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영상음반 정책 흔들리고 있다

정부의 영상음반 정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영상음반에대한 정부 정책의 뼈대인 "음반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에 명시 된 음반 사전심의제의 위헌성 시비로 법의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또 저질문화의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비디오방 영업을 불법으로 규정해 폐쇄 명령한 정부의 조치가 대법원에 의해 적법하지 않은 것으로 판결됐다.

이는규제 일변도인 정부의 영상음반정책이 그동안 바뀐 현실을 제대로 반영 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수정태춘씨(39)가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제와 관련, 제출한 "음반 및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재정신청이 10일 서울형사지법에의해 받아들여졌다. 정씨는 지난해 10월 음비법 16조 2항의 공윤 사전심의를 거부하고 음반을 발표해 불구속기소되자 사전심의제가 언론, 출판, 학문, 예술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심판재정신청을 냈고 이를 법원 이 수용한 것이다.

서울지법의이번 결정은 최근 영상산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영화및 비디오의 사후심의제 도입 주장과 맞물려 공륜의 사전심의제를 철폐 하려는 민 간주도 운동이 날로 거세질 전망이다.

대법원과서울고등법원은 12일 잇따라 비디오방의 영업행위에 대해 현행법에 규제조항이 없는 만큼 이들에게 등록취소등의 행정처분은 내릴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천경송대법권)는 판결문에서 비디오방 주인 이보구씨 춘천시 효자동)가 춘천시장을 상대로 낸 비디오물 대여업소 등록취소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대여업소로 등록한 뒤 칸막이를 설치해 비디오를 관람케 한 행위에 대한 규제조항이 음비법에 없기 때문에 등록취소등 행정처분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특별11부(재판장 권성부장판사)도 비 디오방업자인 문희씨(경기도 안양시 석수동)가 안양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 서 같은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연거푸나온 법원의 두 결정은 음비법의 주무부서인 문화체육부를 당혹케 하고 있다.

공륜의사전심의제에 대한 위헌성과 관련, 문화체육부는 "이 제도가 과거 정치적 목적에 이용된 사례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청소년 보호차원에서 운영되고 있고 따라서 사전심의제도의 폐지보다는 심의규정의 완화 차원 에서 논의돼야 한다" 고 밝혔다. 공륜측은 형평의 원칙상 외국음반에만 사전 심의제를적용할 수 없어 이 제도의 폐지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은영화와 비디오의 경우 음반보다 문화적 파급력이 커 사전심의제 폐지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는법원의 위헌제청 수용건보다 비디오방관련 판결에 당혹감을 감추지못하고 있다. 퇴폐의 온상이 될 우려가 높다는 예단 아래 비디오방 영업을 금지해왔던 문체부로선 "그 조치가 근거법이 없는 채 시행됐다"는 법원의 판결로 인해 망신살이 뻗치게 됐다는 것이다.

비디오방에대한 폐쇄조치보다 자진폐쇄를 유도하는등 이로 인한 파장을 줄이려 했던 문체부는 이번 판결로 사실상 비디오방에 대해서 음란 .퇴폐물 방영등 일부 불법영업행위밖에 어떠한 행정조치도 내리기 힘들어졌다.

법원의결정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다. 정책당국, 민간단체, 공륜, 업계 내부에서도 서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전심의제의존속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제 사실상 사전 검열과 같은 통제는 없어지게 됐다"면서 "그러나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문제에 대처 하고물밀듯이 유입되는 외국 영상음반물을 거르는 사전심의제는 수입억제 역할을 해온 것이다"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반면사전심의제 폐지론자들은 "대중문화란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으로 결국 최종 판단의 몫은 대중에게 있는데 정부나 일부 계층이 이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민주사회에선 있을 수 없다" 면서 "외국 영상음반물의 유입도 국내 영상음반물의 경쟁력 확보로 막을 수 있지 사전심의제와 같은 미봉책은 불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또 "어린이, 청소년, 성인등 계층별로 서로 다른 문화적 욕구를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청소년층에 맞춰 심의하는 것도 문제 라면서 공륜의 심의제도 전체로 문제를 확대시키고 있다.

이처럼엇갈리는 입장은 비디오방의 판결에서도 되풀이된다. 비디오방의 영업이 청소년의 탈선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보는 주장과 일부 예상되는 문제점 을 전체 비디오방에 일반화한 것은 비민주적인 정책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반인들의시각도 사전심의제 존속과 비디오방의 폐쇄조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화생활의 수준이 향상돼 사람들은 저마다 문화수용의 안목을 갖게 됐는데 이 안목을 정부나 특정계층이 독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이는사전심의제와 비디오방 폐쇄로 상징되는 규제중심의 영상음반정책은 현실에서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으로 요약된다.이 주장의 옳고 그름에대한 판단근거들은 사전심의제 관련 헌법재판이 진행될 향후 1년 사이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그 1차전은 문체부의 비디오방 관련 후속 조치에 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것은 법원의 평결이 음비법등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정부 정책에 대한 개선논의에 도화선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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