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물결을 타라-부품산업(끝)

부품업계의 국제화 노력은 여타 세트분야에 비해 출발이 늦었으며 진행 속도 또한 더딘 편이다.

이는국내 전자 산업이 조립 생산에 기초를 둔 세트산업을 중심으로 성장을 거듭하면서 부품분야가 세트분야의 종속산업으로 머물수 밖에 없었던 산업구조와도 무관치 않다.

즉"세트->부품"이라는 전자산업의 역진적 발전과정으로 인해 부품분야의 독자적인 성장기반이 취약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국제 무역환경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특히일부 품목을 제외하곤 중소기업 위주의 성장을 해왔고 그나마 세계 무대에서 이렇다할 경쟁 제품을 갖고 있지 못한 기업이 대부분인 상태에서 국 제화란 "남의 나라" 얘기로만 들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80년대말 90년대초의 세계 무역환경 변화에 따른 국내 산업구조 재편 움직임은 부품분야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저임금에기반한 성장 전략은 더이상 먹혀들지 않게 됐다. 세계 시장에서 후발 개도국의 추격은 갈수록 거세지고 국내 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부품업계에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됐으며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업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다소소극적인 것이긴 했으나 국제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부품 산업의 국제화 노력은 최근 몇년새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부품업계의국제화 노력은 종합부품업체를 포함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성,금성, 대우그룹의 부품생산 계열사들은 대기업의 이점을 살려 국제화 전략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기업들은 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 등을 앞세워 초우량 기업으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국제화를통한 국제 경쟁에서의 우위 확보를 전략적 과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금성알프스, 대우전자 부품 등 종합부품 3사의 경우 EU, 북미, 동남아 중국 등 4대 권역별 시장을 중심으로 현지 진출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삼성 전기는 금년말까지 4대 권역에 5개 현지 생산공장과 7개 사무소를 설립 해 1단계 국제화 전략을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이다.

이를위해 이 회사는 중국 천진에 VCR 관련 부품 생산공장을 합작으로 건설 , 튜너.헤드. 모터 등의 생산에 나서는 한편 내년 1월 가동을 목표로 멕시코 에 1백% 단독투자 형태로 TV 부품공장을 올해중 건립키로 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성알프스는 올해 중국과 멕시코로 진출한다는 계획을 확정하고 해외 사업 전담팀을 구성, 종합적인 국제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회사는 이와 관련, 중국 광동성에 스위치.볼륨.모터 등을 생산할 공장을, 멕시코엔 튜너 공장을 각각 설립할 계획이다.

대우전자부품은지난해말 중국 함양에 편향코일 생산공장을 합작으로 설립한 데 이어 상해에 콘덴서 공장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종합 부품3사의 국제화는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세계 경제 의 블록화에 대응, 생산 및 판매의 글로벌화를 추진한다는 장기적 전략하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종합부품3사와 함께 최근 국제화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컬러 브라운관 공급업체들이다.

현재생산량면에선 세계 최고에 올라 있는 국내 컬러 브라운관 업계는 세계 시장 지배력을 21세기까지 지속하기 위해선 해외공장 설립을 통한 국제화 전략 추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따라지난해부터 현지공장 설립에 착수한 컬러 브라운관 업계가 세계 주요 지역에의 공장 건설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 지난해 2개에 불과하던 해외 공장수가 95년께 10여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체별로는독일과 말레이시아에 이미 진출한 삼성전관이 북미시장을 겨냥해 멕시코 투자계획을 확정한데 이어 중국진출도 검토중이다.

금성사도지난해 중국과 1억달러 규모의 합작공장 설립을 합의한데 이어 최근 인도에도 합작공장을 설립키로 확정했으며 EU.북미 등에의 중장기 직접 투자 계획도 수립중이다.

이밖에 오리온전기는 아프리카 등으로 진출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컬러 브라운관 업체들이 이처럼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종합 부품 3사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배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한마디로블록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 무역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 지역별 생산거점을 구축, 세계 브라운관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 하겠다는 전략이다.

