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자산 관리가 '키를 가진 개인의 일'에서 '조직의 결재 프로세스'로 바뀌는 것입니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는 자사 커스터디(수탁)·지갑 솔루션의 역할을 이같이 설명했다. 소수 담당자가 자산 접근 권한을 쥐는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의 결재선과 보안 규정에 따라 디지털자산을 관리하도록 돕는다는 의미다. 자산 보관부터 이동, 검증까지 금융기관의 통제 체계 안에서 처리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인피닛블록은 법인·기관에 디지털자산 수탁과 전자지갑 솔루션을 제공하는 가상자산사업자(VASP)다. 다자간연산(MPC)과 다중서명을 결합해 키를 분산 관리하고, 고객사가 정한 결재선·출금 한도·허용 주소를 시스템에 반영한다. 출금은 기안·검토·승인을 거치며 이력은 회계감사와 내부통제 점검에 활용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어느 한 사람도 단독으로 자산을 움직일 수 없다”며 “지갑 솔루션을 도입하는 금융기관은 노드 운영이나 키 생성·백업·복구 부담을 직접 지지 않으면서 기존 전결 규정과 보안 체계 안으로 디지털자산 업무를 편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과의 협력도 강점이다. 인피닛블록은 수협은행이 신규로, iM뱅크가 후속으로 참여한 프리A 투자에서 약 30억원을 유치했다. 은행권 지분은 합계 약 30%다. 관련 특허 28건과 커스터디 서비스 운영 범위의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도 확보했다.
최근에는 수협은행과 선불충전금 검증 위탁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발행사가 관리하는 충전·사용·환불 원장과 은행의 예치 기록을 연결해 발행잔액과 보관 자금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사업이다. 인피닛블록은 충전금을 직접 발행하거나 보관하는 대신 발행사와 금융기관 사이에서 검증 인프라를 제공한다.
정 대표는 “시장의 질문은 '보관하느냐'에서 '보관을 어떻게 증명하느냐'로 넘어갔다”며 “핵심은 정보 비대칭과 시차”라고 짚었다. 발행사가 산정한 잔액을 은행이 실시간으로 독립 검증하기 어렵고, 사후 보고·감사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실증에서는 발행사 원장의 변동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은행 예치 기록과 자동 대조해 불일치하면 경보를 제공하는 구조를 검증한다. 예치 기록에서 사용 기록 순으로 검증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발행사는 정산·보고 부담을 줄이고, 은행은 불일치를 일찍 파악할 수 있다.
정 대표는 “거래 처리는 기존 시스템이 가장 잘하고, 블록체인은 검증 레이어로만 쓴다”며 “기존 데이터베이스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베이스를 지켜보는 '공증인'인 셈”이라고 말했다. 발행사와 은행 등이 같은 기록을 기준으로 검증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스테이블코인 분야에서도 발행보다 기반시설에 집중한다. 발행·소각 권한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금융기관과 기업이 자산을 보관·전송·정산할 수 있도록 수탁 기술과 전자지갑을 제공할 계획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초기 시장은 기업 간 거래와 국경 간 결제로 내다봤다. 국내 소매결제는 이미 편리한 만큼 해외 판매자 정산이나 조건부 자동 지급, 디지털자산과 대금의 동시 교환 등에서 먼저 효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 대표는 “연말까지 국내외 실증의 폭을 넓히고, 내년에는 성과가 확인된 과제를 상용 서비스로 전환하겠다”며 “은행 수준의 신뢰와 기술 기업의 속도를 함께 갖춘 '한국의 디지털자산 은행'이 되는 것이 중장기 목표”라고 강조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