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시내를 관통하는 스프레강은 이 나라 최대도시를 끼고 있는 강으로 믿기 어려울 만큼 물이 맑다. 녹색당으로 유명한 독일의 환경보호운동 을 실감케 한다.
삼성전관 독일공장 SEB도 베를린 스프레강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강건너에 서 본 이 공장은 스프레강의 정취에 휩싸여 흡사 고풍스런 호텔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SEB공장안을 들어서면 마치 화학공장마냥 굵은 관들이 건물사이를 빽빽이 채워져 있다. 건물 구조도 24시간 풀가동해야 하는 컬러브라운관(CPT) 공장으로 보기에는 힘든 점이 많다. 사회주의체제속에 운영돼온 탓인지 최신 의 CPT공장 모습과는 판이하다.
이러한 SEB가 최근 한국식 CPT공장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SEB는 삼성전관이 지난 92년 구 동독 신탁청으로부터 WF사를 인수, 설립한 회사다. WF사가 통독이전 동독 최대 종합전자업체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그리 많지 않다.
1901년에 설립된 동독 최대 국영기업이었던 WF사가 어느 정도 규모이었는지 는 SEB본관 1, 2층에 마련된 전시장을 둘러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전시 장 입구에는 1910년에 제작, 유럽내 자동차경주에서 우승했던 자동차와 50년 대에 양산했던 흑백 브라운관이 각각 전시돼 있다. 놀라운 것은 마이크로웨 이브관련 각종 전파방해 장비 및 방송장비, 인공위성 수신기, 디지트론, 뷰파인더 진공관식 피아노와 장식형 구형 흑백TV는 물론 반도체.LCD.LED 등이 전시돼 있다는 점이다. 이미 수십년전에 종합전자업체로 위용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전성기 이 회사 근로자수는 현재의 10배수준인 무려 9천여명.
이렇듯 동독 최대 국영기업이던 WF사는 오랜 사회주의체제로 인해 80년대를 넘기면서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급기야 92년 삼성그룹에 의해 인수 되기에 이른 것. 인수 당시 필립스.도시바 등 세계 유수 CRT업체들이 대거몰렸던 것도 이 회사의 엄청난 사업영역과 이에 따른 잠재력 때문이다.
이러한 WF사가 경쟁개념을 도입한 자본주의식 기업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EU의 CPT시장에 새로운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관이 독일 현지공장 SEB의 조기정상화를 위해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대단위 합리화공사. 삼성전관은 WF사 인수직후 총 4천만달러를 들여 즉각 설비를 교체하는등 환경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낡고 노후한 설비를 바꾸고 작업환경을 대폭 개선한 결과 동일설비에서 초기 월 3만개에 불과했던 생산물 량이 월 16만개로 껑충 뛰어올랐다.
여기에다 물류시스템을 개선하고 작업대수 또한 대폭 줄이는 등 공정별 병목 현상을 자동화한 결과 1인당 생산성도 하루 10개에서 20개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삼성전관은 이어 DY(편향요크)부착공정인 ITC라인을 완전 자동화하는 등 라인자동화에 주력, 인수시 1천3백명에 이르던 근로자수를 9백명 수준으로 줄였다. 또 공정별 이송시간 단축작업에 나서 25초대에 이르던 것을 지난해 20 초, 올해초 18초, 최근에는 국내 부산공장과 맞먹는 15초대로 줄여 생산조건 의 누수현상을 없애는데 주력했다. 생산라인 및 휴게실.화장실등을 최신형으로 개조하는 등 작업환경에도 세심한 신경을 썼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설비보강없이도 연 40만개 가량을 추가 생산할 수 있게됐고 생산수율도 97%대를 자랑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 금속노조와 24시간 3교대 근무키로 합의, 현지기업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SEB의 김인태부장은 "사회주의체제에 젖어 근로자들이 적극적이지 못한 것이가장 큰 문제지만 이미 모든 면에서 정상화가 완료된 상태"라고 밝혔다.
삼성전관은 2년만에 SEB가 정상화됨에 따라 대대적인 증설에 착수, 본격적인 규모의 경제"작전에 돌입했다. 7천2백만마르크를 투입, 생산능력을 올해말까지 연간 2백만개규모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연간 2백50만개씩 CPT를 쏟아낼계획이다. 96, 97년에도 연차적으로 총 8천만마르크상당을 투자, 생산라인을 1개씩 증설해 97년에는 연간 4백30만개규모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키로 했다.
삼성전관은 독일공장의 증설을 통해 현재 4%에 불과한 EU컬러브라운관 시장 점유율을 오는 97년 14%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달초에는 공장내 에 "유럽연구소"를 개설, 현지개발.현지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세계 최대 CRT생산업체로 우뚝 올라서있는 삼성전관이 베를린 장벽의 흔적이 생생한 독일현지에서 어떻게 EU의 높은 벽을 뛰어넘을지는 이제 전적으로 SEB에 달려있는 셈이다. <베를린=김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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