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MS사의 인튜이트사 인수로 금융가 술렁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튜이트사 인수합병계획 발표로 미국 은행가가 술렁이고 있다. 인튜이트사는 개인의 은행계좌잔액, 신용카드 사용현황, 공과금납부 등을 PC로 통합관리해 주는 "퀴큰(Quicken) "이라는 개인금융정보관리 프로그램으로 8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이 부문 선두업체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지난 10월 13일 인튜이트사 주식에 40% 의 프리미엄을 붙여 15억달러에 인수한다는 계획을 발표, 지칠 줄 모르는 사업야심을 드러냈다.

인튜이트사 인수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개인금융정보관리소프트웨어와 현재 추진중인 "마블(Marvel)"이라는 PC 통신서비스를 결합해 홈뱅킹 서비스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홈뱅킹은 PC통신망을 연결, 가정에서 잔액확인, 타행환, 계좌이체, 신용카드 결제 등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현재 국내에서도 일부은행 이 하이텔 천리안 등과 제휴해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C 통신망을 개설해 사용자들에게 현재와 같은 간단한 홈 뱅킹 서비스뿐만 아니라 인튜이트의 퀴큰을 결합해 개인의 금융거래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묶어서 관리할수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번거롭게 은행에 나갈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 자신의 금융거래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면 은행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금융정보서비스에 긴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계좌이체, 타행환 등으로 얻는 은행의 수입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현재 ATM(현금자동입출금기) 등을 통한 서비스 수입은 은행의 비이자소득 가운데 25%를 차지하고 있다"고 금융전산시장조사업체인 KMPG 피트 머윅사의 리처드 크론씨는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금융정보서비스시장 진출로 은행들은 높은 수익을 보장해 주는 각종 수수료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의 우려에는 나름대로 타당한 배경이 있다. 은행은 10년전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등 신용카드거래 결제서비스의 90% 이상을 처리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퍼스트 데이터 리소시즈(FDR)사와 같은 전문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로 높아져 있다. 만약 마이크로소프트나 다른 전문적인 홈뱅킹 서비스가 이 시장에 진출하면 은행은 좋은 수익원을 놓치고 고객의 돈만 보관하는 단순 역할에 그칠지도 모른다.

게다가 고객들이 모두 집에서 금융거래를 처리하게 되면 은행은 고객들과 직접 창구에서 얼굴을 대하고 보다 수익성이 높은 금융상품 가입을 유도할 수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대체결제 등의 부업으로 본업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금융정보 관리서비스시장 진출로 모든 은행들이 당장 빙하기의 공룡처럼 그 존재에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정보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로서도 은행 신용카드업체 등과밀접한 제휴관계를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인튜이트사의 인수는 법무부의 반독점법위반 조사대상이어서 예측을 불허하는 상황변화가 일어날수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은행도 이제 살아남기 위해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해야할 때가 왔다는 점이다. 첨단정보통신매체의 등장으로 사용자들의 금융기관 이용관행이 크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함종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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