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재 옴부즈만, '장기검토' 규제 전면 재점검…“캐비닛 속 묵은 과제 꺼낸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관계부처의 '장기검토' 답변으로 사실상 방치된 규제개선 과제에 대한 전면 재점검에 착수했다. 부처 간 칸막이와 공직사회의 소극행정으로 해결되지 못한 규제를 다시 발굴하고 실질적인 개선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다. 또 새로 취임한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규제개혁부 장관'을 자처한 만큼 중기부와의 협력을 통해 규제개혁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최승재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12일 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각 부처가 장기검토로 회신한 규제개선 과제를 일괄 점검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며 “공무원들의 캐비닛 속에 잠들어 있는 과제를 다시 꺼내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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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중소기업 옴부즈만

최 옴부즈만은 “현장의 규제개선 건의에 관계부처가 '장기검토'라는 답변으로 회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실제로 해결이 어려운 과제인지, 단순히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인지부터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점검 대상 과제의 규모와 구체적인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그는 이 같은 규제개혁 지연의 원인으로 공직사회의 보신주의와 부처 간 칸막이를 지목했다. 최 옴부즈만은 “감사에 대한 두려움과 책임 회피, 부처 간 이해관계 충돌을 조정할 의지 부족이 맞물려 규제개혁이 지연되고 있다”며 “공무원의 책상 서랍에서 과제가 잠들어 있는 동안 중소기업은 도산 위기에 놓이고 스타트업의 자본금은 소진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존의 건수 중심 규제개혁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랜 시간 규제개혁을 외쳐왔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며 “눈에 보이는 낡은 규제 몇 개를 없애 실적을 채우는 '두더지 잡기'식 처방이나 당장의 고통만 덜어주는 '진통제'식 접근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취임한 이소영 중기부 장관의 규제개혁 의지에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 옴부즈만은 “이 장관이 규제개혁부 장관이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은 옴부즈만으로서 든든한 일”이라며 “주무 부처가 앞장선다면 현장의 해묵은 난제들을 훨씬 속도감 있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옴부즈만은 중소기업이 직면한 핵심 규제 문제로 △대기업의 규제 부담 전가 △스타트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경직된 행정 △소상공인 지원기관의 과도한 간섭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환경 규제나 ESG 기준이 강화되면 대기업은 충분한 자금과 인력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그 부담은 3~5차 협력업체에 고스란히 전가된다”며 “하위 협력업체들은 규제에 대비할 예산이나 시간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거래가 끊기는 현실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기업을 둘러싼 '깜깜이 규제'도 주요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가 창업 단계에서는 각종 지원을 확대하지만 정작 시장 진입과 사업 확장 과정에서는 부처별 규제와 행정 관행이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최 옴부즈만은 “창업할 때는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창업 이후에는 정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으로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다”며 “기업들이 인증과 투자, 공장 증설, 인력 확보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규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 자체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며 “국민 안전과 환경을 위한 합리적인 규제라면 그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사전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개선이 필요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산업단지 입지 제한,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간 이동 제한, 전기오토바이 충전시설 이용 제한, 심야 무인 헬스장 운영 규제 등을 제시했다.

특히 산업단지에 대해서는 “단순히 부지를 조성하고 입주 혜택을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입주기업들이 성장하고 협력하는 생태계가 돼야 한다”며 “지역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제조업과 정보기술(IT), 유통·서비스업 등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유연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실효성도 문제 삼았다. 최 옴부즈만은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하고도 실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사례가 누적되고 있다”며 “과거 승인된 과제들을 다시 점검하고 왜 사업화가 이뤄지지 못했는지 관계부처가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규제개혁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옴부즈만의 역할 강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현재 옴부즈만은 현장 애로를 발굴해 개선을 권고할 수 있지만 관계부처에 규제개선을 강제할 권한은 없는 상황이다.

최 옴부즈만은 “규제혁신은 단순히 규제 몇 건을 없애는 문제가 아니라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풀어내는 과정”이라며 “기업이 예측 가능성을 갖고 자생할 수 있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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