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에 페로의 대통령 후보 출마를 도우려는 뜻에서 넥스트의 임원들은 페로가 넥스트의 이사회 이사였을때 얼마나 수동적인 자세를 취했는가를 무심코 밝혔다. 예를 들어 버드 트리블은 페로가 넥스트 직원들에게 "여러분들을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라고 항상 물어 보았고 그들에게 "당신들은 전문가들 이요"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잡스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잔 반즈는 페로가 잡스와 의견충돌이 생기면 "스티브, 나는 당신에게 모든것을 맡겼기 대문에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지만 이 방법을 생각해 본적이 있나"라고 그를 확신시켰다는 예를 들면서 페로가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는 얘기를 들려 주었다.
이런 관계는 페로와 잡스의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유도했지만 잡스와 넥스트 는 페로의 뛰어난 지도력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사람들은 페로가 넥스트를잘 이끌어가고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넥스트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특권이고 그는 투자가를 선택한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라는 잡스의 생각은 옳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잡스는 이름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완전한 군주로 군림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때 잡스가 이사회를 구성할 때 자기와 그토록 절친한 사람들을 기용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조개 안에 약간이나마 모래가 들어갈수 있도록 했더라면 더 낳은 결과를 낳았을지도 모른다.
페로와 두 대학을 끌어들임으로써 잡스는 재정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지만아무런 계획 없이, 깊은 통찰력 없이, 그리고 일상 업무에 더 숙달된 사람들과 경영 책임을 분담하지 않고 잡스를 강요하는 사람 없이 갑자기 쏟아진 자금은 그를 방종에 빠뜨려 초창기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회사를 과대 평가하게 만들었다. 억만장자를 투자가로 얻은 넥스트는 일을 처리하는 솜씨가 더서툴러졌다. 잡스와 넥스트는 돈이 떨어지면 당연히 페로가 돈을 더 내놓을것이라고 생각했다.
87년 넥스트는 처음과 똑같은 위기를 맞았다. 과분하게 돈이 많았지만 그냥 일축해 버리기에는 너무 위험한 상태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소파나 램프, 커튼을 고르듯 컴퓨터를 골랐더라면 스티브 잡스가 컴퓨터를 완성하여 발표하기까지 컴퓨터의 외양에 쏟아 부은 정성이 빛을 보았을 것이다. 넥스트 창립 당시부터 잡스는 컴퓨터의 외장에 시간과 자금을 아낌 없이 투자했다. 잡스는 세밀한 부분까지 빠뜨리지 않고 자신이 직접 검토하여 완벽성을 확인했다(내부에 사용되는 나사까지도 직접 확인했다). 그의 컴퓨터에 대한 비전은 순수했다. 즉 기능이야 어찌 됐건 컴퓨터 자체로서 의 가치를 인정 받아야했다. 그의 자존님이 완벽한 금속 덩어리로 결정화되 어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잡스는 컴퓨터 부품들을 입방체형 상자 속에 내장해야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고 한번 마음먹은 것은 어떤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고 나갔듯이 이번에도 그 생각을 꼭 실현시킬 작정이었다. 그는 입방체 형태로 컴퓨터를 만들면 사람들에게 신선감을 주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어서 시장을 석권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엔지니어들의 요구를 가볍게 거역할 수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입방체의 모서리 길이는 1피트이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 상자 안에 들어갈 기판이나 기타 다른 부품들의 크기는 외부 상자의 크기에 맞춰져야 했다. 가로, 세로, 높이 모두 1피트여야 했다. 이 크기는 그단 순성 때문에 우아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다른 경쟁사들의 컴퓨터 크기가 점점작아지고 있는 추세를 고려한다면 넥스트는 반대 방향으로 나가고 있었다.
잡스는 애플사에 있을때 같이 일한 경험이 있던 산업 디자이너인 하트무트에스링거를 믿고 그의 계획을 대담하게 추진시켰다. 잡스는 입방체 디자인을 에스링거의 디자인 회사인 프로그 디자인사에 맡겼다. 그 디자인에 든 비용 은 밝혀진 바 없지만 랜드에게 지불된 금액만큼이나 막대한 돈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비록 랜드 자신도 받지 못하였지만 에스링거는 랜드와 같은조건을 내세웠다. 디자인의 기본 계약금에 추가해 넥스트는 컴퓨터 판매량에 따라 로열티를 지불키로 했다.
불행하게도 에스링거는 잡스처럼 자기 도취에 빠진 인물이었다. 다른 고객들 은 그의 방만한 성품을 견제했지만 잡스는 에스링거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재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작업하는 예술가"를 방해해서는 안되었다. 경비 의 과다에 개의치 않는 잡스 같은 고객을 확보한 에스링거는 심미적으로 볼때 획기적인 디자인을 고안해 냈지만 제조하기가 극히 어려웠다. 넥스트사 직원들은 에스링거가 수년 동안 매달 수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잡스와 에스링거는 넥스트 제품을 사용할 잠재 고객들이 스미소니아 국립 박물관에 전시될 만큼 뛰어난 컴퓨터의 외양보다 컴퓨터의 기능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했다. 더 중요한 것은 입방체 모양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조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외양을 만들기 위해 비용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채 필요한 부품을 선택 사용했다는 것이다.
잡스가 입방체를 마그네슘으로 주조하여 만들자는 의견을 굽히지 않자 컴퓨터의 제조 비용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았다. 마그네슘은 주로 전구나 정밀 기계 그리고 폭죽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물질이다.
잡스는 마그네슘의 2가지 특성 때문에 컴퓨터 외피를 만들기에 적합한 소재 라고 확신했다. 이 소재는 강력했고 고객이 컴퓨터를 다룰때 플라스틱 외피 의 부드러운 촉감보다 견고한 느낌을 줄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다.
또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가정용 컴퓨터의 인가 요구 조건으로 내세우는 무선 주파수 방해를 억제하는 전자파 방어막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당시 개인용 컴퓨터보다 더 강력한 컴퓨터도 가정용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FCC의 승인을 받아야만 했다. 잡스는 "개인용 메인프레임"이라고 묘사한 그의 신제품 이 최고의 제품이 되기를 원했고 마그네슘은 그의 의지를 실현시키는데 많은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마그네슘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많은 결점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업체들은 마그네슘이 다루기 어렵고 가연성이며 주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용을 회피해 왔다. 마그네슘을 주형에 넣으면 플라스틱보다 빠른 속도로 굳기 때문에 공기 방울이 생기거나 다른 결함이 생길 가능성이 더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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