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해양 연구 시설에 부상을 입은 야생 펠리컨이 스스로 걸어와 문을 두드리고 구조를 요청하는 이색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에 있는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패너마시티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안슬리 힐튼 연구원은 최근 연구소 출입문 쪽에서 문을 '톡톡' 두드리는 듯한 소리를 듣고 나갔다가 펠리컨을 목격했다.
당시 펠리컨은 주둥이로 유리창을 톡톡 두드린 뒤, 사람을 기다리듯 조용히 서 있었다. 그러나 펠리컨은 한 눈에 봐도 부상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오른쪽 날개는 낚싯줄에 꽁꽁 묶여 있었고, 대형 낚싯바늘이 날개 뼈와 살을 파고들어 날 수 없는 상태였다. 또한 왼쪽 발은 건물 주변 선인장에서 박힌 것으로 추정되는 선인장 가시 10여 개가 박혀 있었다.

톱상어 연구 전문가인 힐튼 연구원은 야생 조류를 치료해 본 경험이 없었지만, 연구소 동료들과 힘을 합쳐 응급 처치를 진행했다. 한 연구원이 펠리컨의 부리와 몸통을 잡아 안전을 확보한 뒤, 힐튼은 가위로 낚싯줄을 절단하고 와이어 카터와 의료용 포셉(집게)을 이용해 날개 뼈에 파고든 낚시바늘 미나리를 조심스럽게 제거했다. 이어 발바닥에 박힌 선인장 가시도 모두 뽑아냈다.
연구진은 “전체 시술은 약 5분 만에 끝났으며, 펠리컨은 처치 내내 놀라울 정도로 온순하게 협조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처치를 마친 후 연구진이 인근 수역으로 펠리컨을 데려가자, 펠리컨은 잠시 날개를 넓게 펼치며 상태를 점검한 뒤 곧바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전문가들은 만약 이 펠리컨이 연구소를 찾아오지 못했다면 굶어 죽거나 포식자에게 꼼짝없이 사냥당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류전문가들은 펠리컨이 연구소 문을 찾아온 배경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제기했다. 평소 연구원들이 물고기나 장비를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 먹이를 기대하고 접근했을 가능성,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다른 펠리컨으로 오인해 접근했을 가능성, 혹은 단순히 그늘을 찾아 들어왔을 가능성 등이 언급됐다.
조류 행동학을 연구하는 제럴드 호프 뉴저지로완대학교 교수는 “펠리컨이 절박한 마음에 먹이를 찾으러 그곳을 방문했을지도 모른다”며 “펠리컨은 주변 환경을 활용하는데 매우 능숙하다. 곤경에 처했을 때 누군가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한편, 연구소를 찾은 펠리컨은 어린 개체로 추정된다. 해양 과학자 줄리엣 램은 “갈색 깃털을 가진 것으로 보아 지난 봄이나 여름에 태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