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환자 서울 원정 진료에 연간 1조7480억원 추가 비용”

비수도권 환자가 지역 국립대병원 대신 서울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순비용이 연간 1조748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진료비 차이에 교통·숙박비 부담까지 더해진 것으로 지역 거점병원의 진료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수도권 환자의 서울 상급종합병원 이용에 따른 사회경제적 순비용은 연간 약 1조748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2023년 1월부터 12월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관별 진료실적 청구 자료를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다.

항목별로는 진료비 격차에 따른 보건의료체계 비용이 1조3416억원으로 전체의 76.8%를 차지했다. 환자와 보호자가 부담하는 교통·숙박비 등 비의료적 비용은 약 4063억원에 달했다. 이동 거리가 길어질수록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서울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한 환자는 전국 각 권역에 걸쳐 분포했다. 경상권은 입원 5만9897명과 외래 32만2151명으로 집계됐다. 충청권은 입원 4만7201명과 외래 29만1802명으로 나타났다. 전라권은 입원 3만3241명과 외래 18만1104명, 제주권은 입원 6213명과 외래 3만821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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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도별 상급종합병원 관내 이용률(단위 : %)

지역별 의료 접근성 격차도 컸다. 서울의 상급종합병원 관내 의료이용률은 95.53%인 반면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경북과 제주는 0%였다. 충북은 42.83%, 전남은 25.39%에 그쳤다.

고위험 분만과 신생아실 이용을 비롯해 암과 심장·뇌혈관 질환 등 주요 필수의료 분야에서도 경북·전남·세종·충남 등의 관내 이용률이 낮았다. 국민 인식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1.2%가 수도권과 지역 간 의료격차를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지역 거점 역할을 맡는 지방 국립대병원의 인력과 시설 규모는 서울 주요 대형병원에 못 미쳤다. 지방 국립대병원의 평균 병상 수는 922.3개로 '빅5' 병원의 43.7% 수준이었다. 평균 의사 수는 331.2명으로 빅5 병원의 26.0%에 그쳤다. 병상당 의사 수도 지방 국립대병원은 0.36명으로 빅5 병원 0.60명의 60% 수준이었다.

특수의료장비 노후화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사용 기간이 10년 이상인 유방촬영기 비율은 국립대병원이 37.1%로 빅5 병원 4.3%를 크게 웃돌았다.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는 국립대병원 33.3%, 빅5 병원 22.6%로 집계됐다.

허 의원은 “지방 환자들이 서울로 올라오느라 연간 1조7000억원이 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치르는 것은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심각하게 왜곡돼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전문 인력 확보와 장비 현대화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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