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컬클록(정치시계)은 로컬타임에서 움직여도 이코노믹시계는 월드타임 에서 움직인다" 이는 일본 소니사 모리타회장의 말로 국내외 경제환경의 변화로 기업의 모든 활동이 세계화 내지는 글로벌화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모리타회장의 이 말은 이제 세계 유수전자업체들의 글로벌화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유명 전자업체치고 "글로벌 경영"을 추진하지 않는 업체는 별로 없다. 우리나라 전자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 금성사, 대우전자, 현대전 자등 종합전자 4사를 비롯 일부 컴퓨터업체들이 글로벌경영에 박차를 가하고있다. 국제적 경영감각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 했다는 얘기이다.
글로벌경영은 간단히 말해 제품개발, 제조, 판매, 경영등 기업의 모든 기능 을 분할, 지구상의 최적지에서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국제화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것은 과거의 다국적기업의 해외진출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내용면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규모와 제품 개발 및 판매과정이 다르다.
한예로 제품의 설계 디자인을 종래의 전자업체들은 외국 현지에서 처리하지않고 본사에서만 했으나 현재의 글로벌체제에서는 현지회사가 제품의 디자인 설계는 물론 본사의 기능까지 담당하고 있다.
즉해외 판매 활동을 전개하던 시대에서 생산은 물론 연구개발, 나아가서는현지 공장에서 본사의 인사.재무.회계등 일반경영업무까지 모두 처리하는 글 로벌 경영체제로 이행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전자업체의글로벌화에 대해 중앙대 전용옥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전자업체의글로벌화는 전세계 경영자원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적 피 라미드조직을 국제적 넷워크조직으로 바꿔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연구개발이 뛰어난 선진국에 연구개발센터와 디자인센터를 설립,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해외마키팅과 영업을 전적으로 해외본사에 맡기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해말부터 본격적인 글로벌경영을 추진해온 삼성전자의 경우가 좋은 예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전세계를 미주, 중구, 중남미, 구주등 5개지역을 나눠 지역별 본부체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지역별로 디자인, 설계, 생산, 판매, 서비스, 물 류등을 일괄처리하고 있다.
해외생산체제를보면 93년말을 기준으로 15개 생산법인에서 각종 전자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멕시코 컬러TV공장(1백20만대)을 비롯, 말레이시아의 전자 레인지공장(1백만대), 중국과 인도네시아.스페인의 VCR공장(각각 50만대),영 국의 TV공장(50만대) 체코의 냉장고공장(60만대) 등은 연간 50만대이의 대규모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해외판매법인은 현재 전세계 16개국에 54개점이 운영되고 있으며 70개국에 서비스센터가 개설되어 있다. 미국, 유럽, 일본등에 2개의 연구소와 연구분 소가 있고 일본의 동경과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디자인연구소가 설립되어 있다.
삼성전자는특히 본사가 관리하는 지사체제로는 현지시장에 능동적이거나 신축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 지사자체의 관리기능을 크게 강화시켜가고 있다. 금성사와 대우 전자, 현대전자 등도 이와 비슷한 글로벌 경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인패턴으로 전자업체들의 국제화과정은 5단계로 진화되고 있다. 1단 계는 수출, 2단계는 해외판매망의 설치, 3단계는 생산기지구축 , 4단계는 경영지원의 해외이전, 마지막 5단계는 해외거점간의 유기적인 연계체제구축 등으로 이루어진다.
현재우리나라 전체 전자업체들의 글로벌화작업은 아직은 초보단계에 머물러있다. 일부 종합전자업체를 제외하고 라인 몇개만 깔아놓고 현지공장을 세웠다는게 일반적인 유형이다. 국제화 5단계중 2단계.3단계에 머물고 있는게 고작이다. 삼성전자, 금성사, 대우전자, 현대전자등 종합전자 4사가 이제 마지막인 5단 계에 들어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수준이다.
종합전자업체들이글로벌경영에 관심을 갖게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이를 앞당기게 한 것은 국내외 기업환경의 급변이다.
밖으로는EU통합등 세계경제의 블록화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은 물론 개도국의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다. 안으로는 수입규제완화와 수입개방으로 외국업체들 의 국내시장잠식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다엔고영향을 우리의 수출환경호기로 살리지 않으면 안되고 소비자욕구및 생활스타일의 변화에도 대응해야하며 시장을 확대해 가야하는 기업전략 도 완수해야한다.
