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서 설립운영하는 연구소를 크게 두가지로 나눠보면, 하나는 국가의 존속 대외적 위상, 국민공공복리등을 위한 연구를 하는 곳으로서 영리를 추구 하는 기업과는 별 관계가 없는 연구소이며 다른 하나는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기술의 연구개발을 중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는 연구소일 것이다.
전자에해당하는 연구소는 무조건 국가가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고, 연구영역도 기업체의 그것과 상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별로 기업체와의 갈등은 없다.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국가의 넉넉한 지원이 필요한 곳이다.
한편,후자에 해당하는 연구소는 연구개발의 대상이 기업체의 그것과 겹치면서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하기 때문에 정부예산 사용의 효율성관 점에서 항상 최종 연구결과물을 놓고 기업체나 기업체 연구소와 비교 대상이 되고 경쟁관계에 서게 된다. 그런데, 우리에게 이러한 연구소의 운영과 기능 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비전이 아직 없기 때문에 항상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대한 비판과 토론이 공회전하듯 끊임없이 되풀이 되어 온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혹시, 이문제를 들여다보는데 하나의 참고가 될까하여 대만에서 필자 가 보고 느낀 것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대만의공업기술연구원(ITRI) 산하에 전자공업연구소(ERSO)라는 곳이 있다.
ITRI는약 15~20년 이전의 바나나 수출국이던 대만을 지금의 세계 최고의 PC생산국으로 바꿔놓은데 공헌한 핵심기관으로서, 대만정부와 대만 출신 기술 자간의 협력에서 나온 걸작품이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KIST와 비슷한 목표로 출발한 기관이라 볼 수 있겠다. 대만의 ITRI가 일찌감치 기초 연구와 응용연구 전문분야와 종합적 연구사이의 딜레마를 기업체와 정부사이의 유연한 연 결체 역할을 해옴으로써 날로 번창해가는 대만 첨단 기업의 직간접적 산실이 되고 있음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세계를석권하고 있는 대만의 컴퓨터, 통신등의 분야에 쓰이는 여러가지 보 드 제품들의 핵심인 ASIC 기술을 대표하는 UMC.TSMC와 같은 대규모 foundry 회사들이 모두 ERSO의 spin-off이다. 이들 회사는 모두 연 매출액의 1조원을 넘고 이익률이 25%가 넘는 알짜배기들이다. 대만의 최고 종합연구소인 ITR I의 분신인 이 회사들이 고부가치상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아니라고 생각된다.
대만에서회사와 국립 연구소와의 관계는 매우 독특하며, 우리와 다른 것이많다. 그중 가장 핵심은 연구소 회사와 절대로 직접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만의 크고작은 전자 관련 기업이 모여 공회를 갖고, 대기업이 건 중소기업이건 무조건 한 표의 권리로 ITRI가 할 연구과제를 제안해준다.
대만의국회의원들은 유권자인 이 공회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하기 때문에,IT RI가 이들이 제안한 연구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본질적인 문제는 없다. 대만의 기술과 경제의 원동력이 중소기업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은기업의 크기와 무관하게 한표로 정해지는 프로젝트를 막강한 ITRI의 연구진 이 수행하여 연구결과를 참여기업들 모두에게 살포시키기 때문이다.
연구소에서는대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spin-off시킬 것으로 생각하고 팀을 구성한다. 팀 구성원들의 상당수는 그 프로젝트가 성공되는 날 기술과 함께 자신들도 새로운 기업체로 전수 (transfor)된다는 것을 잘 알고, 5년후 혹은 7년후의 창업자그룹으로서의 원활한 입지를 위해 열심히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궁극적으로 자기회사의 기반기술과 상품을 개발하는 일이므로 강한 동기속에 서 자발적으로 일하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연구소 사람들이 spin-off 되는것은 아니다. 돈버는 것보다 연구를 좋아하는 매우 똑똑한 그룹의 사람들이 선민의식을 가지고 여구소의 중심을 지키고 있는 것이 이들이 쓰는 연구비와 연구의 질이 이들의 자존심을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대만의 연구소의 동적 (dynamic)이고, 유연한 운영방식에 힘입어 이들에겐 기업과 연구소의 갈등이 거의 없다.
이것은어쩌면 대만에 대기업이 별로 많지 않아서 인지도 모른다. 사실 대기 업은 이러한 국공립 연구소로부터 큰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대기업의 규모 가 더 큰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자본과 시설의 규모보다는 정보와 결단의 신속성이 사업의 성패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첨단산업기술분야에서는 중소기업이 해 주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대만에서는정부가 여러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며, ITRI는 이러한 중소 기업을 직간접적으로 자극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ITRI는 막강한 정부지원으로 톱수준 과학기술자들이 모여들어 기업체들이 부러워 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항상 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을 해주고, 기업체로부터 무시당하지 않게끔 항상 자신의 실력을 꾸준히 향상시켜가는 ITRI와 이러한 framework안에서 이를 지원하는 정부, 이것이 우리나 대만과 같이 작은 나라에서 첨단산업기술개발을 위해 연구개발 능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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