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업체인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즈(AMD)사가 인텔사의 그늘에서 탈피,인텔의 공략에 나섰다.
AMD는 세계 반도체업계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업체이지만 마이크로프로세서 MPU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인텔의 85%에 비해 단지 6%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MD가 이같이 대인텔 공격을 선언하게 된 것은 마이 크로프로세서 "K5"를 개발함으로써 가능해졌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을 거둔다는 보장은 없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 시장에서 인텔의 발을 어느 정도는묶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2년 AMD의 제리 샌더스회장은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 책임자인 마이크 존슨에게 새로운 칩의 설계를 극비리에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원칙은세가지였다.
첫째, 현재 인텔과 특허논란이 되고 있는 기술은 절대 사용하지 말 것, 둘째 인텔의 펜티엄칩보다 처리속도가 빠르도록 할 것, 셋째, 인텔의 제품과 동일한 운용 소프트웨어환경을 지니도록 할 것.
샌더스회장은 "K5"라는 코드명을 직접 정했다. 이는 슈퍼맨을 거꾸러뜨릴 수있는 유일한 물질인 크립토나이트에서 따온 것으로 여기에는 인텔을 꺾고자하는 샌더즈의 의지가 담겨져 있다.
4년전 인텔이 AMD와 맺은 마이크로프로세서관련 계약을 철회한다는 청천벽력 과 같은 통고를 받았을 때부터 샌더스회장의 "K5"개발의지가 굳어졌다. 주가는 폭락을 거듭했고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까지 이르렀던 AMD는 이후 4년만에 간신히 회사의 수지균형을 이루게 되었다.
샌더스가 K5 개발을 선언했을 때 그의 다소 허풍스러운 수사를 아는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그는 "나는 바이킹식의 철학을 갖고 있다. 나의 뒤에 있는 배는 여러분이 태워버려 달라" 면서 AMD의 당시 상황을 직원들에게 설명했다. 61년 실리콘밸리의 페어차일드 세미컨덕터사에서 후에 인텔의 주축이 되었던앤디 그로브, 고든 무어, 로버트 노이스등과 함께 일을 하기도 했던 그는 68 년 퇴사, 이듬해 동료들과 AMD를 설립했다. 주문량은 보잘 것 없었지만 그는칩의 제조에 들어갔다.
실리콘밸리내의 반응은 미미한 것이었고 자금력은 물론 인텔의 눈부신 성장 의 그늘에 가려진 AMD는 별로 눈에 띄는 업체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MD의 성장은 순조로웠다. 고객이 밀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AMD를 평가한 인텔과 82년 기술공유 계약을 맺었는데 이때가 양사의 애증이 교차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AMD는 공장설비가 노후되고 종업원이 남아도는등역경이 거듭됐다. 90년에 들어와서도 5천3백5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등84년을 정점으로 적자가 누적되었다.
이런 가운데 샌더스회장은 사업방향을 전환하기로 했다. 자금사정의 어려움 에도 불구하고 그는 신제품의 개발비용으로 2억달러를 투자했다. 91년에 38 6호환칩을 개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특히 소형 PC부문에서 미국과 대만에서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 92년 급기야 AMD는 2억4천5백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인텔과의 소송을 진행시켜 나가면서 AMD는 "양사간의 계약에 의거 , 인텔이 개발한 마이크로코드관련 기술을 사용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3월 AMD는 인텔의 486칩에 대한 자유로운 복제권을 인정받았다.
법정에서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AMD는 인텔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한 싸움을 재차 준비했다.
AMD는 3년전 인텔의 제품을 모방하지 않는 강력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AMD는 386과 486칩을 복제하면서 인텔의 회로를 분석 하고 모방했다. 인텔칩은 점차 복잡성이 증가하고 있어서 복제하는데 점점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되었다. 이는 인텔의 신제품 x86시리즈가 출시되기전에개발에 착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게 하기는 용이하지 않은 일이었고 그렇지 않으면 끌려다니든지 도태되는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신제품의 개발 못지않게 힘든 작업은 고객 확보였다. 그간 인텔의 제품에 길들여진 칩시장의 환경은 고객들에게 있어 AMD의 제품에 대한 신뢰성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인텔이 아닌 제품을 사는 것은 업계에서 발을 빼겠다는 것과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던 것이다.
이런분위기 속에서 컴팩 컴퓨터사가 AMD와 손잡을 것을 선언했다. 컴팩사가 인텔의 안하무인식 태도에 대한 반감을 공식적으로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93년 컴팩이 AMD에 "보다 빠른 486칩을 만들수 있겠는가"라고 물었을 때 AMD는 "할 수 있다"고 대답했고 이때부터 양사의 협력관계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인텔이 펜티엄의 출하시기를 자의적으로 미루는 행위가 컴팩을 자극했고 또 컴팩은 "인텔 인사이드" 로고를 붙이는 업체들에 특별할인을 해주는 인텔의 전략은 컴팩과 같은 PC업체들에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컴 팩은 인텔이 주기판을 경쟁업체에 판매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컴팩은가정용 PC인 프리자리오에 AMD의 486칩을 채용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이퀴프먼트사(DEC), 일본의 NEC등도 AMD의 486을 채용할 예정이 다. AMD의 K5는 펜티엄보다 처리속도가 30%정도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제품은 버그를 처리하는 시험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소프트웨어에서 운용되는가 하는 것을 실험하는 단계에 있다.
그러나 AMD의 앞날이 평탄하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AMD는 인텔외에도 386, 486및 펜티엄급에서 독자모델을 내놓고 있는 IBM과 사이릭스사의 연합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AMD는 현재 "AMD의 제품은 우리 것과 아주 흡사하지만 우리보다 더 낫다. 그러나 그들이 언제 자신들의 기술을 개발할는지"라는 인텔의 알버트 유 수석 부사장의 지적을 일축하는데 온힘을 쏟고 있다.
AMD는 K5에 뒤이은 K6을 96년에 출하할 예정인데 일곱번째 칩이 출시되는 시점에서 인텔을 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텔과의 인서킷 에뮬레이션(ICE) 마이크로코드관련 소송에서 어느 정도 타결점을 찾아나가고 있는 AMD의 전략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신제품 "K5"를 가지고 인텔을 단발에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인텔이 선두업체다. 이 순서는 바뀔리가 없다"는 업계 일부의 고정 관념을 어느정도 불식시킬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의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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