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뮌헨의 세계적인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에서 여성들의 치마 속을 촬영한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대거 유통되면서 한 놀이기구 운영자가 여성 방문객들에게 무료 자전거용 반바지를 나눠주고 있다.
BBC는 3일 독일 뮌헨 옥토버페스트의 인기 놀이기구 '토이펠스라트(Teufelsrad·악마의 바퀴)'에서 촬영된 여성들의 영상이 온라인에 수만 건 퍼지면서 이 같은 자구책까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토이펠스라트는 옥토버페스트에서 가장 오래된 놀이기구 가운데 하나다. 원형 회전판 위에 사람들이 올라타면 회전 속도가 점점 빨라져 탑승객이 바깥으로 떨어져 나가는 방식이다.
문제는 빠른 회전 때문에 전통 의상인 '디른들(Dirndl)'의 치마가 위로 들리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이를 노리고 관람객들이 스마트폰 등으로 여성들의 속옷을 촬영한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하고 있다.
현지 매체 쥐트도이체차이퉁에 따르면 토이펠스라트에서 촬영된 여성 관련 영상은 최소 3만2000개가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영상은 조회 수가 수백만 회에 달했다.
독일 지역방송 BR은 한 여성이 관련 영상 한 편을 온라인에 올려 9000유로(약 1360만원)를 벌어들인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BR 조사에서는 우크라이나 출신 전문 유튜버들과 독일 바이에른 지역 일부 인사들이 해당 영상 제작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영상은 여성의 속옷이 그대로 노출됐으며,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여성이 나체인 것처럼 조작된 사례도 확인됐다.
이에 토이펠스라트 운영자인 엘리자베트 폴라치(80)는 지난 3년간 치마나 원피스를 입은 여성과 소녀들에게 자전거용 반바지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폴라치는 올해 옥토버페스트에서만 100벌이 넘는 반바지를 제공했다며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싶다”고 BBC에 말했다.
놀이기구 내부에는 치마 속 촬영이 범죄라는 내용의 독일어와 영어 안내문 및 경찰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다. 그러나 수많은 방문객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만큼 촬영을 일일이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운영자 측 설명이다.
일부 옥토버페스트 여성 종업원들도 올해부터 전통 의상 아래 자전거용 반바지를 착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에서는 다른 사람의 치마 아래를 몰래 촬영하는 이른바 '업스커팅(upskirting)'이 불법이며 최대 징역 2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바이에른 경찰은 지난해부터 옥토버페스트 현장에서 업스커팅이 범죄라는 사실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독일 여성의 디른들 치마 안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45세 스위스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해에는 관련 혐의로 10명이 체포됐으며 2024년에는 7명이 붙잡혔다.
다만 현행법의 사각지대도 지적된다. 독일 디지털 폭력 피해자 지원단체 '헤이트에이드(HateAid)'의 조세핀 발론 대표는 현행법이 직접 치마 아래로 카메라를 넣어 촬영한 경우에만 적용된다며, 바람이나 놀이기구 움직임 등으로 치마가 들린 순간을 촬영한 경우에는 충분한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발론 대표는 최근 확산하는 카메라 내장 안경도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여성의 은밀한 사진과 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사람뿐 아니라 이를 게시한 플랫폼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뮌헨시는 수익을 목적으로 옥토버페스트 현장을 촬영하는 인플루언서와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규제도 강화했다. 축제 현장에서 실시간 방송을 금지하고 상업적 촬영을 하려면 유료 허가를 받도록 했다. 올해에도 수백 건의 촬영 허가가 발급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