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도시광산' 강국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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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제도를 개선해 폐전자스크랩을 단순한 폐기물이 아닌 핵심광물 자원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원의 해외 유출은 막고 국내 산업이 필요한 재자원화 원료는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제도의 방향이 옳다고 해서 곧바로 도시광산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은 이미 핵심광물 확보 경쟁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공급망을 둘러싼 경쟁은 자원을 많이 가진 국가보다 자원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효율적으로 순환시키는 국가가 경쟁력을 갖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우리도 '폐기물 관리'를 넘어 '자원안보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후속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첫 번째 과제는 원료 공급망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밖으로 확대하는 일이다. 현재 정부의 제도 개선은 OECD 국가와의 거래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하지만 실제 전자스크랩 공급은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제 규범을 준수하면서도 안정적인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요 공급국과 재자원화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바젤협약 제11조는 국가 간 별도 협정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자원 순환 체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이 이러한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만큼 우리 역시 주요 교역국과의 협력을 서둘러야 한다.

두 번째는 순환자원 인정 제도를 보다 현실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정부가 순환자원 수입 신고 면제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다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인정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환경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한 원칙이지만 산업 경쟁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높이고 금속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폐배터리 등도 순환자원 범위에서 합리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순환경제는 규제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원이 다시 산업으로 돌아올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마련될 때 비로소 작동한다.

세 번째는 관세와 세제 지원을 통해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는 일이다. 핵심광물 확보 경쟁은 결국 가격 경쟁력이 좌우한다. 국내 재활용 기업들이 해외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동시에 도시광산에서 회수한 핵심광물이 다시 국내 배터리·반도체·첨단 제조기업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정책적 인센티브를 연계해야 한다. 자원이 국내 산업 생태계 안에서 선순환하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공급망 안정화의 핵심이다.

네 번째는 중소 재활용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바젤협약 개정 이후 수입 절차와 행정 부담은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대기업은 전문 인력을 통해 대응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통합 행정지원 창구를 구축하고 시험·인증 인프라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단순한 기업 지원이 아니라 국내 재활용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이기도 하다.

다섯 번째는 희토류 재자원화에 대한 전략적 투자다. 현재 구리와 알루미늄은 비교적 높은 재활용률을 보이고 있지만 희토류는 여전히 경제성과 기술적 한계로 인해 회수율이 매우 낮다. 그러나 희토류는 전기차 구동모터, 풍력발전기, 첨단 반도체 장비, 인공지능(AI) 서버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소재다. 지금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해외 공급망 의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광물별 회수 통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전문 클러스터와 정제시설을 확충하며, 장기 연구개발을 연계하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공급망 리스크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시대, 핵심광물 확보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폐기물을 자원으로 되살리는 순환경제는 환경적 가치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 그리고 국가 경제의 회복력을 높이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도시광산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전기차, 재생에너지 산업을 떠받치는 핵심광물 공급망의 출발점이며, 대한민국 제조업 경쟁력을 지키는 새로운 산업 기반이다.

기후부가 시작한 이번 제도 개선은 그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책의 속도와 완성도다. 국제협력 확대, 제도 개선, 산업 지원, 기술 투자라는 네 축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우리나라는 '도시광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일수록 버려진 자원을 다시 활용하는 능력이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핵심광물 공급망의 미래는 광산이 아니라 도시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소라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sryi@ke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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