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프계산대가 더 빠른지 놓고도 논란
유통업계, 운영 축소하거나 방식 변경
빠르고 편리한 쇼핑을 위해 도입됐던 셀프계산대가 미국 유통업계에서 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스캔하고 결제하는 과정이 오히려 번거로움을 키우고, 도난 문제와 인력 부족까지 겹치면서 일부 업체가 셀프계산대 운영을 축소하거나 방식을 바꾸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대형 유통업체 가운데 셀프계산대 도입을 줄이거나 이용 조건을 제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형 식료품 체인 단체 FMI 조사에서도 2026년 슈퍼마켓 거래 가운데 셀프계산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3%로, 전년 35%보다 낮아졌다.
결제 플랫폼 토스트가 지난해 9월 편의점·식료품점·주류 판매점 340곳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셀프계산대를 운영하는 매장 비율은 36%로 1년 전보다 7%포인트 감소했다.
달러제너럴은 구매 상품이 5개 이하인 고객에게만 셀프계산대를 허용하고 있으며, 상당수 매장에서는 이를 아예 없애고 있다. 타깃 역시 2024년부터 셀프계산대 이용을 10개 이하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으로 제한했다. 업체들은 고객 편의와 함께 도난 방지를 주요 이유로 들고 있다.
셀프계산대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엇갈린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결제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키패드를 누르거나 상품 인식 오류를 해결해야 했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가격이나 쿠폰 적용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 의견도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일관된 방향은 나타나지 않는다. 직원이 직접 계산해주는 서비스를 매장 경험의 일부로 유지하는 트레이더조스처럼 셀프계산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기존 시스템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자동화 투자를 이어가는 업체도 있다.
리테일마인드스텝스의 게리 호킨스 최고경영자(CEO)는 “후퇴하는 업체도, 다시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곳도 있어 하나의 뚜렷한 방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상품을 자동으로 인식하거나 구매자가 상품을 스캔하지 않고 지나가는 상황을 감지하는 시스템 등이 개발되고 있다. 크로거는 AI 업체 에버신의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상품을 제대로 스캔했는지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셀프계산대 확산이 유통업계의 고용 감소로 곧바로 이어진 것도 아니다. 2025년 미국 식료품점 고용은 약 266만명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인력 수요가 계산대에서 다른 업무로 이동했다. 온라인 주문과 커브사이드 픽업이 늘면서 고객 대신 상품을 고르는 직원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매장에서는 오히려 셀프계산대가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2024년 논문에서 관리 직원이 부족한 셀프계산대에서 고객의 비문명적 행동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셀프계산대가 실제로 더 빠른지도 논란이다. 드루대 사회학자 크리스토퍼 앤드루스는 전문 계산원보다 소비자가 상품을 스캔하는 속도가 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단순히 기다릴 때보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끼는 '펀하우스 효과' 때문에 셀프계산대가 더 빠르다고 인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문 입력이나 항공권 발권처럼 과거 직원이 담당했던 업무가 소비자에게 넘어가는 과정이 “일을 더 많이 하고 더 피곤하다”는 느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