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산업공단, 존폐기로직면.

구로, 부평, 남동공단을 관장하는 한국수출산업공단이 화려했던 과거를 멀리한 채 우리의 기억속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수출산업공단은정치경제상황의 급격한 변화속에 엄청난 위상 변화를 겪으면서 존폐의 갈림길을 맞고 있다.

구로공단본부로더 잘알려져 있는 한국수출산업공단(이사장 최종호) 은 위에서 보면 배(선)의 형상을 하고 있다.

앞마당의연못은 바다를 뜻하고 본부건물은 배의 선실처럼 꾸며져 있다.

배에물건을 싣고 태평양을 향해 진군하는 수출선의 위용 바로 그 것이다.

동경제대를나온 당대 저명한 설계사 박춘명씨에 의해 구상된 구로공단 본부 건물은 60~70년대 영등포의 명물로 손꼽힌 바있다.

유신시절수출선봉의 상징처럼 인식돼온 구로공단은 한 시절 국가 수출 드라 이브정책의 최전선을 지켜온 파수꾼이었다.

구로공단은한 때 정부의 수출장려홍보시에 단골메뉴처럼 등장했던 주요인물 의 방문지이기도 했다.

선물꾸러미를 안고 단체버스로 고향길에 오르는 근로자들의 모습들은 추석, 설등 명절에 꼭 등장하는 뉴스거리였다.

그러나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구로공단본부는 정부주도의 경제 정책이 퇴색 , 정부지원이 중단된 데다 입주업체들의 무관심과 내부조직이 비대해 지면서 설립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구로공단의현 위기는 무엇보다 정치상황의 변화때문이다.

하지만 계획경제나 다름없었던 초창기와는 달리 이제 관주도의 산업 발전은 기대할 수없는 실정이며 이 때문에 이러한 위상변화는 시대상황에 따른 자연 스런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다른 이유는 정부의 지원중단이다.

이로인해 공단본부는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에 직면해 있다. 이와 함께 입주업체들의 무관심과 상대적으로 약화된 권한등도 구로공단본부 의 위상을 퇴색시킨 또다른 요인이다.

하지만구로공단본부의 가장 큰 어려움은 비대해진 조직과 급증하는 장기근속자문제. 입주업체를 관리하는 업무가 고작인 본부의 식구는 현재 무려 2백명이 넘는다. 재원은 40억~50억원규모의 적립기금과 산업용수,창고등 몇 가지 수익 사업이 고작이다. 공단본부의 현 수익사업은 월 1억원규모에 이르는 산업용수와 월 3천5백만원 수준인 창고임대업등이다.

적립기금에대한 이자소득과 산업용수, 창고임대료 연간 16억원이 수입의 전부인 셈이다.

특히지난해는 최대 수익사업 가운데 하나인 입주업체에 대한 음용 수공급권 을 서울시에 빼앗긴 바있다.

게다가이사장, 4명의 임원, 9명의 부장밑에 근속연수가 10~20년을 넘는 일반 관리직원수는 엄청나다.

때문에공단본부는 늘어나는 퇴직금문제로 극심한 자금압박을 받고있다.

또한이사장을 비롯한 주요 직책에 대해 정부의 낙하산인사가 계속돼온 공단 본부는 이러한 고질적 인사정책으로 인해 체계적인 조직정비를 하지 못한 채30년을 이끌어왔다.

결국공단본부의 직접적인 위기는 비대해진 조직과 부족한 재원으로 압축되고 있는 셈이다.

살아남기위한 한국수출산업공단의 몸부림은 처절하기 까지 하다.

본부의 업체지원사업중 수익을 남길 수있는 신규사업발굴에 안간힘을 쓰고있다. 공단본부는 남동공단내에 회관을 건립, 임대사업을 추진중이며 입주업체들이 공구를 공단내에서 쉽게 구입할 수있도록 공구상가건립을 구상중이다.

이와함께 업계의 물류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남동공단내에 이미 주유소를 운영중이며 추가로 1개를 더 설립할 방침이다.

또한남동공단내에 수도권의 영세한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한 임대 공단을 조성키로 하고 현재 5만평의 부지를 확보해놓고 있다.

이외에도 구로공단을 첨단산업기지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하고 서울 시립대에 용역을 의뢰, 대략적인 타당성검토를 끝내놓고 있다.

공단본부는또한 자체적인 조직 슬림화를 적극 추진하는 등 군살빼기와 재원 확대에 여념이 없다.

공단본부의우홍길기획이사는 "공단본부는 이제 새롭게 변신해야 한다"고 전제 "기구축소와 업체지원수익사업발굴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공단 본부의 위상은 갈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때문에 시대상황에 맞게 공단본부의 위상과 조직이 새롭게 정비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60,70년대 우리나라 수출의 요람이자 효시였던 한국수출산업 공단이 홀로서 기에 성공할 수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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