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영상산업 어떤가

"영상의 어머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영화산업은 이미 불황의 늪에서 사양화의 깊은 늪으로 빠져든지 오래다. 특히 최근의 상황은 우려의 정도를 뛰어넘어 한국 영화산업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린다는 극단적인 진단 까지나오고 있다.

영화 제작 자유화 이후 1백편 이상의 제작능력을 보여왔던 한국 영화계는 지난 92년의 경우 96편이 제작되었으나 지난해에는 64편의 제작에 그치는등 큰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제작된 64편중에는 20편이상이 비디오 시장만 을 겨냥해서 만들어진 저예산의 3류영화도 포함되어 있어 더욱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비디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연윤리 위원회의 심의백서에 따르면 지난해국내에서 제작된 비디오물은 5백81편에 불과 하지만 수입된 외국 비디오물은1천8백70편에 달했다. 국내 비디오물 창작 극영화는 2백73편이다. 이중 90% 이상은 성인물과 폭력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국내에서 외화 비디오를 들여와 팔기위해 지불된 판권료만도 지난 92 년에는 약 5천만달러에 달한다. 대우 전자를 비롯한 8개 주요 비디오 제작사 의 매출액에서 판권료로 외국회사에 지급된 비율은 46.4%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직배사의 우리나라 비디오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외화의 시장점유율도 85%나 된다는 것이다. 비디오 판매 및 대여 시장의 규모가 지난 92년 총1조원 이상이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외국 직배사의 국내시장 잠식은 국가경제 차원에서 반드시 재고할 가치가 있다. 레이저 디스크(LD)의 경우, 지난해 외국에서 수입된 편수는 1천9백76편이다.

이에비해 국내에서 제작된 편수는 고작 11편에 그치고 있다.

극영화보다 제작편수가 증가하고 있는 미래 영상의 첨병, 영상 애니메이션의 경우 문제가 보다 심각하다. 영상 애니메이션의 대표 분야인 만화 영화를 보자. 국내제작 만화영화의 비디오시장 출시 편수는 25편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 만화영화의 출시편수는 1백15편에 달한다. 이중 일본 만화영화의 시장 점유율은 60%에 이르고 있어 청소년들의 일본문화에 대한 예속이 가속화 되고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영상 시장은 외국영상물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다. 문화의 종속화에 대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내년 3월1일 부터는 22개의 케이블 방송국이 24시간 방영목표로 개국하면 현재 필요한 영상물보다 더 많은 프로 그램이 필요하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멀티미디어시대의 도래로 이른 시일내 가정에 있는 컴퓨터를 통해 영화 를 보고, 역사공부를 하고, TV를 통해 백화점에 있는 상품까지 주문할 수 있게 된다. 사무실에서는 컴퓨터를 통해 해외지사와 화상회의를 할 수도 있는시대에 곧 살아가게 된다.

한마디로 멀티미디어는 컴퓨터 영화 비디오 음악 정보통신 출판등 여러 산업 분야가 혼합돼 있다. 이들은 서로 연관성을 가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영상물 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급변하는 21세기의 뉴미디어시대를 맞아 우리나라는 무엇을 준비하고있으며 어떠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본의 경우 영상저작물 육성을 위해서 소니는 미국의 콜롬비아를 매수 했고 내셔널은 MCA를, 도시바는 워너브러더스에 출자했다. 또 미쓰이 물산은 91 년 TVROKYO와 미국 NBC와 공동으로 NNBC를 설립해 프로그램을 일본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그리고 미쓰비시 상사는 할리우드의 8급 오락영화를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스미토상사는 CSN과 스타채널과 비디오 및 게임소프트웨어 제작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자국의 영상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에서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고, 영상저작물 및 자국의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지원을 강구하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는 영화와 텔레비전 영상물 제작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지난해에만도 20억프랑을 초과했다. 영화분야만은 지난 90년 8억3천2백만프랑, 91 년 8억7천4백만프랑이었다. 문화적인 영화 제작과 배급을 위한 혁신적인 계획으로 지난 90년 지원한 금액도 2억8천4백90만4천프랑에 달했다.

또 정부 주도로 3천억원의 기금을 모아 모든 영상 저작물에 지원하고 있다.

영화의 경우 92년도 영화 제작편수가 1백56편이었는데 이중 정부의 지원기금 으로 제작된 영화가 1백13편이었다. 지난해에는 1백52편이 제작 되었는데 정부 지원금으로 제작된 영화가 1백1편이었다.

