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이 붕괴하면서 워크스테이션의 선두업체인 선사의 경영 전략실에서는 그동안 전혀 거론조차하지 않았던 색다른 회의로 분주했다. 공산권이라는 이미지가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모스크바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라는 경영 층의 하명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의몰락 이후 일터를 잃고 헤매는 구소련의 고급두뇌를 잡아 기반기술을 확보하고 나아가 무궁무진하게 커질 소련의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시장 까지 넘보려했던 미국기업의 국제화전략이었다.
이러한상황은 선사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IBM, 선, 휴렛팩커드, AT&T, 마이크로소프트, 넥스트등 세계적인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회사들은 이때 너나 할 것없이 기술 및 잠재시장확보를 위해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탔다.
코콤규제로 워크 스테이션 이상의 컴퓨터를 반입하지 못했던 구소련의 경우 자본주의 국가에서 메인프레임이 하던 업무를 PC로 대신할 수 있게하는등 저력있는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또 나름대로 우주항공 및 국방분야에 사용할 컴퓨터를 개발한 경험도 갖고 있어 당시 이들 미국업체들의 현지법인설립을 통한 국제화 붐은 경쟁적이었다.
이는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분야 선진 기업들이 해외R&D강화를 통해 펼치고있는 국제화전략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이들은기술과 시장만 있다면 어느 지역이건 가리지 않고 해외R&D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막대한 시장 가능성이 있는 소프트웨어분야는 기술못지 않게 각국의 독특한 언어 및 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현지화를 통한 국제화 전략은 그어떤 품목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들은 잘 인식하고 있다.
국내에도이들 미국기업에 못지않게 현지화를 통해 선진기술인력 확보 및 시장침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회사가 있다.
삼성전자의모스크바 소프트웨어연구소 및 현대전자의 워크스테이션 생산 및판매법인인 엑셀컴퓨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삼성은구소련이 기초 과학기술의 보고인 점을 감안, 지난해말 모스크바인근 에 소프트웨어연구기지를 설립해 가동에 들어간바 있다.
러시아의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셸코프코에가 델타빌딩에 위치한 삼성전자 러시아 소프트웨어센터는 삼성의 국산중형컴퓨터인 타이컴과 스콜피오 워크스테이션 고성능PC외에 네트워크장비등을 갖추고 있다.
또연구개발인력 16명과 관리인력 5명을 비롯, 모스크바대학.러시아과학아카 데미 등의 박사들로 구성된 자문단등 20여명의 정규인력 외에 소프트 웨어에관심 깊은 우수대학생그룹인 소프트웨어멤버십 20~30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향후 2~3년내로 인력을 3백명수준으로 늘려 삼성의 러시아종합연구소로 확대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구소련의우수한 인력을 조기 확보, 상품화가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발굴하고 향후 이 지역에서의 국산컴퓨터 및 소프트웨어사업 진출에 유리한 기반을 다 지기위한 포석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대전자의컴퓨터분야 국제화는 선사의 스파크스테이션 호환기개발 및 생산 에 나서고 있는 미국의 현지법인인 엑셀컴퓨터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대의브랜드가 한국계회사이자 자동차업체로 너무 인지되어 있어 미국컴퓨터 시장 공략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미국내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전략으로 별도의 브랜드를 만들었던 것이다.
특히이 회사가 선사에 이어 세계 2번째 스파크스테이션호환기업체로 부상할 수 있었던데는 경영에서 개발.판매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국제화 되어 있다는데 있다. 자본만 한국회사이지 개발책임자나 경영책임자, 영업책임자가 모두미국인이다. 따라서 미국내 컴퓨터업체들 조차도 이 회사가 한국계회사인지 미국계회사인 지 쉽게 알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현지화에 나선 대기업이 있는데 반해 소자본으로 국제화에 나선 중소기업도 있다.
