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정보통신망"구축에 부쳐

정부는 최근 "초고속정보통신시스팀"을 구축하기로 하고 총리를 위원장으로 15개 부처의 장관을 위원으로 하는 범 정부적인 추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으며 그내용은 이미 보도된바 있다.

초고속정보통신망에대한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라 고 생각된다. 그러나 투자의 규모라든지 사업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때, 예상 되는 문제점에 대한 보다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투자 금액, 투자분야 및 추진일정 등을 조절해야 할 것이다.

추진계획의수립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문제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구축에는 막대한 투자가 소요되지만, 아직까지는 이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경제적인 혜택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은 움직이는 화상을 실시간에 전송할 수 있다는 데 가장 핵심적인 특징을 갖고 있지만 , 이러한 특징을 꼭 필요로 하는 응용분야는 아직까지는 많이 개발 되어 있지 않다. 우리가 현재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정보통신은 정지화상을 보낼 수 있는 정도의 기능만으로 충족될 수 있다. 동화상이 실시간에 전송됨으로써만 가능한분야는 원격회의, 원격교육, 원격의료 및 오락 등으로 상당히 제한되어 있는실정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서비스 대상의 발굴이 미진하여 초고속망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음을 참고로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기술적으로 최첨단이 항상 최상의 선택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다. 특히 그 선택이 과학 기술자나 행정가에 의해서 이루어질 때에는 경제적인 비용과 편익 분석을 외면하는 경향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우리의 경제적인 실정에 부합하도록 망의 확대범위와 전송속도 등이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제기되는 문제는 초고속망의 활용과 관련한 국내의 산업과 기술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국내의 통신망기술.컴퓨터기술.소프트웨어 기술의 기반이 취약하여 초고속망과 같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국내의 기술기반이 축적되기 이전에 초고속망 사업을 지나치게 급속하게 추진하면 관련된 기술과 기자재 등은 전부 외국에 의존해야 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태가 예상된다.

정보화라는측면만을 보면 외국의 기술과 기자재를 사용해서라도 초고속정보 망을 구축할 수는 있겠 지만, 이는 국내의 정보.통신산업의 육성에는 역행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보화만을 중점적으로 강조해도 되는 선진국이 아니라정보화와 정보산업의 육성을 동시에 추구해야할 중진국이다. 정보. 통신산업 은 앞으로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어갈 중요한 산업이며 그 산업의 육성은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기까지에는 초고속 정보망 구축을 통한 정보화 보다도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할 수있다.

최근에우루과이라운드 이후 국제무역질서가 변화하면서 특정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구매정책이 산업정책을 추진하는 주요수단으로 부각되었다. 이를 다시 말하면 국가적이고 대규모 사업인 정보통신 망의 구축을 한국의 정보통신산업을 육성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구축은 한국의 산업과 기술이 향상되는 속도를 감안하여 조절되어야 한다.

초고속정보통신망에대한 준비를 지금부터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 추진이 경제성 분석이나, 국내의 산업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은 경계되어야 한다. 특히 초고속망의 건설에 소요 되는 재원 이 정부의 일반회계예산에서 염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가 크다. 정부에서 발표한 계획에 의하면 사업에 소요되는 재원은 주로 한국 통신 등 정보통신서비스 관련 공기업의 주식매각 대금으로 조달될 것이라고 한다. 자금의 성격으로 보아서 관련 산업과 기술의 발전 보다는 망의 건설에만 일방 적으로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는개인의 과소비에 대해서는 많이 거론하지만, 국가도 과소비를 할 수있다는 점엔 등한시돼왔다. 전적으로 수입된 기술과 기자재로 건설된 초고속 정보통신망은 일종의 과소비이다. 더욱이 그 활용이 산업의 경쟁력 강화보다 는 여가활용. 오락 등과 같은 국민생활의 지엽적인 부분의 편의를 증진하는 데 그친다면 이는 확실히 과소비이다.

결론적으로초고속 정보통신망의 건설이 단순히 국민 생활의 편의를 높이고정부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에만 그쳐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의 건설은 국내의 관련된 산업과 기술이 발전하고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결정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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