이러한 지원 결과로 프랑스의 코미디 영화 "비지터"는 1천2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미국영화 "쥬라기공원"의 관객이 5백만명 이었던것을 감안하면 2배이상이나 많다. 또 "제르미날"의 경우 "쥬라기 공원"의 관객 수와 비슷한 5백만명의 관객이 몰려드는등 흥행에 성공했다.

독일의 경우 연방 기구인 FFA에서 제작되는 영화의 형태에 따라 재정을 지원 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제작비의 50%를 소유하고 있는 독일 제작사나 예산 의 15%를 투자한 제작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제작비가 편당 25만 마르크이상이거나 이하인 작품에 따라 등급을 매겨 2년연속 제작시 자동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호주도 영화재정공사가 88년 7월 설립돼 극영화 TV영화 미니시리즈 아동용프 로그램 기록영화 등을 위한 자금을 조성하고 있다. 이로인해 한해동안 영화 에 직접투자가 가능한 자금만도 7천만 호주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뒤늦은 감은 있으나 다가오는 영상시대에 대비, 정부에서 영상산업발전 민간협의회를 구성해 영상저작물에 대한 좋은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필자가 우연하게 영상산업발전민간협의회의 제2분과 대표집필자로 참여하게 돼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영상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각 단체들의 소리를 듣기위해 현장을 찾아다니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문화의 지속적인 발전과 영상산업의 올바른 발전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문제점들을 종합해 보면 크게 3가지로 집약시킬 수 있다.

첫째로는 우리나라의 영상제작자들이 영세해 좋은 아이디어는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본이 없어 영상화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정부의 많은 규제 및 완화와 기자재 수입시 세금의 감면을 원하고 있다. 셋째로는 영상물의 원활한 유통 질서와 배급을 원하고 있다. 다시말해 자본과 규제완화, 그리고 유통으로 집약시킬 수 있다.

이 3가지의 문제점을 풀기 위해서는 각 부처간 이견을 종합하고 협조를 얻어야 한다. 특히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안으로서 먼저 좋은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영상 저작물 제작 의 활성화를 위한 법제상.재정상.금융상의 지원과 영상산업에 대한 제조업과 동일한 지원이 법으로 명문화돼야 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규제를 완화해 자유로운 창작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으로 본다.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예탁금을 지불해야 하고 1년에 한편씩 의무제작을 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어야 한다. 비디오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적정 시설을 갖추도록 해야 하고, 또 심의를 받을 때는 각 부처와 매체에 따라 따로 심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 또 완전 등급제도가 아니라 삭제를 하는 등의 규제를 완화해야만이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영상물 제작을 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을 어떻게 해야 하느 냐와 제작지원을 위해서 어떻게 기금을 모금하느냐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어 슬기롭게 풀어 나가야 한다. 먼저 정부가 21세기의 영상시대를 앞두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각 부처간 이기주의적인 자세와 각 매체간 이익만을 위해 주관적인 안목에서 몸을 사리는 자세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경우 극장에 대해 11%의 특별소비세를 부과하고 있고 비디오 판매 와 대여시 영상진흥기금을 부과하고 있다. 또 TV수상기 판매시에도 2%를 부과하고 있다. 텔레비전 방송국의 이익금 일부도 진흥기금으로 부과, 약 3천 억원을 진흥기금으로 확보해놓은 상태다. 프랑스는 이를 이용해 문화를 보호 하고 육성시키고 있다.

좋은 환경과 충분한 제작여건이 조성돼 좋은 작품이 제작되었다 하더라도 우리의 영상물을 상영하고 방영할 장소와 시간대가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일정비율의 공연장소 확보와 프로 그램을 방영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특히 법적으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영상저작물의 해외시장 개척과 합작영상저작물을 통해 개방해야 하고 지원해 주어야 한다. 국제경쟁력 강화와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범유럽의 공동제작을 위한 영상블록화처럼 일본과의 합작을 포함하는 아시아 블록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국가차원의 엄청난 물적지원과 함께 인적 자원인 영상인력 양성을 어떻게 육성하느냐 하는 문제가 커다랗게 대두되고 있다. 한나라의 경제를 한명의 훌륭한 정치가에 의해 이룰 수 있듯이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명의 천재적인 예술가에 의해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제일 중요한 것이 인재양성이고 장기적으로 투자해 야 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법제상의 조치와 규제 완화는 부처간 이해와 협조가 있으면 좋은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영상진흥기금의 확보에 있어서도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영상진흥기본법이 국회에 상정되어 시행된다 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으로 염려된다.

모두 함께 넓은 시야로 2000년대의 뉴 미디어시대를 바라보면서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밀려오는 외국의 영상물을 막기위해 튼튼한 방어벽을 쌓아야 한다. 영상산업은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미래의 문화산업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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