어쨌든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의 글로벌화 추진은 활발하다. 해외 거점간의 유기적인 넷워크 구축은 아니더라도 해외투자를 통한 국제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자 산업의 해외투자실적은 92년 허가기준으로 총3백80건 8억5천7 백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우리전자업체의 해외투자는 92년을 경계로 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91년까지만해도 연간 50여건에 불과했던 해외 진출 이 90년부터는 1백여건을 육박할 정도로 러시를 이루고 있다.
국내전자업체들의전체생산규모는 정확하게 집계되지않고 있으나 전자공업진 흥회가 전자업체 54개 해외지사공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이들 전자업체들의 연간생산액은 내수생산량의 20%에 해당할 정도이다.
제품별로보면 컬러TV의 경우 연간 3백만대에 이르고 VCR는 국내생산의 23% 에 해당하는 2백20만대나 된다. 전자레인지는 내수생산량의 16.2%에 해당하는 11만대정도이며 CPT는 2백만대에 이른다.
우리전자업체들의 이러한 해외투자에도 불구, 그 규모면에서는 일본과 비교 가 되지 않는다.
지난해말까지일본 전자업체들의 해외투자실적은 총56억달러로 1백여개 업체 들이 9백80여개의 해외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세계 어느나라치고 일본현지 생산공장이 없는 곳이 거의 없다. 거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일본의 현지 공장 들은 동남아시아 각국 정부들까지 눈치를 볼 정도로 성장해있다.
금성사해외지원실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이제 전자 업체간의 경쟁 뿐아니라 정부 간의 경쟁도 가열, 세계적인 무한경쟁 시대를맞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정부도 이러한 점을 감안, 기술획득형 기술투자나 해외 기술기업의 인수합병시 행정절차를 간소화 했으며 해외투자 자금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가전업체를 비롯 컴퓨터, 통신, 부품업체들과 정부가 글로벌체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자업체의 올바른 글로벌경 영을 추진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전자업체의글로벌화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는 경영측면에서 해외투자 법인을 현지화.토착화하는 것이다. 어디에서 영업을 하든지 그 지역에 맞는 기업이 되고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의미에서 전자업체의 국제화. 현지화는 동시에 진행되지 않으면 안된다. 얼마전 삼성전자가 일본의 오디오전문업체인 럭스사를 전격 인수했다. 이는럭스의 제품개발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한 의미도 있지만 일본에다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전문업체 인수를 통해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일본 시장 을 자연스럽게 공략할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최근들어일부 업체들이 기술력이있는 선진국에 연구개발센터와 디자인 센터 를 설립, 원천기술을 도입하거나 현지인들의 취향에 맞는 현지개발을 하고있긴 하지만 상당히 미흡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아지까지 개선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다.
전자업체의글로벌화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판매회사의 세계화이다. 현재대부분의 해외영업은 현지기업을 통한 대리판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해서는 매출확대는 물론 채산성확보에 문제가 많다. 초기 시장침투가 힘들겠지만 자체 운영의 판매법인을 설립해나가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병행해 현지 진출 기업경영을 독립법인화시키는 작업도 필요하다. 본사 가 관리하는 해외 지사 체제로는 현지 시장에서 능동적이고 신축적인 대응이어렵다. 해외 정보를 가장 빨리 접할 수 있는 곳은 바로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법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별도의 판매법인설립 못지않게 현지인에게 각종 경영권한을 위임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는게 업계 관계자들 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현지화와판매 법인의 독립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또 있다. 해외 거점간의 유기적인 연계체제 구축이 바로 그것이다.
해외거점운영의 최대 관건은 전세계에 퍼져 있는 해외법인망의 통합과 조정 이다. 즉 복수의 현지법인의 운영을 상호보완적이고 유기적인 연관속에서 수행해나갈때 경쟁기업보다 저렴하고 차별화된 제품을 보다 신속하게 생산. 판매할 수 있다.
따라서글로벌 추진업체들은 전세계차원에서 현지법인 간의 글로벌 넷워크을구축 국제경제.경영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해야 한다.
이외에도해외 공장과 국내본사 간에 차별화되지 않은 제품을 개발한 다든지 생산판매의 국제화추진과 함께 연구개발 및 설계의 글로벌화가 따라주지못하는 "절름발이형 국제화(?)"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현안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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