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新성장엔진]<2> 대경 '소부장·AI로봇'·동남 '조선·방산·車'…앵커 투자로 공급망 키운다

구미·창원 특화단지 지정, 구미 7개사 25조원 투자…전력·인재는 숙제

정부가 대경(대구·경북)권과 동남권(부산·울산·경남)에서 5극3특 성장엔진 투자를 실제 공급망으로 연결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30일 대경권(구미·포항)이 로봇, 동남권(창원)이 방산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됐고, 10월 28일에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구미를 찾아 투자기업에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성장엔진 선정 이후 앵커기업 투자가 실제로 이행되는지 가늠할 첫 시험대가 마련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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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8일 경북 구미시 LG이노텍 구미 4공장을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고성능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 등에 사용되는 핵심 반도체 부품인 FC-BGA(Flip Chip-Ball Grid Array) 반도체 기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산업부 제공

◇대경권, 소부장 위에 AI로봇 얹는다

대경권 성장엔진은 △반도체 첨단소재·부품 △이차전지 핵심소재·자원순환 △첨단 모빌리티 부품 △첨단 AI 로봇 등 네 가지다. 정부는 지난 8월 26일 이곳을 '첨단 소재부품·AI로봇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포항 이차전지 특화단지, 대구 모터 소부장 국가산단, 대구로봇산업진흥원 등 이미 갖춘 산업 기반이 선정 근거였다.

중심에는 로봇 특화단지가 있다. 5개 지역 간 경쟁 끝에 정부는 대경권(구미·포항)에 손을 들어줬다. 선도기업은 HD현대로보틱스, 뉴로메카, 자화전자, 삼성전자, LG이노텍 등 16개사다. 선도기업 투자 3조7754억원을 포함해 2032년까지 총 5조3839억원이 투입된다. 목표는 2030년까지 글로벌 휴머노이드 생산량의 20%를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는 1% 수준이다.

정부는 지역 자동차 부품기업이 로봇 부품기업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하고, 로봇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한다. 국산 휴머노이드 공공보급도 내년부터 본격화한다. 내년 1700대 이상을 구매해 보급하고, 2030년까지 로봇 20만대 보급을 목표로 한다. 대경권에는 물류·상업·가정용 로봇을 위한 양산 기반과 실증인프라가 들어선다.

9월에는 삼성이 구미에 휴머노이드 양산 기반과 로봇 데이터 팩토리를 마련하겠다는 투자계획도 밝혔다. 자동차 부품에서 쌓은 정밀 가공·모듈 조립 역량을 로봇으로 옮기는 전환이 선도기업 투자와 맞물려 진행되는 구조다. 대기업이 구미에 양산 기반을 두면 지역 부품기업이 납품할 수 있는 수요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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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구자근 국회의원, 이승렬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원장을 비롯한 산학연관 관계자들이 28일 경북 구미시 KTR 배터리 시험실증센터 준공식장에서 버튼 에어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7개사 25조원 투자…숙제는 전력·인재

투자 약속이 나왔다고 곧바로 공장이 들어서는 것은 아니다. 장관이 현장을 찾고 정부가 공을 들이는 이유다. 10월 28일 구미에서 열린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투자기업 간 간담회에는 LG이노텍·SK실트론·자화전자(반도체), 삼성전자(로봇), LIG DA(방산), LS전선(희토류), 삼성SDS(AI데이터센터) 등 7개 기업이 참석했다. 이들의 구미 투자계획은 총 약 25조원이다.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이 다수 포함돼 대경권이 소부장 기반 위에 로봇과 방산, AI 인프라를 얹는 구조가 구체화하고 있다. 김 장관의 이번 방문은 5극3특 현장 행보로는 아홉 번째, 대경권으로는 지난 2월 대구에 이어 두 번째다.

기업들이 전한 애로는 전력, 인프라, 인재양성으로 요약된다. 투자 규모가 클수록 전력과 용수를 제때 공급받을 수 있는지, 산단 인프라와 인력이 따라오는지가 이행 속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정책 건의사항도 함께 전달했다. 김 장관은 “누가 생산능력을 더 빨리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투자 속도를 뒷받침할 수단이 성장엔진 특별보조금이다. 지방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기업의 설비투자 금액을 지원하는 제도다. 보조율은 기업 투자금의 최대 50% 안에서 협상으로 정한다. 국비는 지방비의 2~5배를 매칭하는 구조다. 내년 예산안에 7000억원이 반영됐지만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대기업 3000억원·중견기업 1000억원 이상 투자 요건과 지원 비율은 기획예산처 협의와 심의를 거친 운영안으로, 산업부는 올 연말까지 운영요령을 확정할 계획이다.

◇동남권, 제조 강점 위에 항공엔진 국산화

동남권 성장엔진은 첨단 조선·해운, 우주항공·방산, 미래모빌리티 혁신제조, 차세대 원전·에너지다. '초격차 제조AI 거점벨트'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바탕은 제조 기반이다. 조선·우주항공·원전·소형모듈원전(SMR)은 생산·부가가치 기준 전국 1위, 자동차는 비수도권 출하액 1위다.

방산에서는 경남(창원)이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세아창원특수강, 두산에너빌리티가 선도기업으로 참여해 2042년까지 2조2314억원을 투자한다. 핵심은 현재 전량 해외에 의존하는 첨단항공엔진 국산화다. 방위사업청·산업부·우주항공청이 공동 추진하는 국산화 사업과 연계한다. 창원(항공엔진 소재·부품)과 사천·진주(완제기)를 잇는 '경남 우주항공 전주기 벨트'도 조성한다.

조선에서는 지난 10월 12일 조선 M.AX 얼라이언스 전략회의에서 5년간 1조4000억원을 투입하는 3대 플래그십 사업이 공개됐다. 동남권 사업 중에선 거제 대형 조선소의 설계 AX 전환과 기자재사 정보 공유가 핵심이다. 조선·방산·자동차가 한 권역에 모여 있어 앵커기업의 투자와 기술 전환이 기자재·부품 협력사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다. 다만 협력사가 이를 실제 수주와 투자로 연결하려면, 앵커기업의 설계·생산 정보 공유 범위와 지원 규모부터 구체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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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HD현대

◇관건은 협력사 확산

정부는 이번에 신규 지정한 3개 특화단지(전남 이차전지 포함)에 총 12조9877억원의 민간투자를 뒷받침한다. 대경권 로봇은 2032년, 동남권 방산은 2042년까지다. 후속 조치로 특화단지추진단을 구성하고 올해 하반기 중 세부 육성계획을 마련한다. 다만 특화단지 지정은 선도기업 투자를 전제로 한 틀이다. 앵커기업 투자가 부품·기자재를 공급하는 협력사로 얼마나 내려가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는 재정·금융·세제·제도·기술·인재·인프라 등 7대 정책지원 패키지와 메가특구를 제시했다. 메가특구 특별법은 지난 10월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지방정부는 올해 안에 앵커기업 투자계획을 담은 성장엔진 육성계획을 수립한다. 산업부는 지난 9월 7일 13개 지방정부와 협의회를 열어 이 일정을 공유했다. 대경권과 동남권도 현재 육성계획 초안을 작성 중이며, 산업부는 11월 중 초안을 받아 전문가 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선정 이후 두 달이 지나 첫 투자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한 지금, 재정 지원과 인허가 특례, 전력·용수 공급, 인력 양성 같은 지원책이 현장에 얼마나 빨리 닿느냐가 성장엔진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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