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만이 살길이다

성공사례 컴퓨터분야한국 전자산업이 경쟁력 열세로 위기상황을 맞고 있지만 이를 반전시킬 수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는 매머드 기업들과 어깨를 겨루면서 메이드인 코리아 의 명성을 날리고 있는 알찬 중견기업들을 주목하면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국내 컴퓨터업체 가운데 선진국의 높은 벽을 뚫고 제품을 수출중인 기업들은 이런 의미에서 좋은 표본이 된다.

경쟁력을 토대로 국내외 시장에서 외국업체의 추격을 따돌린 국내 업체들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나름대로 중장기 계획을 세워놓고 치밀하게 시장 전략을 구사해 왔다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내컴퓨터기업들의성공전략은 *치밀한 품질관리 *저렴한 가격 특화된제품전략 *취약한 해외시장 공략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철저한품질관리를 바탕으로 후발국가의 값싼 제품들의 추격을 따돌린 기업 으로는 주기판 전문생산업체인 석정전자(주)(대표 박재수)를 꼽을 수 있다.

석정은지난해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유통업체인 S사가 실시한 국제입찰에서 세계적인 보드업체들을 누르고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이에따라석정은 매달 1천~2천장의 주기판을 호주로 실어 보내고 있다.

이회사가 대만의 세계적인 기업들을 제치고 납품권을 따낸 것은 4차례에 걸친 전문 품질테스트 결과 안정적인 고품질제품만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정은 1차로 샘플링 검사를 통한 하자테스트를 끝마친 부품만을 입고 시킨후 생산도중 수시로 반제품 형태로 기능테스트를 실시하고 전문 품질관리(Q C) 요원들이 완제품 테스트를 끝마치는 3단계 품질관리체계를 90년대 초까지유지해 왔다.

이를위해 석정은 생산부서와 별도로 5명의 전문기사로 구성된 품질관리과를 신설하는 등 연간 1억원 이상의 품질관리비를 지출해 왔다.

석정은92년부터 값싼 대만산 제품과 경쟁하려면 우선 품질이 보장되기 전에는 승부를 걸기 어렵다고 판단, 품질관리 전문업체에게 출하직전에 실시하는최종 품질관리를 맡겼다.

품질관리전문업체는 출고된 제품 가운데 일정 비율이상 불량이 발생할 경우클레임 을 지불하게 된다. 불량률과 애프터서비스 비율이 크게 낮아진 것은당연한 일이다.

세계적인보드업체 20여개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온 S사가 값싼 대만산을 마다하고 국내업체로부터 제값을 치르고 제품을 공급받게 된 것은 가격은 다소 비싸더라도 안정적인 품질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품질을앞세워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은 경우는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견업체인삼보컴퓨터가 생산한 486DX2-66 PC는 영국의 유력한 컴퓨터 잡지 인 윈도즈매거진이 영국에서 판매중인 PC를 대상으로 성능비교를 실시한 결과 최고의 PC로 선정된 것도 품질을 강조한 결과 경쟁력을 향상시킨 좋은 사례다. 삼보는 품질을 무기로 IBM, 델, 컴팩 등 세계적인 컴퓨터 메이커들과 경쟁, 여행자 예약시스팀을 전세계에 독점 공급하고 있는 영국의 갈릴레오사의 48 6PC 공급권을 따내 3년간 안정적인 수출물량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삼보는지난해에만 약 6백만달러의 486PC를 갈릴레오사에 공급했다.

지난해미IBM과 386 및 486시스팀 25만대 수출계약을 체결한 삼성 전자(대표 김광호)도 기술력과 품질로 승부를 건 좋은 사례다.

삼성은IBM의 고품질 멀티미디어 PC를 OEM 형태로 공급한 기술력을 인정받아지난해 미AT&T-NCR사와 1억달러 규모의 486 노트북 PC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세계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다소제한적이긴 하지만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워 세계 시장에서 판매량 을 신장시킨 저가형 시장전략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우통신(대표박성규)은 지난해 윈프로 브랜드로 수출한 486PC가 미국 시장 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두달새에 4만5천대나 판매되는 기록을 수립 했다. 대우가 미현지법인인 리딩에지사를 통해 판매한 486 제품은 기존 제품 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성능은 비슷한 사이릭스 CPU를 채택, 가격대 성능비를 크게 향상시킨 제품이다.

이제품은 캐시메모리와 최대 메모리 용량을 64KB와 16MB로 제한하고 확장슬 롯도 8개에서 5개로 줄이는 등 생산원가 부담을 줄였다.

