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 SMPS "전문화"열기에 "찬물"

(주)을지가 SMPS(스위칭 모드 파워 서플라이)사업을 일진전자에 매각키로 결정한 사실은 국내 SMPS업계의 취약구조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이번매각에 대해 업계에서는 "SMPS사업의 전문화와 최고경영층의 인식 전환 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재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측과 "일진 전자의 행보가 또다시 시장상황을 기술경쟁보다는 가격경쟁으로 몰고 가지않을까 우려하는 측으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을지측은SMPS 사업을 시작한지 1년 남짓만에 사업을 포기하게 된데 대해 아직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너무 조급 히 이익을 남기려는 최고 경영층의 성급함"이 주요 원인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기계장비를주로 생산해온 을지는 영원통신이 부도난후 영원통신의 전문인력 을 대거 흡수, SMPS사업에 신규진출한 바 있다. 그동안 체신부 관납을 통해얻은 기반을 토대로 매출확대를 꾀하려 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지난해초 부터 이어진 SMPS업계의 채산성악화 등의 악재로 을지는 사업초기부터 당초 의도했던 수익 개선에 어려움을 느끼게 됐고 누적적자로 인해 기업전체가 흔들리기전에 아직 상황이 괜찮을때 처분하게 된 것으로 추측 된다. 현재 국내 SMPS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문화가 미흡하고 최고경영층이 장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이다. 을지가 사업을 포기한 것도 결국 전문화를 통해 대형화를 이룩하려는 의도가 처음부터 배제되었다는 점과SMPS사업자체에 대한 경영층의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이번 을지의 SMPS사업 매각을 계기로 최고경영층의 인식이 전환 되지않는한 SMPS사업은 허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재차 입증된 셈이다.

특히"적당히 투자해서 적당히 이익을 남기면 된다"는 업계의 고질적인 적당 주의가 이번 기회를 통해 완전히 사라지길 업계는 고대하고 있다.

한편이번 을지의 SMPS사업 매각이 시장상황을 또다시 가격경쟁으로 몰고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측도 있다.

영원통신의부도이후 계속되어 온 신생 SMPS업체들의 등장이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를 기술경쟁보다 단기적인 가격경쟁을 조장할 수 있다는 업계의 비난 이 거세게 제기됐던 판국에 이번 을지의 매각으로 또다시 이같은 시장경쟁이 재연되지나 않을까 업계는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을지의 SMPS사업을 인수하는 경기도 광명 소재 일진전자(대표 홍성용 는 SMPS와는 무관한 컴퓨터통신용 커넥터를 전문적으로 생산해온 매출 40억 원규모의 소규모 업체다.

이회사는 앞으로 "일진테크놀로지(가칭)"라는 신규법인을 설립하고 을지의인천 남동공단내 설비와 자재를 매입할 방침이다. 당분간 기존 을지의 남동 공장을 임대해 사용하고 기존 40여명의 SMPS관련 인력은 계속해서 유지해 나가면서 점차 독립시켜 나갈 계획이다.

일진전자측은현재 사업인수 이유에 대해 매출확대를 통한 기업규모 대형화 와 수익성 제고는 물론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일진의 이번 사업인수의 배경에는 기존 컴퓨터통신용 커넥터를중점공급한 이 업체의 수요처가 노트북용 SMPS를 주로 생산해 온 을지의 수 요처와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영업쪽에 상당한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으로풀이하고 있다.

따라서일진의 SMPS사업 개시는 곧바로 노트북PC용 SMPS시장의 공급 경쟁 과열로 이어질 공산이 크고 또 한번 신생업체 출현으로 인한 심각한 가격 경쟁 의 산고를 겪어야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업계는이번 을지의 SMPS사업 매각이 또다시 시장발전을 저해하는 쪽으로 흐르지 않기 위해서는 전문화를 통한 대형화를 추진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할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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