가전제품등 세트를 생산하는 관련 계열사의 국제화 진척도 이들 컬러 브라운관 업체의 국제화를 가속화 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이처럼 종합부품 3사를 비롯해 일부 대형 부품업체들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금력과 앞선 마케팅 능력, 그리고 계열사의 측면 지원 등에 힘입어 장기 전략에 따른 단계적인 국제화 노력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중소 부품업체들의 사정은 다르다.

이들중소기업들은 국내 부품 산업의 기반을 형성하고 있지만 대부분 내수위주의 성장을 해온터라 해외시장 개척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욱이대기업과의 하청생산 구조에 익숙해 있어 독자적인 시장 개척 능력과 현지 공장 건설을 통한 마케팅 활동능력 등이 매우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다자금력이나 정보력의 부재 또한 이들이 국제화를 적극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로인해 이미 해외에 진출했거나 앞으로 진출할 계획이 있는 중소기업들의 상당수는 장기적인 전략에 따른 국제화를 추진하기 보다 당장의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현지공장 설립에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생산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으니 일단 싼임금을 찾아 떠나고 보자는 식의 절박한 사정을 안고 무작정 해외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92년말 현재 부품업체의 해외 공장은 80여개에 이르는 전자 분야전체 해외공장 수의 50%를 넘어섰으며 이중 대부분이 90년이후 설립된 것이라는 한 조사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과몇년간의 짧은 기간동안 상당수의 중소 부품업체들이 해외로 떠난 것은일본의 기술경쟁력과 후발 개도국의 임금경쟁력의 "협공"을 받아 더 이상 국내 생산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결과였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진출한 업체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92년말까지 부품업계가 해외에 투자한 금액은 총2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중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의 투자가 80%에 가까운 1억5천만달러에 달한다.

그리고이같은 저임금 국가로의 "탈출 러시"는 당분간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해외로의 "탈출"이 의도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 이들 중소업체들의 고민이 있다.

해외진출은 초기 투자 규모가 적지 않은데다 흑자 전환에 걸리는 시간도 생각보다 길어 자금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출발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 시키고 있다.

자금문제뿐만이 아니다. 경제활동에 요구되는 현지의 각종 제도와 한국과의 문화적 차이 등을 이해하지 못해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이 때문에 일부 업체는 해외 공장에서 철수하거나 고려하고 있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최근엔 현지의 임금수준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머지않아 이들 지역의 저임금 메릿이 상실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산업의 공동화를 우려하는 소리도 적지않다.

무조건떠나고 보자는 식의 해외진출 러시가 국내산업의 공동화를 초래, 심각한 사회 경제적인 문제를 야기할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기업들이 생산기지의 이전에만 관심이 있지 그 보완책으로서의 국내 산업 고도화엔 신경을 쓰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의 소리도 높다.

과거일본기업들이 엔고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범용 제품의 생산기지를 해외 로 옮기면서도 자국내에서 고부가가치의 신제품 생산을 통해 무역 흑자를 늘리고 경제 성장을 달성한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지금까지 부품업계의 국제화 노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저임금을따라 움직이는 단순한 해외진출이나 장기적인 안목없이 특정 지역 에 편중되고 있는 국제화는 진정한 국제화로 보기 어려우며 갈수록 치열해지 는 국제경쟁에서 승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업계일각에선 이에대해 개별기업 차원의 단계적인 국제화 전략 마련과 해외 공동진출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무작정 떠나고 보자는 생각에서 어떤 품목을 남기고 , 어떤 품목을 가지고떠날지 어디로 떠날지, 떠난 후엔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세밀한 현지조사에 바탕을 두고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생산이불가피 하더라도 국내에서의 신기술, 신상품 개발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결국 무한 경쟁의 파고를 넘어설 수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산업공동화를 예방하고 구조 조정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개별 기업차원의 국제화 노력을 집중화.집단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안정적인국제화 전략의 추진을 위해 부품업체와 세트 업체와의 동반 진출이 강화될 필요가 있으며 동일 지역 진출업체간의 유기적 협력체제 구축 또한 절실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간의 국제화를 위한 공동노력도 검토해볼 만 한것으로 분석된다.

특정지역에몰리는 국지적인 국제화를 지양하고 지역별로 특화되고 현지화된거점들을 마련, 명실상부한 국제화.세계화를 달성하는 것이 향후 부품업계의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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