대우의관계자들은 당초 이 제품이 미국시장에서 월 1천대 가량 판매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대우는 예상외로 저가형 제품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림에 따라 후속모델로 1백30MB 용량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장착한 후속 모델을 서둘러 발표하는 등 모처럼 활발하게 PC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화된제품만을 집중 생산해 시장을 장악하는 업체로 멀티미디어 전문 업체 인 (주)옥소리(대표 김범훈)와 성일정보통신(주)(대표 박형욱)을 꼽을 수 있다. 국내 컴퓨터 주변기기 산업 가운데 유일하게 대만을 따돌리고 세계적인 기업 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품목이 바로 음악카드부문이다.

옥소리는지난 91년 보드전문업체인 삼호전자로 출범, 국내 음악카드 업계를 주도하고 있으며 성일정보통신 역시 89년부터 음악카드를 생산, 현재 국내 OEM 시장을 휩쓸고 있는 기업이다.

국내유통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옥소리는 음악카드를 기반으로 세계 멀티미디어 시장을 제패하겠다는 야심찬 슬로건을 내걸고 2년간 약 50여종의 첨단 제품을 출시해 주목받고 있다.

옥소리는특히 음악카드 부품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디지틀 신호 변환 기(DSP)와 집적회로를 자체개발한 후 적극 활용한 결과 고품질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출시하고 있다.

옥소리는또 지난해부터 멀티미디어 전문업체로 탈바꿈을 시도, 음악 카드와 함께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영상보드, 동화상보드, 리모컨, 라디오, 비디오 CD 등 각종 응용제품을 잇따라 개발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옥소리와함께 국내 음악카드와 멀티미디어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성일 정보 통신도 자체 개발한 음원제어용 디지틀변환기와 주변 칩세트를 채택해 OEM 제품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성일은 지난해말부터 멀티미디어 관련제품을 잇따라 개발, 올해부터 시장에 집중 출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3~4년간 이들업체가 출시한 신제품은 약 1백여종으로 지난해말 현재 세계 음악카드 수요의 10% 이상을 두 업체가 공급했다.

세계시장에서이름을 떨치고 있는 대만의 개미군단이 한국시장에서 맥을 못추는 것은 특화된 제품만을 집중 출시해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도사리고있기 때문인 것은 물론이다.

취약한해외시장을 민첩하게 공략해 경쟁력을 높인 업체들도 눈여겨 볼 필요 가 있다.

중소업체인애드텍(대표 백성기)은 일본 i텍한신사와 연간 2백만달러 규모 의 486PC를 수출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외대기업들이 미국과 유럽공동체(EU)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을 때 NEC 기종이 장악하고 있는 일본 시장에 정면돌격해 한판 승부를 건 것이 그대로 들어맞은 것이다.

애드텍은로컬버스방식의 고급형 486PC를 일본내 i텍한신을 통해 캐드캠 레이저컨트롤러 등 전문업체들에게 집중 판매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애드텍이수출키로한 물량은 전체 시장규모에 비하면 극히 적은 것이지만 새로운 시장개척가능성을 제시한 좋은 사례로 지적된다.

비슷한 사례로 최근 대만기업들을 따돌리고 멀티미디어 보드를 일본에 대거 수출하기 시작한 (주)다우기술(대표 김익래)을 빼놓을 수 없다.

다우는최근 일본내 IBM 호환기종 시장이 급신장하고 있는 것에 주목, 지난해부터 일본시장을 면밀히 분석해 왔다.

다우는현재 일본시장을 휩쓸고 있는 대만보드업체들이 주기판과 그래픽카드 등 기본품목에 주력하고 있는 점을 파악하고 고급제품군인 멀티미디어 보드 를 일본인의 취향에 맞도록 개선한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다우는 일본화된 제품개발과 함께 아사쿠사에 위치한 멀티미디어 중견유통업체인 트라이사와 접촉, 총 2백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일본시장을 본격 공략하고 나섰다.

컴퓨터분야에서 국내기업들이 기라성같은 외국기업을 제치고 건강하게 성장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한 노력과 특화정책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지난10년간 국내 컴퓨터업계를 지탱시켜온 기둥은 고품질 제품을 저가에 판매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컴퓨터업계는 사상최악의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난92년부터 대만기업들이 인건비를 이유로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대거 이전했다는 것은 이미 잘알려진 사실이다.

대만은생산거점을 중국으로 이전, 제품을 생산한 후 대만에서 다시 품질 관리를 실시해 "메이드인 타이완"으로 재수출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 대만제품의 품질이 한국산보다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대만기업들이 "중국도 비싸다"고 하소연하면서 생산거점을 월평균 인건비가 2만~3만원에 불과한 베트남으로 이전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국내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한층 좁아질 것이 분명하다.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국내성공기업들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치밀 한 품질관리와 저렴한 가격, 특화된 제품전략, 취약한 해외시장 공략을 병행 하는 것이란 것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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