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산업의 구조고 도화를 이끌어 갈 우수한 고급인력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그동안 임금은 많이 상승하였지만 임금의 상승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인력의 질이 향상 되지않아 경쟁력이 약화되었다.
대졸이상고급인력양성을 위한 교육정책은 그동안 양적인 공급을 확대하는데 주력하였다. 대학의 정원이 대폭 확대되어 대졸자의 인구비례당 숫자면 에서는 선진국에 뒤지지 않게 되었다. 또한 산업의 경쟁력강화라는 관점 에서 인문사회계열의 비율을 낮춘 반면 이공계의 비율은 확대되어 대졸이상 이공 계 인력공급상의 문제는 거의 해소되었다.
그러나아직도 전공분야별로 인력수급의 불균형이 있는 부문은 많다. 최근에급속히 인력수요가 늘어나는 전자계열이나 기계계열에서 인력의 공급이 수요를 못따라 가고 있다. 또한 기술의 융합화와 복합화가 이루어지는 과정 에서새로이 부상되는 분야의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광전자공학. 기계 전자공학 등 신기술분야의 전문 인력이 양성되지 않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학졸업자의 질이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이 양적인 팽창은 계속해 왔지만 대학교육의 질적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비롯된 현상이다. 이공계 대졸생중 실험실습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졸업하는 학생이 태반인 실정이다.
그동안 한국의 교육은 창의성과 전문성을 키우기보다는 체제순응과 획일을 중요시 했다. 표준화된 제품의 대량생산을 위주로 하는 생산체제하에서 일관 된 조직의 운영이 중요했으며 기계와 같이 주어진 일을 완수하는 복종형 인력을 필요로 했다. 공장에서 생산라인을 운영하는데는 한치도 틀림없이 맡은바 임무를 다하는 것이 중요했으며 교육제도도 그에 부응하였다. 군사독재정권도 한국 교육의 획일화를 조장한 주인공이다. 창조적인 인간보다는 체제순응적인 인간을 만드는 것이 독재정권의 가장 중요한 교육이념이었다. 사회는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전환되고 있지만 교육은 아직도 구태를 벗어나지못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한국사회와 산업은 보다 전문화되고 창의적인 인력을 필요 로 한다. 현재 대부분 한국산업의 발전양태를 보면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 생산하던 단계에서 차별화된 신제품의 생산이 중요해지는 단계에 이르렀 으며따라서 필요로 하는 인력의 유형도 바뀌고 있다. 기발한 착상이나 고도의 전문성과 창의력이 높은 인력을 산업은 필요로 하고 있다. 미국의 소프트 웨어산업발전의 핵심역할을 하는 인력은 해커라고 불리는 괴짜들이다. 이들은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는 만사를 제치고 몰두하는 신세대다. 개개인이 훌륭한 품성을 갖출 수 있도록 전인교육을 지향해야하는 것이 교육 의 근본이기는 하나 미래의 산업발전을 이끌어갈 전문화되고 차별화된 인력 을 양성하는 측면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기능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지향하는 정보화사회는 대량생산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 사회와는 전혀 다른 인력을 요구하고 있다. 생산에만 치중되던 기업활동의 영역이 연구개발이나 마 키팅 등으로 확대되면서 인력수요의 패턴도 다양화하고 있다.
이러한관점에서 보았을 때 현교육체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획일화된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 사회와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의 수요는 다양하고 변화의 속도가 빠른데 반하여 현재의 교육체제는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기민성과 신축성이 없다.
교육체제를개선하기 위하여 현정부는 교육개혁위원회를 설치하였으며 최근에 교육부는 월반이 가능한, 보다 신축적인 학제 등 교육제도의 전반적인 개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연세대학교에서는 입학시험위주의 현행 입시 제도를 좀더 다양한 요인등을 감안하는 방식으로 개편할 것이라 한다.
이러한변화는 교육의 다양성을 도입한다는 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변화 이며 그에 대한 기대는 크다. 다만 한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획일적인 제도를 또다른 획일적인 제도로 대치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동안 여러차 례에 걸친 교육제도의 개편이 있었지만 그 결과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좋지않은데 그 원인은 획일적인 제도를 또다른 획일적인 제도로 바꾸려 하였기때문이다. 교육은 보호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시각을 탈피하여 각급 학교에 자율권을 보장하고 이를 통하여 자연 스런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규제 완화와 경쟁촉진이라는 시장의 원리가 교육에도 도입되어야 한다. 각급 학교의 설립 , 학과정원의 책정, 교과목이나 교재의 선정에 있어서 각급 학교의 자율성을 높여 인력의 공급이 수요에 따라 신축적으로 조정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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