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삼성항공은 91년말 자체개발작품인 보급형 칩마운터 SCM-1000을 수출한다고 발표, 관련업계를 놀라게 했다.
삼성항공은 미국의 유수업체인 쿼드사와 향후 5년동안 미주 및 유럽 지역에 5백대, 2천만달러 어치의 칩마운터를 공급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것이다. 삼성항공의 칩 마운터 수출이 장안의 화제로 떠오른 것은 국내FA산업의 기술 력이 이제 세계시장에서 견줄 수 있는 위치에 도달했다는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제조업에서공장자동화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나 그 기술력은 아직도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미쳤던게 저간의 사정이었다.
일본등 기술선진국의 경우는 완제품 산업이 고도화됨에 따라 자연적으로 생겨난 자동화 산업과 처음부터 상호 보완적인 균형 발전이 가능했으나 우리의경우는 완제품산업만을 중시, 자동화분야가 낙후돼 왔었다.
80년대초일부 대기업과 중소전문업체들에 의해 태동된 국내자동화산업은 초기에는 전적으로 대일기술에 의존했었다.
국내업체들은자동화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사업에는 나섰으나 고속 고정밀로 상징되는 첨단기술 특성상 일본업체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삼성항공의 칩마운터 수출은 그야말로 내놓고 자랑할 만한 "꺼리"였다.
독자기술로개발, 상품화된지 2년만에 세계시장에 진출했다는 사실은 삼성항공 입장에서는 쾌거였다.
표면실장형(SMD)형전자부품 자동조립시스팀인 칩마운터는 전자 제품의 경박 단소화에 따라 그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첨단공장자동화기기의 하나. 삼성항공이 칩마운터 개발에 나선 것은 91년초의 일이었으며 야마하 등 일본 업체들이 독식하던 국내시장에서 수입대체를 해나가자는 게 당초 취지였다.
"개발에서판매에 이르기까지 쉬운사항은 하나도 없었다" 는 게 당시 개발담당자의 후일담이다.
개발비로거금 15억원을 과감히 투자했으나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개발에 성공하기까지에는 1년동안 각고의 노력이 요구됐다.
다행히개발이 완료, 92년부터 SCM-130이란 모델로 출시하였으나 신뢰도문제 가 발생, 전량 수거했다.
문제점해결을 위해 1년을 재투자, 지난해부터 SCM-1000이란 모델로 재출시 히트상품이 됐다는게 개발담당자의 얘기다.
삼성항공FA시스팀 사업부의 조규■이사는 "중속 범용기종인 SCM-1000 은 이제 장착불량률.부품파손율 등 신뢰도를 저울질하는 핵심부분에서 일산기종을 능가한다"며 지금은 생산이 달리는 상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구미공단에위치한 반도체 제조장비 선두주자인 태석기계(대표 최춘길)도 기술개발로 성공한 업체중의 하나.
태석기계가반도체제조장비 사업에 뛰어든 것은 89년 7월.
모기업인한국전자 곽정소사장의 "일본은 하는데 왜 우리는 못해" 라는 오기 어린 한마디와 함께 출발한 태석기계는 현재 다이본더, 와이어본더, 레이저 마킹머신, 태핑머신, 솔더 등의 다양한 반도체 제조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태석기계는 전체직원의 30%를 연구소 연구인력으로 편성하고 있음은 물론매출액의 20%를 연구비에 투자하는 성공적인모험기업이다.
지난해에는수입에 의존되던 디스크 리트용 전자동 인라인 본더 2기종과 IC용 전자동와이어 본더1기종을 개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 따라 지난해말에는 일본에 5만달러 상당의 태핑머신을 처녀 수출하는 등 개가를 올리기도 했는데 태석기계는 올해 1백억원 매출 목표 중30%를 수출에서 커버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태석기계가성공한 업체로 부상하게 된데에는 모기업인 한국 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자동화장비산업의특징중의 하나는 신뢰성이 취약하면 팔데가 없다는 점으로자동화사업초기에는 누구나 기술력부족으로 인해 신뢰성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마찬가지의 상황에 직면했던 태석기계의 경우 구세주는 한국전자였다.
한국전자는 모기업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우리손으로 반도체 장비를 만들지못한다면 국내 반도체산업은 영원히 일본에 종속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태석기계에서 만들어진 장비는 우리가 사용해준다"는 약속을 끝까지 실천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국내수요업체들은 대부분 외산장비, 특히 일산장비는 최고로 치는 반면 국산장비에 대해서는 "국산도 쓸 수 있나"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이런 척박한 토양속에서 오늘의 태석기계가 반도체제조장비 전문업체로 성장 한데는 한국전자의 전향적인 태도가 일조했다.
