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간 4일 미국 중간선거 개표가 본격화하면서 우리 정부와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후 2시 현재 연방 상·하원의 다수당 지배권이 민주당 쪽으로 기울고 있으나, 지난 미 대선처럼 최종 개표 전까지는 승패를 섣불리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인 데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 결과는 우리나라의 산업·안보 및 경제 전반에 막대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새롭게 재편될 미 의회의 권력 지형이 한미 양국 정부가 합의한 대미 투자 이행은 물론, 현지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 중인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경영 환경과도 직결된다.
정부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미국 현지에 대규모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 등에 370억달러를 투입해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으며, 현대자동차그룹은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HMGMA)을 포함해 총 26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40억달러를 투자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대미 투자가 양국 행정부 간의 합의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CHIPS Act) 등 현행 법안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실제 프로젝트의 성패는 의회 권한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다. 공장 설립에 필수적인 각종 환경 인허가, 용수와 전력 등 기반 시설 확충 예산, 기업들의 현지 수익성에 직결되는 '세액공제(Tax Credit)' 예산 승인권이 모두 의회에 쥐어져 있다. 의회 지배권이 누구에게 넘어가느냐에 따라 관련 예산이 삭감되거나 정책 집행 속도가 지연될 리스크가 존재하는 셈이다.
특히 의회 지배권 시나리오에 따라 국내 주력 산업의 기상도도 극명하게 갈릴 전망이다.
만약 현재 흐름대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 웨이브'가 현실화할 경우,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와 관련한 환경 및 전력 규제가 대폭 강화될 확률이 높다. 기후 변화 대응을 중시하는 민주당 특성상, AIDC 폭증에 따른 전력망 과부하 문제와 탄소 배출에 대해 엄격한 안전기준 강화를 입법화할 수 있다. 이 경우 AI 인프라 확장에 맞춰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현지 투자에 나서고 있는 국내 반도체·전력 인프라 기업들은 환경 규제 대응 비용 급증과 인허가 지연 등으로 단기적인 투자 위축을 겪을 수 있다. 반대 급부로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친환경 관련 사업에선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한미 양국이 합의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과 중동발 유가 흐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쥐게 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관세 압박에 제동이 걸리는 동시에, 환경 문제를 이유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등 화석연료 중심의 대미 투자 사업 집행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거시경제의 최대 복병인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 유가는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의회가 행정부의 대이란 강경책과 군사적 개입을 견제하고 외교적 해법을 압박할 경우, 중동전쟁 확전 우려가 완화되며 치솟던 국제 유가와 물류비 부담이 한풀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의회 주도권을 유지하거나 양원을 석권할 경우에는 전통 제조업과 방위 산업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에 훈풍이 불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한미 정부가 추진 중인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등 조선·방산 분야 한미 협력 사업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강력한 국방력 건설과 동맹국의 안보 역할 분담을 강조하는 공화당의 기조와 맞물려, 최근 잇달아 미 해군 MRO 자격을 획득하며 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조선·방산 업계에는 확고한 대형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선거 결과가 국내 주력 산업의 명암을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하면서 우리 정부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청와대는 물론 외교부와 국방부, 재정경제부와 산업통상부 등은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국내 외교·안보 및 산업·통상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다. 특히 우리 거시 경제와 외환 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에도 대비해 선거 종료 직후 관계 부처 합동 대책 회의를 열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의회의 지형 변화는 단순한 현지 정치 이벤트를 넘어 K-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전략을 흔들 수 있는 실질적인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기업과 함께 원팀(One-Team)이 돼 시나리오별로 세밀한 통상 방어 논리와 투자 보호 대책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