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의 사내 회의실에 몰래 녹음장치를 설치한 혐의로 직원이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해당 직원은 녹음장치를 숨기는 방법과 원격으로 음성을 듣는 방법 등을 챗봇에 검색한 정황도 포착됐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과 BBC, CBS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오픈AI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남성 압둘라흐만 알포잔(35)을 불법 통신 감청 시도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알포잔은 지난 10일 체포됐으며, 13일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처음 출석했다. 그는 2025년 7월부터 오픈AI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은 지난달 30일 오픈AI 직원들이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의 임원용 회의실에서 수상한 녹음장치를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장치는 화장지로 감싼 채 회의실 TV 뒷면의 USB 포트에 꽂혀 있었다. 해당 회의실에서는 연구와 제품 개발 계획, 사업 전략 등 회사의 민감한 사안이 논의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는 이 장치가 단순한 녹음기가 아니라 탐지를 피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암호화와 원격 음성 모니터링 기능 등을 갖춘 정교한 장치였다고 설명했다.
장치는 발견되기 약 이틀 전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회의실 내부에는 보안카메라가 없었지만, 회사 내 다른 CCTV를 분석한 결과 알포잔이 권한이 없는데도 한 달 동안 해당 회의실 주변을 약 10여 차례 오간 정황이 확인됐다.
오픈AI는 이후 회의실 내부에 카메라를 추가 설치했고, 지난 5일 알포잔이 회의실에 들어가 TV 뒤편을 확인하는 모습이 촬영됐다.
같은 날 알포잔이 다른 공간에 두고 간 가방에서는 그의 신분증과 지갑, 회의실에서 발견된 것과 유사한 또 다른 녹음장치도 발견됐다.
수사당국은 알포잔이 회사 내부 정보와 회의 장소를 사전에 조사한 정황도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업무용 생산성 도구를 이용해 오픈AI 건물 주소와 회의실 위치, 수용 인원, 회의 일정, 경영진과 외부 파트너의 회의 장소 등을 검색했다.
또 알포잔의 배우자와 연계된 것으로 파악된 챗봇 계정에서는 녹음장치를 제작·개조·설치하는 방법을 비롯해 녹음장치를 숨기거나 원격으로 접속하는 방법, 와이파이 연결 기능과 실시간 음성 청취 기능을 개선하는 방법, SD카드를 암호화하는 방법 등을 묻는 검색 기록이 발견됐다.
FBI는 알포잔이 오픈AI의 AI 제품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확보하려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오픈AI는 자체 AI 모델을 활용해 발견된 장치의 구조와 출처를 분석한 뒤 특정 직원이 이를 설치한 것으로 파악해 FBI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알포잔을 해고했다.
다만 현재까지 소스코드나 AI 모델 가중치, 고객 데이터 등이 부적절하게 접근되거나 외부로 유출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오픈AI는 설명했다.
토드 블랜치 미 법무장관은 “최첨단 AI 기술과 관련한 지식재산 탈취는 국가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알포잔 측 변호인은 아직 사건 초기 단계인 만큼 섣부른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며 국적 등을 이유로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알포잔은 오는 19일 다시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징역 5년과 25만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