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 데이터, 축적 아닌 가치 실현에 방점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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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기업들의 데이터 확보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진 기업이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이용자에게 돌려줄 가치 없이 쌓은 데이터가 정말 경쟁력이 될 수 있을까?

필자가 약 10년 전 여성 건강을 주제로 창업을 결심한 주요 계기 중 하나는 데이터로 경험을 설계하는 서비스에 대한 갈증이었다. 다른 산업과 달리, 여성 건강 분야에서는 데이터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생리대 제조사는 대형 유통 채널에서 제품을 판매하다 보니 소비자를 알 수 없었고, 월경 주기 애플리케이션(앱)들은 이용자의 기록을 부가가치 없이 그대로 출력하는 데 그쳤다. 데이터에서 여성을 읽고, 이를 바탕으로 가치를 제공하는 회사, 여성에게는 제품 제조사나 기술 개발사에서 나아간 헬스케어 회사가 필요했다.

헬스케어 회사로서 데이터를 고객에게 가치로 바꾸기 위해 지키는 원칙이 있다. 이용자에게 데이터를 입력받을 때 그 데이터로 무엇을 돌려줄지 반드시 고민하는 것이다. 월경 주기에 기반한 생리용품 구독을 선보일 때는 이용자가 주기를 입력할 분명한 이유, 즉 개인별 주기에 맞춘 발송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후기 데이터는 제품 기획·개선에 반영했고, 여성 건강에 대해 궁금한 내용을 남기면 콘텐츠로 풀어냈다. 인풋에 대한 아웃풋이 확실하니 고객들은 브랜드에 계속 머물렀다. 이렇게 쌓인 5만여건의 월경 주기 데이터는 이후 예측 정확도가 높은 자체 알고리즘의 토대가 됐다.

앱 설계도 마찬가지다. 한 예로, 보통 월경 주기 앱들은 이용자가 주기의 어느 단계에 있든 증상 항목을 모두 보여준다. 시기마다 주요하게 경험하는 증상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반면 우리는 여성의 상태 변화에 발맞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다. 시기에 따라 적합한 입력을 받으니 화면 구성과 서비스 경험은 단순해지고 기록률은 높아졌다. 이렇게 쌓은 정보를 바탕으로 시기와 증상별로 행동 지침, 상품, 정보를 추천할 수 있게 됐다. 데이터를 통한 선순환이 일어난 것이다. 또한 월경 관련 데이터는 민감도가 높은 만큼, 꼭 필요한 정보만 최소한으로 받는 것이 보안 위험을 줄이고 이용자의 신뢰를 쌓는 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영양제 섭취 기록, 구매 이력, 월경 및 증상 변화 데이터를 종합해 2030 여성을 위한 영양제 라인을 출시했다. 그저 먹으면 좋다는 막연한 권유보다는 내 몸의 상태와 필요에 따라 성분과 제품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랐다. 제형과 크기, 맛과 향을 설계할 때는 구매 후기와 문의를 적극적으로 참고했다. 주요 여성 영양제 3종에 대해서는 구매 및 섭취 전후 해당 지표가 달라졌는지도 분석했다.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활용·가공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데이터 경쟁이 심화하면서 서비스 기업은 물론 소비자 접점이 없던 제조사까지, 산업을 막론하고 데이터 수집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일단 모으고 추후 활용해 보자'는 접근 방식은 쌓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주객전도가 될 수 있다. 이용자의 데이터를 그들에게 어떤 가치로 바꿔 돌려주려고 하는가? 그들이 데이터를 남기고, 기꺼이 내어줄 만한 분명한 이유는 무엇인가?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다.” 2006년, 영국의 데이터 과학자이자 마케팅 혁신가인 클라이브 험비(Clive Humby)가 한 말이다. 이 명언에는 흔히 따라오는 문장이 있다. “(데이터는) 가치가 있지만, 정제되지 않으면 실제로 사용될 수 없다. 수익성 있는 활동을 이끄는 의미 있는 자원이 되려면 가스, 플라스틱, 화학물질 등으로 변환되어야 한다.”

기업이 다루는 데이터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이를 어떤 가치로 실현할지 분명한 그림이 없다면, 데이터는 저장 공간을 차지하는 재고에 불과할 수 있다. 데이터를 쌓기에 앞서, 무엇으로 돌려줄지부터 물어야 할 때다.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ceo@happymoon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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