소프트웨어업체인세종정보통신이 대표적인 사례. 이 회사는 모스크바의 소 프트웨어전문업체와 기술교류를 추진하는가 하면 전문기술자를 국내에 고용 , 첨단 기반기술을 상용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인력 및 자본의 국제화 외에 국내컴퓨터및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국제화를 추진하는데 빼놓으면 안될 중요한 사항은 해외마케팅 및 서비스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유럽의 경우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판매마진은 높으나 현지 진출법인이 별로 없어 그지역 VAR(시스템재판매업체)을 통해 전적으로 영업 및서비스를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국내 컴퓨터분야의 대표적인 수출제품인 PC의 경우 유럽 지역의 시장 상황변화에 따라 수출증감폭이 매우 급변, 생산의 적정화를 꾀하는데 어려움 을 겪는 사례가 종종 벌어지고 있으며, 주력 수출품목으로 육성할 워크 스테이션도 마찬가지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고부가가치제품으로 올라갈수록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져 국내 모회사의 경우 워크스테이션 수출시 유럽의 VAR업체에 전적으로 의존, 이 회사에 유럽 영업전체를 매달리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와함께국제화 추진에 있어 빼놓을수 없는 것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생산 품목을 전환하는 것과 이와병행 생산단가를 최대한 줄이는 노력이 선행 돼야한다는 것이다.
UR협상으로전세계가 무한기술경쟁시대에 돌입한 상황에서 이제 고부가 가치 제품 이나 염가의 제품이 아니고는 어느곳에서든지 설자리가 없어지게 될 것은 확실하다.
일례로국내 컴퓨터산업의 대표적인 제품인 PC의 경우 이러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이나 비용절감의 속도가 늦어져 지난 90년대 초반 까지만해도세계 2위의 PC생산국이었으나 이제는 대만에 엄청난 격차로 뒤떨어져 버리는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특히 국내 모컴퓨터업체의 경우 비용절감을 제대로 하지못해 PC분야 에서만무려 3백억원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이는원가절감이나 고부가가치제품으로의 전환 외에 제품수주에서 현지 조달 에까지 소요되는 딜리버리시간이 매우 느리다는 것도 주요원인으로 지적된다 반면 대만의 PC업체인 에이서(ACER)의 경우 원가줄이기작업을 전사적으로 전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지난해 19억달러매출에 8천5백만달러의 이익을 올려 세계 8위로 부상한데 이어 올해는 "세계 빅5"를 목표하고 있어 우리 기업 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특히 에이서는 올해부터 국제화 전략의 일환으로 생산은 현지기업이 하되 단지 브랜드만 빌려주는 전략적협력체제를 구축, 세계 화에 나설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이와함께국내컴퓨터 및 소프트웨어업체들이 국제화하려면 기업의 노력 못지않게 정책적인 배려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프트웨어분야는 국내 대다수업체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국제화물결을 타는데는 역부족인 상태여서 정책적인 배려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이의일환으로 소프트웨어분야를 수출주력 품목으로 육성하려면 먼저 정책적 인 차원에서 국제적인 유통채널을 갖는 국내 소프트웨어유통업체를 만들어 세계무대를 상대로 우리 제품을 많이 내보낼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한다는지적이 높다.
즉국내업체들이 일정자금을 모아 미국 등지에 국내 소프트웨어를 소개 또는판매하는 유통업체를 설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현지 판매에 나서게 되면 이에 상응하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밖에 국내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업체들의 국제화추진에는 앞으로 닥칠 선진국의 시장규제에 대비, 국내생산시 우위가 없는 품목에 대한 생산 기지 이전과 함께 현지회사와의 기술 및 마케팅협력등을 통해 사전대응해야 한다는지적도 있다.
또핵심부품의 국산화를 통해 안정적인 부품수급을 꾀해야 하며, 제품차별화및 현지수요에 적합한 제품개발에도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와병행국제적인 개발협력에도 적극 나서 현재 우리가 확보하지 못한 기술 을 선진국으로부터 조기에 이전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도중요하다. 특히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분야에서는 앞으로 각 가정에서 원하는정보를 화상으로 받아볼 수 있는 비디오 온 디멘드(VIDEO ON DEMAND)등 멀티 미디어산업이 급속도로 확산추세에 있는 점을 고려, 이러한 분야에 대한 국 제화추진이 보다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컴퓨터시스템산업의 신속한 기술변화추세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수급체제 구축과 함께 개방화추세를 감안, 유닉스나 POSIX, 분산컴퓨터처리환경 (DCE) 등과 같은 세계표준규격에 입각한 개발환경 토대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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