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화제가 부른 통신대란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작은 화재사고 하나로 유무선전화망. 은행온라인망.PC통신망등 국가신경조직이 마비되는 엄청난 통신대란이 일어난 것이다통신 선진국이란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원시적인 화재사고에도 속수무책으로당해야하는 우리의 통신환경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어안이 벙벙하다.

상식적으로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사태였다. 케이블 5백m를 태운 이번 화재 는 국가기간통신조직의 마비를 불러와 큰 후유증을 남겼다. 화재가 난 공동 구에는 국제및 시외전화용 광케이블과 시내전화용인 플래스틱케이블. 연피케 이블등 3종류의 유선통신망과 무선통신용 통신케이블이 있어 이 케이블 들이 혜화전화국등과 연결돼 있다.

이에따라 혜화전화국을 통하는 국제전화와 시외전화가 마비됐다. 한국 통신 으로부터 통신망을 빌려쓰는 한국이동통신의 무선호출기는 물론이고 이동 전화도 30만여대중 절반에 해당하는 15만여대가 불통됐다. 002국제전화도 11개 국간 통화가 되지 않았다.

PC통신도연결이 안되기는 마찬가지였다.라디오방송의 경우 일부지방 방송국 으로의 송출이 중단되고 금융기관의 수십개점포도 전산망불통으로 큰 혼잡을 빚었다.어처구니 없는 단순사고때문에 국민이 겪은 불편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한국 통신측은 광케이블의 이원화및 우회연결등 긴급 복구작업으로 대부분의통신불통현상을 임시변통으로 해소시키고 있다.그러나 통신시설을 완전 복구 하는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통신측은 한달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이번사태의 원인은 앞으로 검찰에 의해 정확히 밝혀지겠지만 작은 화재사고 하나로 국가신경조직인 통신망이 마비되는 것은 이유야 어찌됐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전체의무신경이 통신대란을 불렀다는 지적이다.유사한 통신 공황사태는 선진국에서도 여러 차례 발생, 우리사회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일찍부터 예견돼온 터였다.이웃 일본만해도 지난 87년 우리와 유사한 화재사고로 일본전역의 통신이용업무가 중단됐던 적이 있다.

통신케이블의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기존의 케이블을 상당한 고온에도 견딜 수 있는 난연성재질을 사용한 통신케 이블로 교체하는게 가장 바람직하다. 물론 교체가 어려운 오래된 통신케이블 에는 도료를 입혀 화재에 대비하는게 상식이다.한국통신도 이같은 도포 작업 을 해왔으나 결과적으로 시기를 놓친 셈이 되었다.

국가의정보유통능력이 집약된 첨단통신관리체제에 허점을 노출시킨 이번 통 신공동구화재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의 통신망확충 계획에 일대 경종을 울려주는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통신설비는 엄청난 양적 증대를 가져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면에서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사소한 복병 에도 전혀 손을 못쓸 정도로 통신망이용확산을 뒷받침하는 보안과 안전은 아직까지 후진성을 면치못하고 있다.우리나라는 통신시설면에서는 선진국으로서 손색이 없지만 안전과 활용측면에서는 후진국수준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이같은 오명을 하루빨리 벗어야 한다.

우리나라통신시설은 지난해 이미 2천만회선을 돌파, 양적인 면에서는 세계 8위에 해당하는 통신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통신선진전회회선만으로 볼때 우리나라는 인구 2.2인당 전화1대꼴로 1가구 2전화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의 지하공간에서 일어난 작은 화재사고 하나가 엄청난 통신망 마비사태로 이어진 것은 한마디로 안전대책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안전에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적어도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다.

이같은통신두절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다각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철저히 강구해야할 것이다. 말이 그렇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후약방문식의 처방전이 쏟아져 나온다.이번에도 여러형태의 사후대책이 발표될 것이다. 그러나 마련한 안전판을 얼마나 시행에 옮길지는 미지수다.

후진국형사고는 요란한 대책들을 동반하고 있으나 그것을 결국 시행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예가 너무 많았다.

이번통신두절사태를 계기로 또다른 화재사고는 물론이고 물난리. 지진 등의 천재재지변과 그밖의 인재사고등을 방지할 수 있는 종합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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