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라운드의 소용돌이가 거세지면서 90년대 중반을 "개방화 시대" 혹은 무한경쟁시대 로 규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냉전보다 무서운 과학기술 전쟁 시대"에 본격 돌입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운동의 원동력이 되는 듯하며, 국내의 일반대학과 정부출연연구 소 등에서도 교육및 연구개혁의 내실화를 위한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것은 여간 시의적절하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근자에어느 지방대학에서도 승진과 재임용의 기준이 되는 논문 발표수를 상향조정하는 것을 뼈대로 한 연구활동 결의안을 채택하였다는 보도가 있었고 어느 정부출연연구소에서는 작년부터 해외발표논문수를 해당부서 및 개개연구원의 실적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으로 삼는 연구활성화 방안을 추진 하고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들어 과학기술처와 과학재단도 연구과제 수행과 관련하여 얻어진 논문발표 실적을 해당 연구비 지원의 성과를 평가 하는 주요 잣대로 삼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이 국내 과학기술자의 논문 발표 실적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최근의 과기처 발표 보도에 따르면 SCI(과학기술논문색인) 에 수록된1993년 한해동안의 국내 과학자 논문은 모두 2천9백97편으로 세계 27위를 기록하였는데 이는 91년 32위, 92년 30위에 비해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 수준이 "다소" 향상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SCI란어떤 논문이 다른 논문의 참고문헌으로 인용된 빈도수를 조사하여 체계화한 것으로, 이에 해당되는 논문은 전세계 60여개국 4천5백여 저널에 연간 66만여편(1993년의 경우)에 달한다. 세계 27위를 기록한 우리나라 과학기술자 논문편수는 전체의 0.45% 정도에 해당된다.
한편과학재단의 "한국과학기술자 국제학술지 게재논문 목록"을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92년 9월~93년 8월까지의 SCI수록 논문은 학교별로 KAIST(6백70편 ), 서울대 (5백47), 포항공대(1백95), 연세대(1백70), 고려대(1백8), 부산대 91 경북대(72), 전북대(61), 전남대(54) 등의 순인데 교수 1인당을 기준 으로 하면 KAIST는 2.3편, 서울대 자연계열은 0.7편 등으로 계산된다는 것이다. 모든 대학과 연구소가 사력을 다해서 SCI수록 논문을 내고, 과기처 및 과학 재단에 배정된 연구비를 논문편수를 늘리는데 쓴다면 세계 몇 위까지 달성할 수 있을까? 세계 7위내에 도달한다면 "무한경쟁시대" 및 과학기술전쟁시대 의 승리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전체 논문 편수가 대학의 우열을 가리고 SCI수록논문 의 수가 "과학기술자"의 능력과 성과를 가름하는 잣대로 얼마나 적합한가? 이러한 물음들에 대한 답을 직접 구하려는 시도에 앞서 대학과 연구소의 근본적 역할과 시대적 사명이 무엇인지가 우선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 SCI수록 논문의 3분의2 이상이 "공과대학교수"로부터 나오므로 무엇보다도 공과대학의 사명과 여기에 몸닫고 있는 공과대학 교수의 역할이 올바르게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필자가 몸담고 있는 KAIST의 후문과 모 대학교의 천안분교에는 "과학기술대학"이라는 간판이 있으나 이들도 공과대학의 범주에 포함 하고자 한다) 서울올림픽이 있던 해에 필자의 모교인 미국 퍼듀대학에 객원교수로 있는 동안 학과교수자격으로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바 있는데 당시 총장이 치사를 통해 (공과)대학의 역할을 첫째 학문과 지식의 체계화 및 전수, 둘째 사회에 대한 전문적 기여, 셋째 새로운 학문(과학기술)개발의 삼위일체에 있음을 역설하는 것을 감명 깊게 들은 기억이 난다.
이러한총장의 철학때문인지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퍼듀대학이 미국의 주립 대학 (우리나라 국립대학에 해당됨)중에서는 가장 훌륭한 공과대학인 것으로조사되었다 전체적으로는 MIT, 스탠퍼드에 이어 3위). 퍼듀대학 총장의 "삼 위일체"론은 쉽게 말하여 공대교수는 강의에 충실하고 산업체 수탁 연구 등 실제적인 개발업무에 주력하며 아울러 독창적인 학문발전에 기여하라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의산업경쟁력은 유능한 공학도(engineer)의 확보 여부에 있으며 공과대학의 기본 사명은 훌륭한 자질의 공학도를 배출하는데 있다. 공학도야말로머리 br-ain 가슴(heart), 손(hand)의 삼위일체를 필요로 한다. 훌륭한 지식과 아울러 일에 대한 책임감 및 애착 그리고 숙달된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훌륭한 강의는 학생의 머리를 훈련시킬 수 있을 뿐이다. 공학도의 손과 가슴은 교수 및 동료들과 호흡을 같이 하는 "실제적인 개발업무"에 참여함으로 써만 가능하다.
국내 어느 재벌기업의 자문인 일본인이 우리나라 엔지니어의 단점이 "손이 나가지 않는다"는데 있다고 지적한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고 느껴진다. 아울러 실질적인 개발경험을 통해서만이 보다 산업기술 파급효과가 큰 논문을 쓸수 있는데 최근 주요저널들의 편집방향은 산업기술 파급효과가 큰 논문에 비중을 두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점에도 유의할 일이다.
근자의 논문편수 중시경향은 얼마전까지 미국대학에 만연하였던 논문을 발표 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의미의 POP(publish or perish)현상을 떠오르게 한다.
"교육개혁"의명분하에 논문편수 우선주의가 팽배하게 되고 이에(유능한 공학 도를 훈련시킨다는)공과대학 기본사명이 망각되어서는 안되겠다.
특히논문편수가 다다익선이라고 자부하는 "과학기술자" 가 있다면 "Scienti fic American"1993년 10월호에 소개된 생거박사에 관한 기사를 읽어 보도록 권유하고 싶다. 생거박사는 1959년과 1980년 각각 1회씩 2번의 노벨상을 수상한 금세기 최고의 석학중의 하나이나 50년 가까운 연구기간동안 평균 8년 에 1편씩의 학술논문을 발표하였다고 한다) 과학기술 개혁운동의 최우선은 본연의 공학교육에 보다 충실함에 두어야 할것이다. 왜냐하면 논문은 과학기술활동의 부산물이지 논문편수가 과학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IT 많이 본 뉴스
-
1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2
갤럭시에서도 애플TV 본다…안드로이드 전용 앱 배포
-
3
애플, 작년 4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40% 육박
-
4
삼성 갤럭시 점유율 하락…보급형 AI·슬림폰으로 반등 모색
-
5
이통3사, 갤럭시S25 공시지원금 최대 50만원 상향
-
6
EBS 사장에 8명 지원…방통위, 국민 의견 수렴
-
7
공정위 '유튜브 뮤직' 제재 2년 넘게 무소식…국내 플랫폼 20%↓
-
8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AI GPU·인재 보릿고개…조속한 추경으로 풀어야”
-
9
앱마켓 파고든 中게임, 국내 대리인 기준 마련 촉각
-
10
“AI G3 도약 핵심은 AI 인프라…국산 NPU도 적극 활용해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