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흐름" 읽는 경영 필요하다

세계최대의 컴퓨터업체인 IBM사에 이어 한동안 미국제2의 컴퓨터업체 자리를유지했던 디지털 이퀴프먼트사(DEC)가 최근들어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DEC는지난 90년부터 적자를 거듭하면서 그 폭이 갈수록 벌어져 회생의 전망 을 흐리게 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특히지난 2.4분기에는 17억달러의 적자를 기록, 지난 4년간의 누적 적자가 4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물론 IBM도 한때 한 분기의 적자 가 80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최근의 DEC와 비슷한 상황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IBM은 이제 경영이 회복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반면 DEC는 아직도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 대기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같이 주력 사업이 중대형컴퓨터인 이들 두 업체가 90년대에 들어와 수익이 급격히 감소한 근본 원인은 무엇보다도 거세게 불기 시작한 이른바 다운사이 징(소형.분산처리컴퓨팅)추세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나우리는 여기서 같은 시장환경속에서 IBM은 경영이 회복되고 있는데DEC는 계속 극심한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 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두 업체는 중대형컴퓨터를 주사업으로 하면서 세계시장을 주도해 왔다는 사실외에 거대기업이 안고 있는 조직의 비대화, 관료주의화 그리고 경직 성등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다운사이징이라는 시장환경변화에 따라 사업이 부진해진것은 오히려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IBM은92년 4.4분기에 창사이래 최대규모인 5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 했고 다시 93년 2.4분기에는 80억달러이상의 적자를 내 이 기록을 다시 갱신하는 등 세계 컴퓨터시장을 석권했던 IBM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듯 했다.

당시에는심지어 해체설까지 나돌 정도 였다. 이같이 극심한 경영위기는 결국 존 에이커즈회장의 퇴진으로 이어졌고 루이스 거스너회장이 최고경영자로 선임되기에 이르렀다. 취임후 거스너회장은 대대적 조직개편, 감원, 사업 조정 및 방향전환등 가능한 모든 자구책을 강구했음은 물론이다. 1년여에 걸친 이같은 과감한 경영혁신이 효과를 나타내 IBM은 금년들어서 1.4분기와 2.4 분기에 연이어 흑자를 기록함으로써 경영회복의 전기를 마련했다.

DEC도경영혁신과 감량경영을 위한 여러가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또 새로운 기술개발사업을 게을리 한 것도 아니다. DEC는 지난 92년 다른 경쟁업체보다 먼저 처리능력면에서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알파"칩을 개발 하는등 획기적인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지난 수년간 DEC는 구조조정-대폭감원-사업 축소-적자-구 조조정을 거듭해왔다. 최근에 취한 조치만해도 3개 공장 폐쇄, 2만명추가 감원 기억장치사업과 데이터베이스부문 매각등 감량경영을 위해 그야 말로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이에대해관련업계 전문가들은 90년이후 DEC가 30억달러의 비용을 들여 추진 한 구조조정 작업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확 한 사업평가와 원인분석을 바탕으로 하는 적절한 처방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몇가지 교훈을 얻을수 있다. 우선 시장환경변화를 미리 예측 하고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거대 다국적기업이고세계시장을 주도한다 하더라도 기술발전과 시장환경변화를 제대로 파악 하지 못하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어려운 것이다. 이들 회사는 조직이 방대 하고 시장을 주도한다는 자만심에 빠져있다가 시장흐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다음은사업에 대한 객관적평가와 정확한 원인분석을 바탕으로 사업을 조정 해야 한다는 점이다.새로운 경영기법이라고 하는 이른바 리스트럭 처링이나 리 엔지니어링의 도입도 이같은 분석을 기초로 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둘 수없는 것이다.

IBM이이같은 평가와 분석을 기초로 세운 종합적전략에 따라 필요조치를 취한 반면 DEC는 그보다는 감량경영이나 사업축소에만 급급했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것이다.

끝으로중요한것은 호황일때 불황에 대비하는데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일부시장환경의 호조로 일시적인 호황을 구가한다고 해서 그에 만족하는 안일에 빠져서는 안될 것이다.

DEC의위기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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