"계획을하지 않는 것은 실패를 계획하는 것이다." 교육용계측기 전문업체 이디엔지니어링(대표 박용진)의 사장실에 걸려 있는글귀이다. 기술력부족, 수요업체의 외산제품 선호라는 의식속에서 기술개발 하나로 억척스럽게 성공한 업체로는 이디엔지니어링이 곧잘 손꼽힌다.
80년청계천 구석방에서 10여명의 직원으로 직류전원공급기를 생산하며 출발 했던 이회사는 지난해 종업원 수가 1백30여명에 달했으며 전자 계측기 및 교 육용장비로만 1백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디엔지니어링은남들이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기술개발 투자에 전력, 85년 에는 4MHz급 스위프 펑션 제너레이터와 만능주파수를 개발하는 개가를 올렸으며 87년 국내최초로 미주지역에 직류전원공급기를 수출하는 등 92년 3백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이디엔지니어링의남다른 점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전자계측기 분야에서 기술 개발 하나로 현재의 위치에 올라섰다는 점이다.
이디엔지니어링은매년 매출액의 7%를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한편 연구 인력 만도 전체종업원수의 20%에 달하고 있다.
매년40%이상 증가하는 매출은 주로 연구소에서 개발된 신제품 판매에 따른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디엔지니어링은자체개발로 이미 A3사이즈의 X-Y플로터를 비롯해 10MHz 의 스위프 펑션제너레이터, 1GHz의 RF신호발생기, A1사이즈의 X-Y 플로터, 8M비 트급 EP-ROM 프로그래머와 각종 교육용장비의 상품화를 실현하고 있다.
국내최대의CNC공작기계업체인 대우중공업은 92년말 과감한 독자개발을 결정 , 관련업계의 관심을 끈 적이 있다.
기술제휴선인일도시바기계와의 기술제휴기간 연장을 포기하는 한편 향후 자 체기술력에 의한 CNC(컴퓨터수치제어)공작기계류의 개발 및 생산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대우중공업과 도시바기계와의 기술제휴관계는 CNC공작기계류 생산 초기인 80 년대 초부터 이뤄진 것으로 수평형머시닝센터(모델명 BMC40/63/80)에 한해 92년까지 지속됐었다.
국내공작기계업계에있어 기술제휴없이 CNC선반.머시닝센터 등 제반 CNC공작 기계류의 자체생산에 착수하는 것은 대우중공업이 처음이다.
대우중공업의기술제휴포기 및 자체개발 선언은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로 연구소를 통한 자체기술력 확보가 마무리되었기 때문이었다.
대우중공업의CNC공작기계류 자체개발선언은 2가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있다. 먼저 그동안 국내CNC공작기계업체들은 대일기술의존 심화에 따라 판매액의 5~7%는 로열티로 지불하고 생산가의 50%가량은 수입된 부품을 사용하는 등 빈껍데기 장사만 해왔다.
대우중공업은자체개발 추진에 따라 이제는 알맹이있는 자기장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자체개발은 세계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한 길을 열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기술제휴에의한 생산에 나서다보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수출만 가능할 뿐 독자적인 수출은 불가능했던게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자체개발2년째를 맞고 있는 대우중공업은 올해 공작기계 수출 목표를 6천만 달러로 설정하고 있다.
92년 일부 독자개발 기종으로 2천만달러 못미치는 물량을 수출 했던 것과는그 규모가 다르다.
대우중공업은올해 복합가공이 가능한 첨단공작기계류 등 신제품 8기종을 새로 선보일 예정인데 머시닝센터의 경우 2만rpm이 가능한 수직형제품과 고 속절삭유장치 등 첨단기능을 지닌 수평형제품을 개발 완료했다.
또한5기종이 새로이 선보이는 CNC선반도 스핀들(주축)모터가 2개인 제품이 2기종, 3축제어의 기종등 기계 1대로 복합가공이 가능한 제품을 자체 개발해 전략기종화할 계획이다.
이들신제품은 모두 일본업체들이 생산하고 있는 CNC공작기계류와 대등한 기술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전자산업을비롯해 국내제조업의 경쟁력을 논할 때 이제는 생산 기술의 확보 문제가 관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생산설비의 53%가 수입장비에 의해 충당되고 있고 아무리 새로운 신제 품이 개발됐다해도 경쟁력있게 만들 수 있는 생산기술이 지원되지 않는 다면 그 신제품개발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미래를 위해서는 R&D의 3분의 2를 생산기술 고도화에 투자, 기존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삼성항공.대우중공업.태석기계.이디엔지니어링 등의 기술개발 노력이 높이평가받는 것도 국내제조업에서 당면과제로 떠오른 "생산기술의 자급자족" 을 가능케 하는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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