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후반은 전지산업의 위기의 시기였다.
수입자유화조치이후 외산 건전지의 유입이 날로 늘면서 기존 업체의 경영은 악화일로에 있었다.
80년대 들어 탄탄대로를 걸었던 로케트전기가 적자 행진을 시작한 것도 이무렵부터였다. 서통의 경우도 전지분야에서 적자 폭이 커져만 갔다.
이들업체가 깊은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거의 없어 보였다.
업계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80년대 후반은 이들 업체에 깊은 상심을 안겨준채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 업체가 회생의 숨통을 트기까지는 90년대의 몇년이 또 흘러야했다. 한편 기존 업체가 전에 겪어보지 못한 혹독한 시련을 맞고 있는 동안 90년대 를 향한 변화의 조짐들이 여기저기서 꿈틀대고 있었다.
40년이상 큰 변화가 없던 전지산업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이 시기에 나타나기 시작한 조짐들은 전지산업에 일대 지각변동이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80년대 후반은 전지산업의 위기의 시기였지만 다른 한편 90년대를 향한 산업재편의 준비기였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89년여름의 어느날. 일부 신문지상엔 일반인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는 못했지만 전지업계 관계자들에겐 상당한 긴장을 불러 일으키는 기사가 하나 실렸다. 세계적 전지 메이커인 프랑스의 샤프트사가 국내 전지시장에 독자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이 회사가 시장공략의 주력품목으로 하려는 것이 니카드 전지라는 내용이었다. 그해 10월 이 기사의 내용은 현실로 나타났다.
샤프트사는5천만원의 자본금으로 한국내 현지법인인 샤프트코리아를 설립하고 프랑스 본사에서 니카드 전지를 반제품으로 들여와 조립 생산하기 시작한것이다. 샤프트코리아의 활동은 두가지 점에서 관심을 집중시켰다.
외국유명 전지업체의 국내 직접진출이라는 점이 그 하나였고 2차전지인 니카드 전지 사업을 주력으로 삼았다는 것이 또 다른 하나였다.
이즈음 전지시장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미는 국내 업체들이 속속 생겨 나기 시작했다는 것도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리튬전지전문업체인 테크라프도 이 때 등장한 업체중 하나였다. 이 회사는 전지 오퍼를 하던 서재웅 사장이 제조업에 뛰어들기 위해 87년 설립했다.
테크라프는88년 미국의 일렉트로 캠으로부터 기술을 도입, 리튬전지 개발을 진행하면서 90년 5월 공장을 준공하고 이듬해 군용전지를 생산하면서 전지사 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테크라프의설립 이후에도 크고 작은 업체들이 전지시장 진출을 꾀했다.
그가운데는 대기업인 금성사도 있었다.
당시무위로 끝나긴 했지만 이 회사의 전지시장 진출시도는 90년대의 전지시장의 판도가 80년대와는 크게 달라질 것임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87년말금성사는 카메라, 카세트 등의 보급 확대에 맞춰 이들 기기에 사용할 건전지를 직접 생산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이 계획은 실천으로까지 옮겨지지는 못했다.
대기업의시장 참여에 대한 로케트.서통 등 기존업체들의 반발에 워낙 거셌기 때문이었다.
금성사는이로 인해 기존 시장으로의 진입을 포기하고 대신 2차전지인 니카드 전지만을 생산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금성 사 자체의 투자 우선 순위에서 밀려 유보되고 말았다.
그럼에도불구 하고 80년대 금성사의 전지시장 진출 시도는 전지사업에 대한 이 회사의 집착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60년대이미 전지시장 진출을 꾀하다 로케트와의 마찰로 중단했던 이 회사가 20여년이 흐른 뒤 또다시 시장진출을 꾀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전자산업의발전, 특히 휴대형 전자제품의 보급 확산은 가전 업체들에 소형고성능 전지기술 확보의 필요성과 시장의 무궁한 가능성을 일깨워 주기 시작했다. 금성사의 전지시장 진출시도는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그 후 대기업들 의 잇달은 2차전지 시장진출의 신호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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