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中企, 제조공장·AI공장 두 개 가져야”…'K-온톨로지' 구축 제안

“AI 도입 넘어 업무·조직 혁신해야”…협동조합 중심 업종별 특화 AI 강조

박영선 재정경제부 전략경제자문단 위원장이 중소기업의 인공지능(AI) 전환을 위해 기존 제조공장과 별도로 AI를 개발·운영하는 'AI 팩토리'를 새로운 생산기반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개별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AI 인프라를 업종별 협동조합 중심으로 공동 구축하고, 제조 현장에 축적된 데이터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21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정책토론회에서 'AI의 2막, 중소기업의 미래를 바꾸다'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서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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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재정경제부 전략경제자문단 위원장이 21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정책토론회에서 'AI의 2막, 중소기업의 미래를 바꾸다'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앞으로 모든 기업은 두 개의 공장을 가져야 한다. 하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존 제조공장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공장”이라며 “중소 제조기업이 이를 혼자 구축하기는 어려운 만큼 협동조합이 중심이 돼 업종별 특화 AI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 산업이 생성형 AI 중심의 1막을 지나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AI' 중심의 2막으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생성형 AI가 질문에 답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데 집중했다면, 에이전트 AI는 목표를 이해하고 계획을 세워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이후 AI가 로봇과 기계를 직접 제어하는 피지컬 AI 시대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위원장은 “이제는 AI를 도입하는 기업에서 AI와 함께 일하고 현장을 혁신하는 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AI 에이전트와 협업하려면 기존 조직과 일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AI 에이전트를 직접 활용해 볼 것을 주문했다. 견적서 작성과 회의록 정리, 고객 문의 대응, 재고 확인 등 반복적인 사무업무부터 AI에 맡기고 주문·생산·납기 등 업무 전반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AI가 보고서를 5분 만에 만들어도 사람이 이를 읽고 상부에 보고하는 데 하루가 걸린다면 AI를 도입한 효과가 없다”며 “수직적인 조직을 수평적인 협업 구조로 바꾸고 업무의 병목을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I 전환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로는 데이터의 연결과 활용을 꼽았다. 이를 위해 국가와 산업 전반의 데이터를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체계화하는 'K-온톨로지'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온톨로지는 서로 다른 시스템에 흩어진 데이터의 의미와 관계를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공장 내 설비 온도와 가동률, 불량률 등의 데이터를 연결하면 AI가 생산 과정의 문제를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박 위원장은 “AI의 승부는 데이터를 얼마나 잘 연결하고 맥락을 이해하도록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며 “우리나라도 한국형 K-온톨로지를 구축해야 피지컬 AI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협동조합을 활용한 제조데이터 공동 구축과 자산화 방안도 제시했다. 박 위원장은 “중소기업중앙회는 AI 시대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조직을 이미 갖추고 있다”며 “정부가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고 협동조합별로 조합원들의 데이터를 모아 주물·정보산업 등 업종별 특화 AI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작동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한 만큼 데이터를 제공한 사람과 기업에도 그 가치를 인정해 줘야 한다”며 “음악 저작권처럼 제조데이터를 제공한 기업에 보상이 돌아가는 데이터 자산화 체계를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위원장은 피지컬 AI가 중소 제조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일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품질검사와 생산·가공, 물류·운반, 설비 관리 등에서 AI가 현장 상황을 판단하고 로봇과 기계의 작동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그는 “스마트공장이 데이터를 모아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는 단계였다면 피지컬 AI는 로봇과 기계가 데이터의 맥락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해 일하는 단계”라며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넘어 실제 제조 현장을 움직이는 AI 팩토리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AI 시대에는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중소기업이 작은 업무부터 AI를 직접 활용하고, 제조데이터를 기반으로 단계적으로 피지컬 AI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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