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닐봉투와 파이프 등 생활 속 플라스틱과 각종 화학제품의 핵심 원료인 에틸렌을 기존보다 적은 에너지로 정제할 수 있는 분리막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이종석 서강대 교수 연구팀이 금속-유기 골격체(MOF) 소재인 ZIF-8의 결정구조를 의도적으로 무너뜨린 뒤 필요한 부분만 다시 형성하는 방식으로 에틸렌과 에탄을 효과적으로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에틸렌은 플라스틱과 화학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원료지만, 생산 과정에서 함께 생성되는 에탄을 분리해야 한다. 두 물질은 분자 크기와 물리적 성질이 매우 비슷해 기존에는 에너지 소비가 큰 저온 증류 공정이 주로 활용됐다.
대안으로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기공을 가진 ZIF-8 분리막이 연구돼 왔지만, 기체 분자가 접근하면 기공이 넓어지는 현상으로 인해 에틸렌과 에탄을 정밀하게 구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ZIF-8의 결정구조를 먼저 흐트러뜨린 뒤 필요한 결정 영역만 다시 성장시키는 새로운 설계 전략을 적용했다.
포름산을 이용해 ZIF-8 내부 결합을 일시적으로 끊어 비정질 구조를 형성한 뒤 열과 압력을 가해 내부에서 결정이 다시 자라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결정 영역은 원하는 기체를 선택적으로 통과시키고, 비정질 영역은 결정 사이의 불필요한 이동 통로를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했다.
특히 결정과 비정질이 맞닿는 계면이 ZIF-8 기공의 과도한 열림을 억제하면서 에틸렌은 빠르게 통과시키고 에탄의 이동은 상대적으로 제한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ZIF-8 구성 물질인 2-메틸이미다졸의 첨가량을 조절해 결정 영역의 크기와 비정질 영역의 비율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이를 통해 기체 이동 경로 자체를 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기술은 에너지 소비가 큰 기존 저온 증류 공정을 대체할 차세대 석유화학 분리막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석 교수는 “MOF 결정을 최대한 보존해야 한다는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결정을 한 번 무너뜨리고 다시 형성하는 과정을 분리막 설계에 활용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차세대 석유화학 분리 기술뿐 아니라 제논·크립톤처럼 기존 기술로 분리하기 어려운 다른 기체에도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 지난 7일 온라인 게재됐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