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작가 로이 “AI에 내 장기를 적출 당했다”…앤트로픽 저작권 침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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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소설가 아룬다티 로이. 사진=EPA 연합뉴스

부커상 수상 작가 아룬다티 로이가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의 저작물 무단 활용을 강하게 비판했다. 자신의 작품도 AI 학습에 무단으로 사용됐다며 이를 단순한 저작권 침해를 넘어 인간의 창작 능력과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로이는 지난 1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강연과 15일 공개된 잡지 기고문을 통해 앤트로픽 등 AI 기업의 저작물 활용을 '인류 문명에 대한 수탈'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AI 개발을 규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같은 행위 자체를 종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이는 미국 매체 퍼레이드가 아닌 잡지 '이퀘이터' 기고문에서 자신을 앤트로픽의 거대언어모델(LLM) 학습에 동의 없이 저작물을 사용당한 수십만 명의 작가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한겨레에 따르면 그의 부커상 수상작 '작은 것들의 신'(1997년)을 비롯해 '지복의 성자'(2017년)까지 다섯 작품이 저작권 배상 대상에 포함됐다.

로이는 집단소송 합의와 관련해 작품당 수천 달러의 보상금을 제안하는 통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해적판 PDF 사이트 두 곳에서 내려받아졌다는 설명과 함께 앤트로픽이 잘못을 부인한다는 안내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두고 “나도 모르게 내 몸의 장기를 적출당한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또 AI가 자신의 글쓰기 방식을 학습한 탓에 앞으로 독자들이 자신의 독창적인 작품을 보고도 AI가 쓴 글이라고 의심할 수 있다며 창작자로서 느끼는 두려움을 드러냈다. 저작물을 활용해 인간의 창작 능력을 흡수하는 행위를 '생명 채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앤트로픽의 저작권 문제 외에도 로이는 AI 기술과 권력·자본의 결합, 군사 분야에서의 활용, 개발 과정에서 저개발 국가의 노동력과 에너지가 착취될 가능성 등을 비판했다. AI가 문학계에 확산하면서 작가와 출판사뿐 아니라 교사와 학생까지 창작물의 진위를 의심하게 되는 상황도 우려했다.

그는 AI를 둘러싼 규제가 충분하지 않다며 기술의 확산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이는 AI를 새로운 형태의 식민지화에 비유하며 “자본주의의 최종 목적지”라고 비판했다.

앤트로픽의 저작권 분쟁은 세계 문학계로도 번지고 있다. 로이 외에도 앤 카슨, 무라카미 하루키, 한강, 이민진 등 국내외 작가들의 저작물이 논란에 거론됐다.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는 예외인 '공정 이용'의 범위를 둘러싸고 AI 기업과 창작자 간 법적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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