Ⅱ였다.
애플Ⅱ는 개인용 컴퓨터의 선사시대에 속하는 것이긴 하지만, 애플은 훨씬 오랜 기간동안 계속해서 분기당 수억달러상당의 애플Ⅱ를 판매했다. 32비트 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채용한 리사가 사라진 반면, 8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를 탑재한 애플Ⅱ가 살아남았다는 것은 매우 아이로니컬하다. 리사의 실패에 서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소비자들과 계속 접촉하고, 고립되어 단절되지 않도록 하라. 소비자들이 신형 컴퓨터를 얻기 위해 어떤 값이라도 치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마라. 구형과 신형을 이어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다리를 제공하여 소비자들 이 손쉽게 새로운 컴퓨터에 적응할 수 있게 하라. 시장에서 최상위종컴퓨터 가 확고한 자리를 잡을 동안 기능과 성능이 약한 제품을 먼저 내놓을 것등이다. 이런 교훈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넥스트사를 시작하면서 이 모든 교훈을 전적으로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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