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멀티미디어업계는 물론 재계의 관심을 집중시킨 외국기업 주식인수가 한 건 있었다. 삼성전자가 최근 1억5천만달러를 투입, 칠레 제2의 종합통신 운영회사인 엔텔(ENTEL)사의 주식 15.1%를 인수한 것. 엔텔사는 국제 장거리 전화사업과 셀률러 이동전화사업, 데이터 통신서비스사업이 주력업이어서 이같은 관심은 더욱 높았다.
삼성전자는 이 회사의 주식을 인수하기 위해 올해초부터 통신본부담당 배병 관상무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은밀히 작업을 추진해왔다. 때문에단순히 해외기업 인수로 그냥 흘려버릴 일이 아니었다. 삼성이 이처럼 엔텔 사 주식인수를 은밀히 추진해온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관계자들은 대부분 삼성이 21세기의 산업으로 불리는 멀티미디어사업에 대한 교두보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멀티미디어 사업은 가전과 컴퓨터를 베이스로 한 단말기사업과 통신을 기반으로 한 전송망사업, 그리고 전송망에 실어 소비자에게 보내는 소프트웨어 등 3개부문이 핵심이다. 이중 삼성전자가 노리고 있는 것은 바로 전송망사업분야. 그런 만큼 엔텔사의 주식인수는 전송망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삼성의 야망이 담겨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어느 기업이든 각종 규제로 인해 전송망사업에 참여하기 힘들다. 때문에 삼성은 이같은 외국 종합통신 운영업체의 주식인수를 통해 우회적으로 전송망사업 진출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내에서 전송망 사업이 개방되면 언제든지 이 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기술확보를 해두기 위해 1차적으로 외국에서 사업을 벌여보겠다는 속셈이다. 이를 위해선 1억5천 만달러라는 거금도 아깝지 않다는게 삼성의 생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삼성그룹에서 멀티미디어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다.
추진전략도장기적인 계획으로 짜여져있다. 투자전략은 한마디로 인포메이션 정보 슈퍼고속도로를 근간으로 멀티미디어사업을 전개하는데 있다. 삼성전자의 멀티미디어 사업목표는 표면상으로 고객에게 정보에 대한 지적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엔터테인먼트 환경을 제공, 삶의 질을 높이는 것. 따라서 삼성 전자의 멀티미디어사업은 전송망사업뿐 아니라 단말기사업과 소프트웨어사업 을 모두 포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현재 개별사업부문별로 제품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초로 주문형비디오(VOD)사업의 핵심인 초당 6백55M비트를 전송하는 ATM스 위치를 개발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분야에 중점을 두고 게임.CD-롬 타이틀과 영화 등 다방면에 주력하고있다.
삼성그룹에서 삼성전자외에 멀티미디어사업을 벌이거나 참여를 추진하고 있는 업체는 삼성물산.제일기획.삼성데이타시스템(SDS)등이다. 삼성물산과 제일기획은 영상소프트웨어분야에 주력하고 있으며 SDS는 근거리통신망(LAN)을 중심으로 한 멀티미디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우그룹은 멀티미디어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가 삼성그룹보다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고등기술원을 비롯, 대우전자.대우통신.(주)대우 등이 각자 나름대로 멀티미디어사업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최근 대우그룹은 대우 경제연구소를 통해 멀티미디어사업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만드는 등 그룹차원 에서의 사업 추진의지를 표명하는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우그룹은 특히 지난 8월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멀티미디어 관련 협의회를 구성, 계열사별로 이루어진 멀티미디어사업을 조정하고 1차로 6개의 추진프 로젝트를 선정했다. 6개 프로젝트는 *주문형비디오시스템 *멀티미디어 안내시스템 *멀티미디어 무선시스템 *국가정보고속도로 *원격교육시스템 원격진료시스템 등이다.
특히 대우전자는 가전사업을 기반으로 비디오CD와 VOD 셋톱박스, CD-롬 드라이브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대우통신은 화상전화기와 데스크톱 화상회의시스템.ATM스위치 등의 연구개발과 CD-롬 타이틀 개발에 각각 나서고 있다. (주) 대우는 멀티미디어용 칩개발과 멀티미디어 유통분야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고등기술원은 멀티미디어 기반기술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계열사별로 움직이고 있는 대우그룹의 멀티미디어사업은 그러나 대부 분 초기단계로 삼성그룹과는 달리 대규모 투자가 뒤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원철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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