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링거는 넥스트에서 만들어낼 입방체는 플라토를 만족시킬 만큼 한치의 오차가 없는 완벽한 거이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안그래도 만들기 어려운 모양을 만들어 내기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몰고 갔다. 에스링거는 눈속임없이 외피를 만들어 낼 주형은 모퉁이 없이 완벽한 입방체여야 한다고 했다.
이런규정은 상당한 비용을 요구했다. 어떤 물질을 주조하더라도 주형틀 가장자리에 약간의 모서리를 잡아주면 그 주조물을 빼기가 훨씬 수월하다. 링 모양의 팬에 빵을 굽는다고 생각해 보자. 팬 가장자리에 모가 나 있으면 빵을 빼기가 훨씬 쉬운 것과 같은 원리이다.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주형에도 4분의 1에 불과한 미미한 각도라도 각 모서리에 각을 잡아주면 훨씬 수월하게주형을 뜰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에스링거는 모서리 없는 입방체를 요구 했다. 에스링거가 요구하는 입방체를 만들 수 있는 특수 주형이 만들어졌다. 이 주형은 각 면이 서로 분리될 수 있고 주조물이 완성되면 각 면이 동시에 밖으로 벗겨지는 특수한 주형이었다. 이 주형을 만드는데만 65만달러가 들었고전국 구석구석을 수소문한 후에야 이런 특수한 기술을 갖춘 금속 주조 공장 을 찾아낼 수 있었다.
잡스는 마그네슘 외장은 그가 평소 좋다고 생각했던 레코드플레이어의 암과 같은 광택이 도는 검은 색으로 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주형으로 떠서 만들어내는 주물은 주형이 맞물리는 부분에 가느다란 돌출선이 생기게 마련이다. 돌출선은 사포가 부착된 기계로 갈아 냈는데 그 기계를 조금만 세게누르면 가장자리에 상처가 남게되어 폐기처분 해야 했다. 그래서 넥스트는기계로 사포 작업을 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어 그 공정을 컴퓨터로 자동화시 켰다. 15만달러에 달하는 그 기계는 주형을 뜨면 외장 가장자리에 남게 되는돌출선을 제거하는 일만 했다.
개인용 컴퓨터의 외장은 일반적으로 베이지색으로 통일되어 왔지만 이를 넥 스트가 검은 색으로 만들게 되면 그 전통을 깨는 것이 된다. 또 검은 색으로는 흠을 가리기도 어려웠다. 엷은 광택이 도는 페인트는 판판한 표면 위에고르게 칠해 지지도 않았고 흠집을 덮어 주지도 못했다.
이 소식을 들은 페로는 넥스트측에 제너럴 모터스(GM)사의 페인트 전문가들 을 찾아가라고 제의하면서 직접 그들을 연결시켜 주었다. GM은 컴퓨터외장에페인트칠을 해달라는 넥스트의 요구를 거절했지만 왜 페인트칠이 잘 안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검은 색은 그 색소의 특성상 결함을 가려주는데 가장 약한 색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GM은 결함이 제일 적은 자동차에만 검은색을 칠한다. 넥스트가 사용한 검은색 페인트는 컴퓨터를 출하 하기 위해 스티로폼에 넣기 전 싸는 플라스틱 봉지의 마찰에도 견디지 못할정도로 취약했다.
이 입방체 외장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가지 단점들을 통해서 잡스 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시행 착오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원래의 계획을 변경하여 추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그는 겉으로 나타나는 결점들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직원들 이 잡스가 정한 입방체의 규격이 물리학 원칙 상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해 도 그들의 의견을 일축해 버렸다. 그는 모든것이 완벽해야만 만족스러워했다. 그 완벽성을 실현시키는데 드는 비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외장을 개발하여 마지막까지 마무리하는데 드는 비용은 당초 넥스트가 계획했던 것보다 10배나 더 들었다.
비용이 많이 든다해도 잡스는 그의 계획을 수정하려하지 않았다. 넥스트의 고위 간부들은 모든 면에서 그랬듯이 잡스가 선택하는 기술 사양을 그대로받아들였다. 그들은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신생 기업에서 일하려면 위험 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스스로를 달랬다.
잡스는 그들이 자기가 함께 일한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똑똑한 사람들로 구성된 그룹이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일깨워 주었다(그런데 잡스가 넥스트이 전에 애플에서 일한 경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고려 한다면 그가 일했던 두개의 집단 중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라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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