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성은 룸메이트 우정이 아니다

사관학교 통합 논쟁의 핵심은 학교를 합칠 것인가가 아니다. 어떤 능력을 갖춘 장교를 어떤 순서로 길러낼 것인가가 핵심이다. 2026년 8월 26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는 찬반의 열기를 확인했지만, 정작 이 질문에는 충분히 답하지 못했다. 합동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표에는 넓은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같은 캠퍼스에서 생활하면 합동성이 생긴다는 가정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먼저 확인해야 할 정책의 인과관계
정부가 발표한 기본 구상은 육해공군 사관학교 생도를 대전 자운대의 4년제 국군사관학교에서 교육하되, 1학년과 2학년에는 공통 교육을 하고 고학년에는 군별 전공교육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현재 세 학교의 한 학년 모집 규모를 합치면 약 730명이고, 4개 학년을 수용하려면 생도만 약 3천 명이 생활할 공간이 필요하다. 이 정도의 조직 개편이라면 통합 이후 무엇이 얼마나 좋아지는지부터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의 인과관계는 단순해야 한다. 같은 장소에서 생활하는 것이 상호 이해를 높일 수는 있다. 그러나 친숙함이 곧 작전 능력은 아니다. 육군 장교가 해군의 작전 한계를 이해하고, 해군 장교가 공군 전력의 운용 조건을 판단하며, 세 군의 지휘통제체계가 같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때 합동작전 능력이 생긴다. 캠퍼스 공동생활은 그 과정의 보조 수단일 수 있지만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다.
랜드연구소 보고서가 실제로 말한 것
공청회에서 통합 찬성의 근거로 미국의 골드워터 니컬스법과 2009년 랜드연구소 보고서가 거론됐다. 여기서 먼저 바로잡아야 할 점이 있다. 해당 랜드 보고서의 주제는 사관학교 통합이 아니다. 군 의료장교에게 합동자격을 어떻게 적용할지를 검토한 연구다. 따라서 이 보고서를 사관학교 통합의 직접 근거로 쓰는 순간 연구의 범위부터 벗어난다.
그 보고서가 설명하는 미국 합동장교 자격제도의 핵심은 오히려 합동성이 경력 전체에 걸쳐 축적된다는 데 있다. 2007년 도입된 4단계 합동자격제도는 합동교육과 훈련, 합동근무 경험을 누적해 자격을 얻도록 설계됐고, 적절한 수준의 합동전문군사교육 이수를 공통 요건으로 둔다. 2023년 랜드연구소의 후속 연구도 골드워터 니컬스 체제가 합동성을 교육과 실제 경험에 연결했다고 설명한다. 미국 사례에서 읽어야 할 결론은 학교의 물리적 통합이 아니라 교육과 경험을 경력 단계에 맞게 설계한 제도다.
이 점에서 원문의 취지를 과장해서는 안 된다. 랜드 보고서가 생도 단계의 합동교육을 금지하라고 말한 것은 아니다. 다만 보고서 어디에도 사관학교를 합쳐야 합동성이 강화된다는 결론은 없다. 미국 사례를 한국의 통합안에 끌어오려면 공동 캠퍼스가 교육과 경험의 질을 어떻게 높이는지 별도의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만족도 통계로 조직 통합을 정당화할 수 없다
공청회 찬성 측은 사관학교 교육과정 만족도가 20퍼센트에서 30퍼센트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수치가 정확하다고 해도 곧바로 통합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어떤 조사에서 누구에게 무엇을 물었는지, 민간대학과 같은 문항과 조건으로 비교했는지, 낮은 만족도의 원인이 교육 내용인지 시설인지 훈육인지 먼저 밝혀야 한다.
사관학교는 학위교육과 군사훈련, 생활규율이 결합된 기관이다. 민간대학과 만족도를 단순 비교하면 교육의 성격 차이가 사라진다. 시설 노후가 원인이라면 시설을 개선하면 되고, 교육과정이 문제라면 교과를 개편하면 된다. 원인 진단 없이 조직부터 합치는 것은 처방이 진단을 앞서는 일이다. 통합안이 타당하려면 낮은 만족도가 분산 운영 때문에 발생했다는 증거와, 통합 뒤 개선될 것이라는 검증 가능한 경로가 필요하다.
합동성을 세 가지 능력으로 나눠야 한다. 합동성을 하나의 추상어로 묶으면 건물을 합치는 일이 개혁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합동작전에는 서로 다른 세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첫째는 기술적 상호운용성이다. 각 군의 지휘통제체계와 통신 규격, 데이터 형식, 네트워크가 연결돼야 한다. 둘째는 지적 상호운용성이다. 공통 교리와 합동작전 개념을 배우고 타군 전력의 가능성과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 셋째는 조직적 신뢰다. 합동보직과 연합훈련, 실제 임무에서 함께 판단하고 책임진 경험이 신뢰를 만든다.
세 능력은 연결돼 있지만 같은 것은 아니다. 한 기숙사에서 생활했다고 통신체계가 연동되지 않고, 같은 강의를 들었다고 위기 상황의 신뢰가 자동으로 생기지도 않는다. 합동성은 룸메이트 사이의 우정이 아니다.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조직이 공통의 정보와 교리, 반복된 임무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히 협업하는 능력이다.
먼저 연결하고 시험한 뒤 확대해야 한다
국방부 구상대로라면 새 학교는 생도 약 3천 명과 교직원 및 지원 인력을 수용해야 한다. 정확한 총사업비와 이전 비용은 세부계획에서 공개하고 검증해야 한다. 비용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수조 원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신중해야 하지만, 대규모 캠퍼스 신축이 다른 전력 투자와 경쟁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같은 예산으로 지휘통제체계 연동, 데이터 표준화, 초급간부 처우, 군별 실습환경 개선 가운데 무엇이 더 큰 합동전투력을 만드는지 비교해야 한다.
대안은 있다. 각 사관학교의 군별 교육 기반을 유지하면서 저학년 공통과목, 교환학기, 합동 워게임, 군별 순환 실습, 공동 졸업훈련을 확대할 수 있다. 임관 뒤에는 합동보직과 합동전문군사교육을 연계해 경력별 자격을 쌓게 하면 된다.
먼저 소규모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타군 이해도, 합동계획 능력, 훈련평가 결과가 실제로 좋아지는지 측정한 뒤 범위를 넓히는 편이 안전하다.
통합을 반대한다고 개혁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개혁의 순서를 묻는 일이다. 각 군의 전문성을 충분히 기른 뒤 그것을 연결해야 합동성이 강해진다. 건물을 먼저 합치고 효과를 기대하는 방식은 순서가 거꾸로다. 국방부가 먼저 제시해야 할 것은 조감도가 아니라 성과지표와 검증계획이다. 무엇을 합칠지가 아니라 무엇이 실제로 연결돼야 하는지부터 답해야 한다.
이성열 한양대학교 특임교수, 전 해군사관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